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서울 본사 전경. (사진=KT&G)
행동주의펀드 플래시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이하 FCP)가 또 KT&G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방경만 사장 취임 후 1년간의 경영 성과를 ‘F’로 평가한 데 이어, 대표 선임 관련 정관 변경 안건에도 딴지를 걸었다. 매년 주주총회마다 반복된 ‘KT&G 흔들기’가 다시 재현된 모습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FCP는 KT&G가 오는 26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선임시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정관 변경의 건을 상정한 것에 대해 “방경만 사장의 황제연임을 위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FCP는 이번 정관 변경을 ‘집중투표제 무력화’ 안건으로 규정하고 “집중투표제 본래 취지와 주주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나 이사를 선임할 때 주주에게 선임할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부여하고, 이를 특정 후보에게 몰아서 투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대주주가 유리한 일반적인 이사 선임 방식과 달리 소수파가 지지하는 이사가 선임될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소액주주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로 꼽힌다. FCP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도 해당 안건에 반대를 권고한 것을 들며 국민연금과 기업은행 등 KT&G 주요 대주주들이 반대표를 행사할 것을 촉구했다.
KT&G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이번 정관 변경은 대표이사 선임에 대해 전체 주주 찬반 의견을 묻고 이를 표결에 반영하고자 하는 취지로, 출석 주주 과반 이상 찬성을 통해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것이 주주 의사를 정확히 반영할 수 있는 선임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통합집중투표를 통해 대표이사를 선임할 경우 경영안정성을 저해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현재 방식에서는 대표이사가 득표순으로 선임되는데, 복수 후보로 표가 분산되면 50% 이상 찬성을 얻지 못한 사장이 선임될 수 있기 때문이다.
KT&G는 “국내외 유력 기관투자자와 주요 주주들은 통합집중투표를 통해 대표이사를 선임했던 지난해 당사 주총에 대해 여러 경로로 우려를 전달해왔다”면서 “이에 1주 1의결권 원칙에 따라 전체 주주 찬반여부를 정확히 반영하고자 정관 개정을 추진하게 됐다”고 전했다.
■”저평가된 주가 경영진 탓” 공세…KT&G 반박에도 공방 지속
FCP 홈페이지에 게시한 '방경만 CEO 첫해 성적표'. (사진=FCP 홈페이지 캡처)
그간 FCP는 지배구조 문제로 인해 KT&G 주가가 현저히 저평가됐다는 주장을 반복해 왔다. 2002년 민영화를 통해 지분율이 분산된 KT&G는 대표적인 ‘주인 없는 회사’ 중 하나로 꼽힌다. 특정 대주주가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지 않은 만큼 대표이사에게 경영 권한이 집중된다. FCP는 KT&G 이사회가 사실상 견제기능을 상실하면서 책임 없는 경영이 이어졌고, 이로 인해 주가가 ‘떨어질 여력이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충분한 주가 상승 여력이 있음에도 주가가 저평가되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경영진 책임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KT&G 측 입장은 다르다. KT&G는 해외궐련, NGP 등 담배부문 본업 경쟁력 강화를 기반으로 영업이익 턴 어라운드 등 수익성 제고에 기반해 기업가치 향상을 이끌고 있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국내 경기침체 영향에 따른 부동산, 건기식 부진에도 지난해 KT&G 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0.8%, 1.8% 동반성장을 달성했다. 지배구조 면에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부분 국내 기업이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를 선출하는 것과 달리, 현재 KT&G는 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를 선임하고 있다. 최고경영진에 대한 주주 견제 기능을 보다 강화한다는 취지다. 이는 실제로 다수 거버넌스 평가기관으로부터 지배구조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FCP는 ‘주주 가치 제고’를 내세우고 있지만, 무리한 주장을 거듭하면서 결국 단기 수익 실현이 목적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당장 지난해 10월, FCP는 별다른 사전 협의 없이 갑작스럽게 KT&G에 KGC인삼공사를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건넸다. KGC인삼공사는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담당하는 KT&G 핵심 자회사로, KT&G는 해외궐련, NGC와 함께 건기식을 3대 핵심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KT&G는 FCP가 인삼공사 가치 산정 등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비판하며 인수 제안을 일축했다.
올해 초에도 FCP는 KT&G 전직 경영진이 자사주 출연을 통해 회사에 최대 1조원에 달하는 손해를 끼쳤다며 공격을 이어갔다. 하지만 KT&G는 이 역시 허위주장이라고 반박했다. FCP 측은 KT&G가 산하재단 등에 의결권 12% 이상에 달하는 자기주식을 무상 또는 저가로 기부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처분 자사주 절반에 달하는 주식은 직원이 직접 출연하는 우리사주조합에 대한 유상출연 등에 해당했다. 절차적 정당성 측면에서도 이사회 결의 및 공시 등 법령상 요구되는 제반 절차를 모두 준수해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FCP가 출처도 불분명하고 사실관계도 부정확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비판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면서 “최근 KT&G가 해외궐련과 전자담배, 건기식 등에서 일군 성과는 평가절하하고 무리한 주장을 계속하는 것은 단기 이익을 좇는 전형적인 사모펀드 행태로 비춰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