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백두산' 스틸
‘시동’과 ‘백두산’이 정면으로 맞붙고 있으며, 곧 ‘천문’이 경쟁에 뛰어든다. 3편의 영화들이 정면 대결을 앞두고 있지만, 작품마다 매력이 달라 골라 보는 재미가 있다.
18일 개봉하며 가장 먼저 관객들을 만난 ‘시동’은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지만, 다음날 ‘백두산’이 개봉을 하면서 2위로 밀려났다. 그러나 영화의 유쾌한 매력이 호평을 받고 있으며, 손익분기점도 ‘백두산’보다 낮아 어떤 성과들을 거둘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시동’의 손익분기점은 230만, ‘백두산’의 손익분기점은 730만으로 알려졌다.
세 편의 영화 중 유쾌한 매력이 가장 돋보이는 영화다. 정체불명 단발머리 주방장 거석이형(마동석 분)을 만난 어설픈 반항아 택일(박정민 분)과 무작정 사회로 뛰어든 의욕 충만 반항아 상필(정해인 분)이 진짜 세상을 맛보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조금산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활약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모든 게 불만스러워 어설프게 반항을 일삼는 택일과 상필 콤비의 귀여움이 영화의 매력을 높인다. 독특한 이력을 가진 미스터리한 남자 장풍 반점 주방장 거식이형의 존재감도 빼놓을 수 없다. 단발머리에 분홍색 티를 입고 기묘한 웃음을 짓는 거석이형을 연기한 마동석은 웃음 속 의뭉스러운 의도를 디테일하게 표현하며 영화 내내 궁금증을 만들어낸다.
다만 폭소가 끊이지 않는 코미디 영화를 기대한 관객들이라면 실망할 수 있다. 공감을 바탕으로 한 일상적인 에피소드들이 공감 가득한 웃음을 만들기는 하지만, 대놓고 코미디가 강조된 코믹 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가출 청소년의 현실, 미성년자 성매매, 재개발 문제 등 사회의 어두운 이면이 반영돼 씁쓸함을 주기도 한다. 공감과 웃음의 적절한 조화가 편안한 재미가 강점인 영화다.
다음 날인 19일 출격한 ‘백두산’은 스케일이 강조된 재난 블록버스터다. 특히 백두산 폭발이라는 역대급 소재를 다뤄 볼거리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큰 건물이 무너지는 장면이나 지진으로 혼란에 빠진 도심의 모습 등 재난 상황을 생생하게 구현하며 볼거리를 충족시킨다.
이병헌을 비롯해 하정우, 배수지, 마동석, 전혜진 등 베테랑 배우들이 펼치는 연기를 접하는 재미도 있다. 코믹과 진지함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이병헌, 하정우의 콤비가 맹활약하며 쉴 틈 없이 웃음과 눈물을 자아낸다.
단점은 치밀한 전개가 돋보이는 서사가 탄탄한 영화는 아니라는 것이다. 극장 안에 있는 2시간을 온전히 즐기기에 적합한 엔터테이닝 무비다. 신선함이나 새로운 재난 영화를 원하는 관객들이라면 선택하지 않는 편이 낫다.
사진=영화 '시동' '천문: 하늘에 묻는다' 스틸
세 영화 중 가장 뒤늦게 출사표를 던지는 ‘천문: 하늘에 묻는다’(이하 ‘천문’)는 유일하게 사극 장르로 관객들을 만난다. 사극이지만 마냥 무거운 영화는 아니다. 세종과 장영실이라는 익숙한 이야기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봤다는 차별화가 관전 포인트가 된다. 색다른 매력의 ‘천문’이 박스오피스 순위 변동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다.
세종과 장영실의 업적을 강조하기 보다는 두 사람의 관계와 내면의 감정에 집중했다. 그들의 감정을 따라 영화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들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들이 눈에 들어온다. 때문에 애틋함과 무한한 신뢰, 또 가끔은 서운한 감정 등 군신 관계를 넘어 같은 꿈을 꾸는 동료처럼 그려진 세종과 장영실의 관계 변화를 집중적으로 보면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특히 긴 세월 서로를 향한 감정들을 차근차근 쌓아가는 세종과 장영실을 연기한 한석규, 최민식의 열연이 영화의 재미 대부분을 책임진다. 다소 느리게 쌓아가는 ‘천문’이 지겨울 법도 하지만, 사소한 감정 하나 놓치지 않고 포착하며 입체감을 만드는 두 사람의 연기가 보는 이들의 눈을 붙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