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회계부정'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삼성 합병 관련 결심 공판에서 “개인의 이익을 염두에 둔 적이 없다”면서 “기업가로서 책무를 다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이 회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지귀연·박정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삼성 부당합병·회계부정’ 관련 결심 공판에서 10분간 최후진술을 통해 이처럼 말했다.
이 회장은 사전에 준비한 원고를 꺼내 “합병이 두 회사 모두에 도움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지배구조를 투명화·단순화하라는 사회 전반의 요구에도 부응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제 지분을 늘리기 위해 다른 주주에게 피해를 준다는 생각은 맹세코 상상조차 한 적이 없다”며 “재판부 앞에서 검사의 주장처럼 다른 주주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속이려는 의도가 결단코 없었던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106차례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때로는 어쩌다 일이 이렇게 엉켰을까 하는 자책도 하고 때로는 답답함도 느꼈다”며 “저와 삼성에 대한 국민의 기대 수준은 훨씬 높고 엄격한데 미처 거기에 이르지 못했다는 점을 절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 1등 기업, 글로벌 기업에 걸맞게 더 높고 엄격한 기준으로 임했어야 하는데 많이 부족했다”며 “중요한 일을 처리하면서 더 신중하게 살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했다.
인수합병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 회장은 “세계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시장 리스크가 있다”며 “저는 오래전부터 사업의 선택과 집중, 신사업·신기술 투자, 인수합병을 통한 보완, 지배구조 투명화를 통해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에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두 회사의 합병도 그런 흐름 속에서 추진됐던 것”이라며 “이런 차원에서 제가 외국 경영자, 주요 주주들, 투자기관 관계자들과 나눈 대화 내용이 재판 과정에서 전혀 다른 의미로 오해되는 것을 보며 너무 안타까웠고 허무하기까지 했다”고 했다.
이 회장은 기업가로서 이익 창출과 미래 세대를 위한 일자리 창출 등 책무를 다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기업가로서 지속적으로 회사에 이익을 창출하고 미래를 책임질 젊은 인재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려는 기본적 책무가 있다”며 “부디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선대회장에 이어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울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과 다른 피고인들은 선처해달라는 말도 했다.
이 회장은 “이병철 회장님이 창업하고 이건희 회장님이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신 삼성을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시켜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것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오랜 기간 재판받으면서 다른 피고인들에게 늘 미안하고 송구스러웠다”며 “만약 법의 엄격한 잣대로 책임을 물어야 할 잘못이 있다면 그것은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고, 평생 회사를 위해 헌신한 다른 피고인들은 선처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검찰은 이 회장에게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점,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점, 실질적인 이익이 귀속된 점을 고려해 징역 5년, 벌금 5억원을 구형한다”고 밝혔다. 구형은 2020년 9월 기소 이후 3년2개월 만에 이뤄진 것. 1심 선고는 내년 1~2월 중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