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테라사이클
([마주보기 ①] 테라사이클 아·태 총괄 에릭 카와바타 대표 “기업, 왜 지속가능경영에 주목해야 하는가” 에서 이어집니다)
테라사이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총괄하는 에릭 카와바타 대표는 십여년 전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러 나섰다 바다의 산호들이 모두 죽은 것을 봤고, 산호의 죽음이 인간의 무분별한 환경오염에서 기인했다는 사실에 충격받아 환경사업에 뛰어들었다. 인턴 1명과 자신만 있었던 일본 지사를 키우고 3년전 한국법인을 설립했다.
특히 카와바타 대표는 한국 정부와 기업이 신중한 과정을 거치고 옳다 생각하는 일에 빠른 행동력을 보인다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더불어 그는 한국 사회와 시민들이 환경에 대한 의식이 매우 높다고도 했다. 여기서 의문이 든다. 적어도 한국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일원으로서 우리는 제대로 된 분리수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문제에 시달린다. 플라스틱, 비닐 등 일회용품 사용이 무분별한 탓에 플라스틱컵은 지난해, 비닐 및 포장 용기에 대한 정부 대책은 이제야 마련된 상황이다. 각 가정에서 버려지는 쓰레기만 해도 완벽하게 분리수거가 된 쓰레기봉투를 찾아보기 힘든 지경이다. 이런 사회가 환경의식이 높다니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그러나 카와바타 대표는 인지하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대단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다 쓴 칫솔을 줄넘기로 만들어 기부한 테라사이클과 오랄비(사진=테라사이클)
■ “한국 환경인식 높다” 환경전문가들도 놀란 지점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과 이해하고 있는 것은 다르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것과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이죠. 한국에 왔을 때 놀랐던 게 아파트나 주민센터 어디든 분리수거함이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반 시민들이 분리수거를 해 쓰레기를 버리는 것도 봤습니다. 적어도 분리수거, 재활용 등 환경 이슈에 대해 인지는 하고 있는 상황인거죠. 분리수거는 왜 하나요? (기자: …사실 하라고 하니 합니다) 네 그렇죠. 그렇다면 분리수거가 모두 재활용된다고 생각하나요? (기자: 아닌 걸로 압니다) 네. 그러나 적어도 (정부가)하라고 했을 때 재활용된다고 인식해서 열심히 하지 않았습니까. 이 지점에서 한국을 높게 평가합니다. 통상 정치인은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 일은 하기 싫어해요. 하지만 정치인조차 분리수거 시스템이 불편하지만 환경이 중요하기에 국민들이 동참할 것이라 생각했겠죠. 그걸 국민들이 받아들인 것이고요. 분리수거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문제는 몰랐겠지만 환경오염이 결국 인간을 해치기 때문에 그게 어떤 이유든 분리수거를 한다는 행위 자체가 환경의식이 높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국에 진출할 때 느꼈던 것이 환경이슈를 인지하고 있고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보인다는 점이었죠.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예산도 집행하고 행동을 취하는 것도 보입니다”
단순히 환경은 지켜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는 것과 달리 환경은 지켜야 한다는 인식과 더불어 법규에 따른 행동이라도 해나가는 데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그래서 한국은 가능성이 있는 나라라고 카와바타 대표는 설명했다. 그러면서 테라사이클 코리아가 자리한 새활용플라자만 해도 지자체가 이같은 시설을 설립한다는 생각을 하고 400억원을 투자해 실행에 옮겼다는 자체가 대단한 것이라 평가했다. 그는 개관식 당시 전세계의 주요한 지속가능경영 전문가들이 참석했고 그들에게 새활용플라자 설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봤다며 당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카와바타 대표는 “이렇게 시 지자체에서 환경 관련 건물을 세우고 세미나를 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을 때 대다수 전문가들이 ‘한국이 환경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모국에서는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사진=테라사이클
■ 환경 이슈를 이끌어갈 미래 세대를 위한 선택
한국의 환경의식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그의 말은 공감되는 대목이다. ‘문제를 인지한다는 것’ 그것이 모든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는 것은 진리에 가깝다. 더욱이 카와바타 대표는 테라사이클 코리아가 국내에 설립되기 전부터 환경에 대한 인식을 하고 있는 국내 기업 덕에 진출이 더 쉬웠다고 말한다. 그 기업이 바로 아모레퍼시픽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자체적으로 공병을 수거하고 있으며 공병공간이라는 장소를 조성해 일반 소비자들에게 재활용이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 카와바타 대표는 2016년 10월부터 아모레퍼시픽이 테라사이클 일본지사를 찾아 화장품 공병 재활용에 대한 컨설팅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아모레퍼시픽이 새활용플라자에 대해 언급했고 그 덕에 테라 사이클 코리아가 이 곳에 자리잡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테라 사이클 본사와 파트너십을 맺은 피앤지를 비롯해 환경문제를 일찌감치 인식한 아모레 퍼시픽, 서울시 등 지속적 파트너들의 관심과 도움 덕에 테라 사이클 코리아가 설립될 수 있었다면서 이같은 기업, 정부의 깨어있는 의식에 “감동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그가 감동받은 이유는 이같은 기업과 정부의 노력들이 결국 인류가 환경을 지키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 길로 이끌어갈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카와바타 대표는 “밀레니얼 세대의 이전세대는 두려움에 살고 있어요. 반면 미래를 살아갈 세대는 환경과 인류 문제와 같은 철학적 생각들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죠. 이같은 상황이 악화될 경우 결국 포기에 이르기 마련입니다. 때문에 기업이나 정부가 나서 이처럼 미래 세대들에게 한가지 해결책을 보여주고 미래 세대들이 포기를 하지 않고 가능성이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해주는 것이지요”라면서 “새활용플라자만 해도 이곳을 찾는 어린 친구들이 자연스럽게 환경의식을 갖도록 합니다. 플라자 내에도 환경의식을 갖고 업사이클링 사업에 뛰어든 어린 세대들이 성장하고 있죠.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라는 생각에 감동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라고 설명한다.
LG유플러스와 이어갈 재활용 캠페인, 왼쪽에서 두번째가 에릭 카와바타 대표(사진=테라사이클)
■ 테라사이클, 다회용만 가능한 유통 플랫폼 ‘루프’로 꿈을 잇다
테라사이클 코리아 역시 미래세대들이 인류를 위한 환경 지킴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일조하는 기업 중 하나다. 지금까지 테라사이클 코리아는 아모레퍼시픽, 더바디샵, 피앤지, LG유플러스 등과 함께 재활용 폐기물을 수거해 놀이터를 짓고 줄넘기를 만들었다. 테라사이클에 따르면 플라스틱 소재라면 어떤 제품이든지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간혹 ‘재활용’이라는 단어를 폐기물의 범주안에 둔 채 선입견을 갖고 혹시 새활용된 제품들이 유해물질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인체에 무해한 것인지에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상황. 이에 대해 카와바타 대표는 “재생원료 사용한다고 해서 제품의 내부 품질 기준이 달라지지 않아요.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재생원료는 당연히 유해물질이 있어선 안되는 거지만 그래도 걱정하는 사람이 있어서 한국과학기술원이나 해외 SGS같은 기관에 맡겨 안전성 검사도 꼭 진행하고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카와바타 대표는 개인적 경험을 통해 환경을 지켜야겠다고 생각하게 됐고, 스스로도 말이 안된다고 여겼던 기업의 일원으로서 글로벌 환경 이슈에 대응해 나아가고 있다. 테라사이클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면서 더 나은 미래를 꿈꾸게 됐다는 그에게 테라사이클과 함께 꿈꾸는 세상에 대해 물었더니 단박에, 짧지만 강렬한 답이 돌아온다.
“테라사이클이 더 이상 필요없는 세상이 되기를 꿈꿉니다”
테라사이클이 더 이상 필요없는 세상이라 함은 시민부터 기업, 각국의 정부까지 모두가 환경을 지키고 지구를 보존해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행동하고 있는 세상일 것이다. 그가 꾸는 꿈은 더없이 이상적이며 좀 더 행복한 세상이 위한 것인 셈이다. 더욱이 카와바타 대표는 테라사이클과 함께 ‘루프’라는 유통 플랫폼을 내놓으며 지구를 오염에서 지키는 방법을 고안한 상태다. ‘루프’는 다회용 용기에 담은 제품만을 판매하고 소비자가 제품을 모두 사용했을시 용기를 전량 수거해 새로 활용하는 유통 플랫폼이다. 이미 세계지식포럼에 소개된 뒤 영국, 캐나다, 일본에 론칭이 확정됐다. 2021년에는 한국에서도 ‘루프’를 만날 수 있게 된다. 환경을 지키는 일이 인류를 지키는 길이고 더 나아가 우리의 아이들을 지킬 수 있는 해법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움직이는 이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숙연해지고 안심이 된다. 언젠가 테라사이클이 그 가치를 온 세상에 나누고 박수받으며 사라질 날이 오기를 바라며 카와바타 대표와 테라사이클이 걸어갈 길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