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 카카오)

국내 ICT 업계가 인공지능(AI)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본격적인 상용화에 들어간 가운데, 네이버와 카카오도 AI 프로젝트를 선보이며 경쟁에 돌입했다. 최근 중국발 AI 모델 '딥시크' 등장으로 AI 생태계에 지각변동이 예고된 만큼, 양 사는 실생활에 적용 가능한 AI 서비스는 물론, 기존 서비스의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 네카오, AI 기반 서비스 본격 '시동'

네이버는 지난해 연간 매출 10조 7,377억 원, 영업이익 1조 9,793억 원을 기록하며 국내 인터넷 플랫폼 기업 최초로 연매출 10조 원을 돌파했다.

네이버는 기존 연구·개발하던 AI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주력하며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올해를 검색·쇼핑·광고 등 전 서비스에 AI를 접목하는 '온 서비스 AI' 전략의 원년으로 삼아 본격적인 수익화에 나선다.

먼저 검색 서비스에 AI를 입힌 'AI 브리핑'을 선보인다. 'AI 브리핑'은 검색 결과를 AI가 요약하고 출처까지 표기해주는 서비스로, 기존 생성형 AI처럼 답변을 요약하는 것을 넘어 블로그, 카페, 숏폼 등 관련 서비스를 모두 연동해 결과를 보여준다.

'AI 브리핑'은 오는 4월 론칭 예정인 AI쇼핑 앱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적용될 예정이다. AI로 상품 검색 시 노출되는 정보의 질을 높이고, 여기에 AI추천 기능을 더해 이용자가 원하는 상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카카오는 지난해 연결 기준 실적으로 매출 7조 8738억 원, 영업이익 4915억 원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성장했지만, 전망치보다는 소폭 낮은 성적을 기록했다.

이에 카카오는 카카오톡 내 신규 AI 서비스를 비롯해, 오픈AI와 AI 에이전트를 선보이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다. 특히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은 카카오톡의 높은 접근성을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달 오픈AI의 AI 비서 '오퍼레이터'를 카카오톡 '선물하기' 서비스와 연동했다. 챗GPT에서 '오퍼레이터' 기능을 활성화하면 AI가 직접 카카오톡의 '선물하기' 서비스에 접속해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서비스가 카카오톡에도 점차 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는 올 상반기 중 이용자의 니즈에 맞춰 상품을 추천하는 'AI 메이트 쇼핑'과 맥락에 맞는 장소를 찾아주는 'AI 메이트 로컬' 등을 선보인다. 또 메신저 내 전용 검색 기능인 샵(#) 검색에 AI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올해 오픈AI와 공동 개발 중인 AI 에이전트 '카나나'를 선보인다. 카카오에 따르면 '카나나'는 기존 AI 비서와 달리 대화의 맥락과 감정을 이해할 수 있으며, AI가 직접 앱을 켜 원하는 작업을 대신해줄 수 있다.

■ 네이버, 자체 모델 기반 성장…카카오는 오픈AI 협력 강화

AI를 활용한 성장이라는 큰 틀에서는 비슷하지만, 양사의 방향성은 미묘하게 다르다. 네이버가 자체 개발한 '하이퍼클로바X'를 통해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면, 카카오는 오픈AI 등 외부 협력사에 무게를 두고 서비스를 확장해 나가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는 지난달 '하이퍼클로바X'의 신규 업데이트로 효율성을 높였다고 전한 바 있다. 신규 모델은 기존보다 약 40% 수준의 파라미터(매개변수) 수로 구성돼 상대적으로 작은 반면, 운영비용은 효율적인 구조의 설계를 통해 50% 이상 개선했다. '딥시크'와 같은 저비용 고성능 AI 모델에 한 단계 더 가까워졌다는 평가다.

이에 맞서는 카카오는 지난달 빅테크 오픈AI와의 전략적 제휴 협력 소식을 밝혔다. 현재 공동 개발 중인 AI 에이전트 '카나나'를 시작으로 국내 시장에 AI 대중화를 선도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오픈AI의 최신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기술, 신규 고성능 모델 등을 자사 서비스에 접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딥시크'를 대하는 양사 대표의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딥시크'는 후발주자가 적은 규모의 투자로 선도업체를 추격할 수 있는 사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라고 평가한 반면,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오픈소스 모델의 개선은 긍정적이나, 서비스에 활용하려면 AI 안전성 면에서 해결할 점이 많다"고 거리를 뒀다. 네이버가 후발주자로서 도전의식을 드러냈다면, 카카오는 이미 든든한 동맹을 구한 만큼 안정성에 주목한 셈이다.

■ 'AI 윤리'는 과제…내부 가이드라인 신설, 조직 개편

AI와 관련한 기술적 윤리는 ICT업계에 여전한 과제로 남아있다. 'AI 윤리' 기준이 명확히 확립되지 않으면 무분별한 AI 학습으로 인한 저작권 침해, 편향성, 사생활 침해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관련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카카오가 지난 2021년 선보인 AI 챗봇 '이루다'는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적인 태도를 보이며 구설수에 휩싸였고, 결국 서비스를 조기 종료했다. 또 네이버는 지난 1월 지상파 3사로부터 네이버가 자사의 뉴스데이터를 '하이퍼클로바X' 학습에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당한 바 있다.

양 사는 자체적으로 'AI 윤리'를 위한 노력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사내 'AI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을 별도 제정했으며, ▲사람을 위한 인공지능 개발 ▲다양성의 존중 ▲프라이버시 보호와 정보 보안 등 기존 윤리 준칙에 따른 여러 준수사항을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최근 'AI 세이프티' 조직을 'AI 세이프티 앤 퀄리티'로 개편, AI 윤리와 안전성, 품질 고도화에 집중하는 등 사회적 책임에 주의를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지난달 AI 모델 '카나나'를 오픈 소스로 공개해 연구자들이 직접 모델의 신뢰성과 편향성을 검토할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