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K텔레콤)
SK텔레콤이 해킹 사태 여파로 인한 실적 부진, 주파수 재할당을 둘러싼 정부와의 가격 갈등 등 안팎의 난관에 직면했다. 여기에 AI 중심의 성장 전략을 유지해야 하는 과제까지 겹치며, 경영진의 리스크 관리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0.9% 감소한 484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3조97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2% 감소했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은 지난 4월 발생한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영향이다. SK텔레콤은 통신 요금 감면 등 각종 보상 프로그램 시행으로 5000억원 규모의 비용을 집행했고, 개인정보위원회로부터 1348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되며 수익성 악화에 겪었다.
■ 주파수 재할당 두고 신경전…AI 투자도 멈출 수 없어
최근에는 3G·LTE 주파수 재할당 문제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핵심 쟁점은 2.6㎓ 대역 재할당대가의 산정 방식으로, 그간 SK텔레콤이 LG유플러스보다 두 배 넘는 주파수 할당대가를 부담해온만큼, 내년 재할당에서는 합리적 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 2016년 경매에서 경쟁이 과열된 영향으로 2.6㎓ 대역 60㎒(40㎒z+20㎒)를 총 1조2777억원에 낙찰받았다. 반면 LG유플러스는 이보다 먼저 2013년 경매에서 2.6㎓ 대역 40㎒를 4788억원에 확보했다. 특히 LG유플러스의 경우 지난 2021년 재할당에서 5년을 추가로 받으며 5G 기지국 구축 요건을 충족해 27.5% 감면 혜택까지 확보한 상태다.
SK텔레콤이 동일 주파수 대역은 같은 대가를 적용하는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정부가 기존 방식대로 직전 경매 낙찰가를 기준으로 재할당 대가를 산정한다면 관련 비용이 대폭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처럼 안팎으로 리스크가 닥쳐오는 가운데, 미래 경쟁력을 위해선 AI 인프라 투자를 멈출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SK텔레콤은 AI 에이전트 '에이닷'과 함께 AI DC(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또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도 참여하며 AI 역량 증진에 힘쓰는 모양새다.
정재헌 SK텔레콤 신임 CEO. (사진=SK텔레콤)
■ 통신·AI 중심 조직 개편…고객 신뢰 회복 최우선
이에 SK텔레콤은 조직 쇄신을 통해 재도약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장기적으로는 AI 기술을 고객 서비스 및 사업 전반에 적용해 차별화된 수익 모델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이는 최근 실시한 조직 개편안에서도 드러난다. SK텔레콤은 지난 13일 통신(MNO)와 인공지능(AI)를 중심으로 한 양대 CIC(사내회사) 체제로 개편을 실시했다. 기존의 주력 사업, 신사업으로 조직을 정리해 경영 효율화를 이루겠다는 취지다.
MNO CIC는 상품과 영업 기능을 통합하고 네트워크 자동화·디지털 전환을 강화해 통신 본업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 엔터프라이즈(B2B) 사업에는 기술 조직을 전진 배치해 솔루션 경쟁력을 강화한다.
AI CIC는 에이닷·데이터플랫폼·인더스트리얼 AI·메시징·AI DC 등 핵심 사업 및 기술 역량 결집에 나선다. 시장 환경에 따라 조직을 신속히 조정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 형태로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이러한 개편은 내년 3월 대표이사로 선임되는 신임 정재헌 CEO의 사업 전문성을 보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 CEO는 첫 법조인 출신의 수장이다. 그는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역임 등 20년간 법조계에 몸을 담았고, SK텔레콤에서는 직전 대외협력부문 사장을 맡았던 만큼 리스크 관리에 역량을 가진 인물로 평가된다.
정재헌 CEO는 "CIC 체제는 MNO와 AI 각 사업 특성에 맞춘 최적화된 업무 방식과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기 위한 선택"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MNO 사업의 고객 신뢰 회복과 AI 사업의 실질적 성과 창출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