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영 선언 31주년'을 앞두고 미국 출장길에 오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CEO와 만나 차세대 통신분야와 첫 인공지능(AI) 스마트폰 갤럭시 S24 판매 등에 대한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아무도 못한 것 먼저 해내야 합니다.” 삼성전자가 ‘신경영 선언 31주년’을 맞은 가운데 이재용 회장이 출장 중에 이처럼 강조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 말 삼성 호암상 시상식 이후 2주간의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경쟁사에 밀리는 등 위기 속에서 직접 돌파구를 찾아 나선 것으로 보인다. ■ 미 출장길 오른 이재용 회장…“아무도 못하는 사업 먼저 해내자” 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달 중순까지 미국에서 머물며 30여개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이 회장의 아버지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 31주년’을 앞두고 출장길에 오른 그는 삼성의 위기 상황을 직접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셈이다. 이 회장은 주요 반도체·AI·IT 분야 기업 CEO와 미국 의회 및 정부 관계자 인사들을 만날 예정이다. 가장 먼저 미국 뉴욕에서 한수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CEO를 만났다. 차세대 통신분야 관련 협력 논의뿐 아니라 삼성의 최신 AI 스마트폰 갤럭시 S24 등 신제품 판매에 대한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위해서다. 이날 만남에는 노태문 MX(모바일)사업부장(사장), 김우준 네트워크사업부장, 최경식 북미총괄 사장 등이 함께 했다. 이 회장은 만남 이후 “모두가 하는 사업는 누구보다 잘 해내고, 아무도 못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먼저 해내자”고 강조했다. 이 말은 이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 31주년’을 앞두고 강조한 이 회장의 메시지가 됐다. ■ ‘반도체 위기’ 돌파…HBM 주도권 되찾아 엔비디아·인텔 등 만남 가능성 특히 이 회장의 이번 출장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만날 가능성도 나온다. 최근 삼성전자 DS(반도체)사업에서 위기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경쟁사 SK하이닉스에 AI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의 주도권을 뺏겼다.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의 HBM 최대 공급사가 된 현재 상황에서 삼성전자 제품은 아직 엔비디아의 품질 평가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이 젠슨황 엔비디아 CEO(왼쪽)와 지난해 5월10일 미국의 캘리포니아주 한 일식집에서 만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사와스시 페이스북 갈무리) 최근 젠슨 황 CEO는 “SK하이닉스뿐 아니라 삼성전자 등도 우리에게 메모리를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공급이 성사된다 해도 먼저 납품을 하고 있는 SK하이닉스보다 공급 규모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도 세계 1위 기업인 TSMC와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어서 삼성전자는 우려가 되는 입장이다. TSMC는 첨단 패키징 공정 브랜드인 ‘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를 앞세워 주요 빅테크 공략에 나섰다. 삼성 파운드리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이 회장은 엔비디아뿐 아니라 미국 방문 중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메타, 아마존, 테슬라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의 CEO를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의 그간 네트워크를 통해 판로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근 빅테크 기업들이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독점에 맞서기 위해 자체 칩 생산에 나섰다. 이는 삼성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인텔은 가우디3를, AMD는 인스팅트 MI325X를 공개했는데, 여기에는 HBM이 탑재된다. 이 회장은 기업들과 만나 HBM 공급처를 늘릴 수도 있다. 이 회장의 이번 출장에는 반도체 새 수장인 전영현 부회장 등 DS부문 사장들도 대거 동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28일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10년여 만에 방한해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등을 만나 파운드리 협력 논의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파운드리 수주 가능성도 기대해볼 수 있다. 앞서 지난 2월 방한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TSMC 의존도가 높다”며 삼성전자와 파운드리 협업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당시 이 회장은 저커버그 CEO와 만찬을 가졌다. 이번 미국 방문으로 협력을 구체화할지 주목된다. 이 회장은 AMD와 만나 협력 논의를 할 수도 있다. 리사 수 AMD CEO는 최근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으로 차세대 칩 양산 계획을 공개했다. 이에 삼성과 협력 가능성이 예상됐다. 현재 3나노 GAA 공정 양산에 성공한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 대규모 투자·M&A도 주목돼…노조 이슈도 해결 과제 이번 이 회장의 출장에서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에 대한 소식이 들릴지 기대감이 나온다. 이 회장의 1심 무죄 선고 이후 이에 대한 소식이 들릴 것이라 예상됐지만, 아직 구체적인 투자나 M&A 계획이 들리지 않고 있다. 그나마 최근 미국 냉난방공조 기업 레녹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북미 공조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 있다. 이를 통해 AI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냉방시스템 분야도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 회장이 출장 중인 기간 국내에선 노조의 파업이 예정됐다. 창사 첫 파업을 선언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와 협상을 통해 원만히 노사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도 삼성의 당면 과제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는 노조가 연차를 활용해 파업을 하는 만큼 당장엔 큰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화를 통해 사태가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용 "아무도 못한 것 먼저"…'신경영 31주년' 美 출장길 '위기 돌파'

'신경영 선언 31주년' 앞두고 메시지 "누구보다 잘 해야"
버라이즌부터 빅테크·미 정관계 인사 등 30여개 일정
엔비디아·인텔 등 HBM 공급처 확대 주목…M&A·노조 문제도 과제

손기호 기자 승인 2024.06.07 08:56 의견 0

'신경영 선언 31주년'을 앞두고 미국 출장길에 오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CEO와 만나 차세대 통신분야와 첫 인공지능(AI) 스마트폰 갤럭시 S24 판매 등에 대한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아무도 못한 것 먼저 해내야 합니다.”

삼성전자가 ‘신경영 선언 31주년’을 맞은 가운데 이재용 회장이 출장 중에 이처럼 강조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 말 삼성 호암상 시상식 이후 2주간의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경쟁사에 밀리는 등 위기 속에서 직접 돌파구를 찾아 나선 것으로 보인다.

■ 미 출장길 오른 이재용 회장…“아무도 못하는 사업 먼저 해내자”

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달 중순까지 미국에서 머물며 30여개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이 회장의 아버지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 31주년’을 앞두고 출장길에 오른 그는 삼성의 위기 상황을 직접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셈이다. 이 회장은 주요 반도체·AI·IT 분야 기업 CEO와 미국 의회 및 정부 관계자 인사들을 만날 예정이다.

가장 먼저 미국 뉴욕에서 한수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CEO를 만났다. 차세대 통신분야 관련 협력 논의뿐 아니라 삼성의 최신 AI 스마트폰 갤럭시 S24 등 신제품 판매에 대한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위해서다.

이날 만남에는 노태문 MX(모바일)사업부장(사장), 김우준 네트워크사업부장, 최경식 북미총괄 사장 등이 함께 했다.

이 회장은 만남 이후 “모두가 하는 사업는 누구보다 잘 해내고, 아무도 못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먼저 해내자”고 강조했다. 이 말은 이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 31주년’을 앞두고 강조한 이 회장의 메시지가 됐다.

■ ‘반도체 위기’ 돌파…HBM 주도권 되찾아 엔비디아·인텔 등 만남 가능성

특히 이 회장의 이번 출장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만날 가능성도 나온다. 최근 삼성전자 DS(반도체)사업에서 위기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경쟁사 SK하이닉스에 AI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의 주도권을 뺏겼다.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의 HBM 최대 공급사가 된 현재 상황에서 삼성전자 제품은 아직 엔비디아의 품질 평가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이 젠슨황 엔비디아 CEO(왼쪽)와 지난해 5월10일 미국의 캘리포니아주 한 일식집에서 만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사와스시 페이스북 갈무리)


최근 젠슨 황 CEO는 “SK하이닉스뿐 아니라 삼성전자 등도 우리에게 메모리를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공급이 성사된다 해도 먼저 납품을 하고 있는 SK하이닉스보다 공급 규모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도 세계 1위 기업인 TSMC와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어서 삼성전자는 우려가 되는 입장이다. TSMC는 첨단 패키징 공정 브랜드인 ‘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를 앞세워 주요 빅테크 공략에 나섰다. 삼성 파운드리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이 회장은 엔비디아뿐 아니라 미국 방문 중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메타, 아마존, 테슬라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의 CEO를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의 그간 네트워크를 통해 판로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근 빅테크 기업들이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독점에 맞서기 위해 자체 칩 생산에 나섰다. 이는 삼성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인텔은 가우디3를, AMD는 인스팅트 MI325X를 공개했는데, 여기에는 HBM이 탑재된다.

이 회장은 기업들과 만나 HBM 공급처를 늘릴 수도 있다. 이 회장의 이번 출장에는 반도체 새 수장인 전영현 부회장 등 DS부문 사장들도 대거 동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28일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10년여 만에 방한해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등을 만나 파운드리 협력 논의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파운드리 수주 가능성도 기대해볼 수 있다. 앞서 지난 2월 방한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TSMC 의존도가 높다”며 삼성전자와 파운드리 협업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당시 이 회장은 저커버그 CEO와 만찬을 가졌다. 이번 미국 방문으로 협력을 구체화할지 주목된다.

이 회장은 AMD와 만나 협력 논의를 할 수도 있다. 리사 수 AMD CEO는 최근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으로 차세대 칩 양산 계획을 공개했다. 이에 삼성과 협력 가능성이 예상됐다. 현재 3나노 GAA 공정 양산에 성공한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 대규모 투자·M&A도 주목돼…노조 이슈도 해결 과제

이번 이 회장의 출장에서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에 대한 소식이 들릴지 기대감이 나온다. 이 회장의 1심 무죄 선고 이후 이에 대한 소식이 들릴 것이라 예상됐지만, 아직 구체적인 투자나 M&A 계획이 들리지 않고 있다.

그나마 최근 미국 냉난방공조 기업 레녹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북미 공조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 있다. 이를 통해 AI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냉방시스템 분야도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 회장이 출장 중인 기간 국내에선 노조의 파업이 예정됐다. 창사 첫 파업을 선언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와 협상을 통해 원만히 노사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도 삼성의 당면 과제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는 노조가 연차를 활용해 파업을 하는 만큼 당장엔 큰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화를 통해 사태가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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