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부당 합병 의혹’ 관련 1심 재판이 17일 매듭을 지을 전망이다. 이날 검찰 구형과 이 회장 측의 최종 변론을 통해 이르면 올해 안에 판결이 난다.
이날 재판은 합병 과정에서 주가 시세조종과 분식회계 등 불법이 있었는지와 이 회장이 합병 과정을 직접 지시하고 보고받았는지 여부 등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 경영권 승계 위한 부당합병·인위적 주가부양 등 쟁점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 박정제·지귀연·박정길)는 자본시장법과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회장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등 14명에 대한 결심 공판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20년 9월 공소장이 접수된 후 3년 2개월 만에 이뤄지는 결심 공판이다. 그동안 재판에서 검찰은 이 회장 등이 2015년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부당 합병했다고 봤다.
합병 후에는 자사주를 매입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부양하며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도 적용했다. 또한 삼성물산에 불리한 합병이라는 논란을 덮고자 당시 제일모직의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산을 4조5000억원 분식회계했다고 검찰은 지적했다.
하지만 이 회장 등 삼성 측은 합병 절차는 적법했다는 입장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논란도 기준 위반이 아니라며 전문가들 의견을 근거로 반박했다.
■ 이 회장 지시 여부도 놓고 팽팽…이르면 올해 안 판결
이재용 회장이 이러한 모든 것들을 지시했는지 여부도 중요 쟁점이다.
검찰은 합병 발표 후 삼성물산의 국내외 주주들이 반발하자 긴급히 대응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이 회장이 개입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문건과 증거물이 다수 발견됐다고 했다.
하지만 삼성 측은 이 회장이 합병을 직접 지시한 적도 없고 보고받은 적도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날 결심공판에서 준법, 책임 경영 실천 의지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회장에 취임한 후 이사회 중심의 책임경영 강화와 선임사외이사 제도 도입 등 준법문화 정착을 위한 의지를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1심 선고는 공판 후 한달후 이뤄진다. 하지만 이번 재판의 검찰 수사 기록은 19만쪽에 달하고 증거 목록은 책 4권 분량에 달해 연내 또는 내년 1월 중 판결이 날 것으로 안팎에선 예상한다.
■ 조용한 행보, 등기임원 복귀·빅딜 등 못해
재판에 발이 묶인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회장으로 취임한 후에도 여전히 조용한 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년간 이 회장이 ‘뉴삼성’ 메시지를 낼 것으로 기대했지만 특별한 비전 제시는 없었다. 이에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조용한 행보를 지속하는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등기임원 복귀 여부도 1심 선고 이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이번 결심 공판을 통해 혐의를 벗으면 내년 3월에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로 선임될 가능성이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016년 10월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가 국정농단 사건으로 이듬해 2월 구속되면서 이사회 활동을 하지 못했고 2019년 10월에 임기 만료로 물러난 상태다.
하만 인수 후 대형 인수·합병(M&A) 등의 빅딜도 멈춰있다. 인텔이나 TSMC 등의 반도체 경쟁자들이 투자를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 회장의 글로벌 영향력 등 역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유죄 판결이 나오면 이 회장의 경영활동은 다시 제동이 걸린다. 1심 선고 후 항소심과 대법원 판결까지 4~5년의 사법리스크를 안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의 반도체 투자 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가 경쟁력 악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점이 우려된다”고 전해왔다.
한편 이번 1심 공판으로 인해 이 회장은 할아버지인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의 36주기 추도식에 불참했다. 이날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에서는 이병철 창업주의 추도식이 있다. 이병철 창업주의 기일은 19일이지만 일요일인 점을 감안해 앞당겨졌다. 추도식에는 신세계, CJ, 한솔 등 범삼성 그룹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