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서 죽이야기 대표가 지난 23일 서울 중구 죽이야기 남대문시장점에서 브랜드 리뉴얼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성준 기자)

“22년을 맞은 죽이야기가 브랜드 리뉴얼을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섭니다. 4년간의 시범운영 끝에 도입한 ‘솥밥솥죽’이라는 콘셉트로 가맹점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목표는 죽 전문점을 넘어 ‘한식 캐주얼 레스토랑’으로 자리잡는 것입니다.”

임영서 죽이야기 대표의 말이다. 죽이야기는 지난 23일 서울 중구 죽이야기 남대문시장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죽이야기 브랜드 리뉴얼 전략과 함께 ‘솥밥솥죽’ 신메뉴를 소개했다. 이날 임 대표는 브랜드 리뉴얼에 나서게 된 배경과 주요 변경점, 향후 사업 방향 등을 직접 발표했다.

임 대표는 “죽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후발주자였던 죽이야기는 한때 매출에서 경쟁사를 앞서기도 했지만, 현재는 격차가 많이 벌어진 상황”이라며 “소비 트렌드 변화에 맞춰 신세대를 공략하지 않으면 더는 성장할 수 없다고 판단해 2019년부터 ‘솥죽솥밥’을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는 ‘아픈 사람’들이 죽을 주로 찾았기 때문에 이들을 타깃으로 삼았지만, 이제는 건강한 사람도 식사로 즐겨 먹는 시대가 됐다”면서 “하지만 4명이 모이면 그 중 한명은 죽을 안 먹는다고 할 정도로, 여전히 죽을 식사 메뉴로 고려하지 않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에 볶음밥에서부터 덮밥, 솥밥까지 메뉴를 다양화하는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곱대창솥밥'과 '유산슬해물덮죽'. (사진=김성준 기자)

‘솥밥솥죽’은 메뉴를 다양화하면서도 타 브랜드와 차별화할 수 있는 요소를 마련하기 위한 고민 끝에 탄생했다. 2019년 당시는 ‘솥밥’이 지금처럼 대중화되기 이전이었다. 임 대표는 솥을 통한 조리가 젊은 소비자들에게 신선함과 건강한 이미지를 모두 전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문제는 조리 과정이었다. ‘솥밥’과 ‘솥죽’을 함께 판매해야 하는 만큼 재료 준비에서부터 새로운 매뉴얼을 만들어야 했다.

또 다른 과제는 ‘노동력’이었다. 불 앞에서 오랜 시간동안 끓이면서 계속 저어줘야 하는 조리 특성 때문에 피로도를 호소하는 가맹점주가 많았다. 죽이야기를 폐점하는 가맹점주 7할 정도가 폐점 이유로 매출이 아닌 피로도를 꼽을 정도였다. 임 대표는 조리 기법 자체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기계를 조리 과정에 적용해 시험하고 조리법도 변경하는 등 시행착오는 4년여간 이어졌다.

임 대표는 “매장에서 직접 솥밥과 솥죽을 시범 운영하면서 5명, 10명 등 손님이 한번에 몰릴 경우 조리시간이 30분에서 40분까지 길어지는 문제가 있었다”면서 “조리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죽밥’을 따로 준비하고 빠르게 조리할 수 있는 공장제 토핑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강조했다.

'솥밥솥죽' 조리에 사용하는 12구 연소기. (사진=김성준 기자)

현재 ‘솥밥솥죽’에서 ‘솥죽’은 5분만에, ‘솥밥’은 7분30초만에 조리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죽을 끓일 때 손으로 직접 젓고 으깨는 등 10분 이상이 소요됐다. 주방에서 한사람이 2개 정도를 동시에 조리하는 게 한계였다. ‘솥밥솥죽’은 다양한 테스트 끝에 화구 12개를 갖춘 업소용 대형 연소기를 도입했다. 미리 준비한 ‘죽밥’과 재료들을 솥에 넣고 타이머를 맞추면, 죽이 끓는 동안 옆에서 죽 위에 올릴 토핑 등을 손질할 수 있게 됐다. 한 사람이 동시에 조리할 수 있는 요리 수도, 조리에 들어가는 품도 크게 줄어들었다.

임 대표는 “’솥밥솥죽’은 압력의 힘으로 만들어진다. 재료를 넣고 솥에 넣고 압력으로 끓이면 재료에 배어 있는 양념을 통해 자동으로 간이 되고, 죽을 볶거나 저어줄 필요도 없어졌다”면서 “뚜껑을 덮어놓고 압력으로 끓이다 보니 기존 조리과정에서 날아가던 냄새가 솥 안에 갇히고 산화도 덜해 죽의 풍미와 찰기가 더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새로운 콘셉트 매장은 기존 죽 전문점 매장보다 젊은 고객 방문이 늘었다. 매장 매출은 물론 포장 매출도 함께 상승했다. 임 대표는 ‘솥밥솥죽’ 브랜드가 완성됐다고 판단하고, 본격적으로 가맹점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기존 10평대 소규모 매장을 주로 출점하던 것과 달리, 20평에서 50평에 이르는 대형 매장을 중점적으로 늘린다는 전략이다. 올해 대형매장 출점 30개가 목표다. 현재까지 6개 매장을 개점했고, 12개 매장이 개점을 준비 중이다.

임 대표는 “대형병원이나 건강검진센터 등에 대형 매장을 공격적으로 입점하고, 지난주부터 가맹점 모집 광고도 다시 시작했다”면서 “일매출 40~50만원짜리 매장 500~600개보다는 일매출 100~200만원을 올리는 매장 200~300개가 맞다는 판단에서 최근 출점한 매장들은 기존 매장보다 3배 이상 규모로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중구 죽이야기 남대문시장점에서 고객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김성준 기자)

임 대표의 다음 목표는 보다 ‘가성비’를 높인 죽이다. 임영서 죽이야기 대표는 “이전에는 죽을 끓이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다, 국산 재료만 고집하다 보니 단가를 낮추기가 힘들었다”면서 “값싼 외국산 식자재를 쓸까 하는 유혹도 있었지만, 처음 고집을 이어가기로 했다. 5000원, 6000원 정도 가격대 죽을 만드는게 꿈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