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 '카스 라이트(왼쪽)'와 하이트진로 '테라 라이트'. (사진=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라이트 맥주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맥주 전쟁’의 새 격전지로 떠올랐다. 막혀있던 국내 주류 시장에 샛길이 열리면서 신규 시장 선점을 위한 업체 간 마케팅 경쟁이 가열되는 모습이다.
21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볍게 즐기는 음주문화와 함께 건강을 중시하는 ‘헬시 플레저’ 트렌드가 부상하며 칼로리 부담이 적은 라이트 맥주 제품 수요가 늘고 있다. 오비맥주가 판매하는 ‘카스 라이트’는 맥주 성수기인 올여름(6월~8월) 가정시장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31% 증가했다. 하이트진로가 올해 선보인 ‘테라 라이트’도 출시 2주만에 1000만병이 넘게 판매되는 등 예상 판매량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뒀다.
라이트 맥주는 100ml 당 열량이 30kcal 이하인 맥주를 의미한다. 체중 조절 등 자기 관리에 관심이 높은 소비자를 겨냥해 개발됐다. 발효과정에서 당분을 알코올로 전환하는 비율을 높여 칼로리와 탄수화물을 줄이며 특수 효모를 사용하거나 필터링 공정을 통해 추가로 당분을 제거해 만들어진다.
국내에서 ‘라이트 맥주’가 등장한 것은 지난 2010년이었다. 당시 오비맥주는 건강에 관심이 많아진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카스 라이트’를 선보였다. 출시 초기 가정시장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늘려가며 시장에 자리 잡았지만, 기존 맥주 자리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하진 못했었다. 하지만 최근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오히려 전체 맥주 출고량 증가를 견인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하이트진로는 테라 라이트 출시 이후 전체 맥주 유흥용 500ml 병 출고량이 직전 3개월 대비 15.2% 증가하기도 했다.
■글로벌 대세는 ‘라이트 맥주’, 국내서도 기지개
세계 최대 맥주 시장인 미국에서는 라이트 맥주가 이미 ‘대세’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기준 미국에서 소비된 맥주 약 11억900만 배럴 중 라이트 맥주가 차지한 비중은 52%에 달했다. 2위 카테고리인 ‘프리미엄 맥주’와 비교하면 3배에 육박할 정도로 압도적인 수치다. 미국 판매량 상위 10개 맥주 중 6개는 라이트 맥주였다.
글로벌 라이트 맥주 시장 규모 역시 성장세다. 시장연구 및 컨설팅 업체 ‘프리시덴스 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라이트 맥주 시장 규모는 3129억 달러로 평가됐으며, 2024년부터2033년까지 연평균 2.52% 성장해 2033년에는 약 4013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맥주 소비자 사이에서 ‘헬스앤웰니스’에 대한 인식 증가가 라이트 맥주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라이트 맥주 수요가 늘면서 주류업체들도 대응에 나섰다. 오비맥주는 올해 초 카스 라이트 패키지 리뉴얼을 진행했다. 제로슈거와 저칼로리·저도수 등 라이트 맥주 특징을 디자인에 직관적으로 담아내 라이트 맥주에 대한 소비자 인지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미국 라이트 맥주 시장 1위 제품인 ‘미켈롭 울트라’도 국내에 정식 출시했다. 제품군을 다양화해 세분화된 소비자 입맛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하이트진로도 지난 7월 ‘테라 라이트’를 선보이며 라이트 맥주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테라’ 브랜드를 활용해 시장에 빠르게 안착하며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예상을 뛰어넘는 초기 성장세 덕분에 공장 생산량을 계획 대비 1.5배 이상 늘려야 했을 정도다. 하이트진로는 다양한 SNS 콘텐츠를 제작하고 음용 현장에서 ‘제로슈거 쏘맥’을 홍보하는 등 온·오프라인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가며 제품 주 음용층을 확보할 예정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라이트 맥주가 이미 시장 메인스트림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그간 국내 시장에서는 라이트 맥주가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최근 헬시플레저 트렌드에 힘입어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맥주 시장 성장을 견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