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일 스타벅스 스토어디자인팀 팀장. (사진=스타벅스코리아)
“스타벅스는 단순하게 커피를 마시는 공간을 뛰어넘어 고객이 관계를 맺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브랜드입니다. 오늘날 스타벅스 고객들은 매장에서 다양한 관계를 맺고 있고 그만큼 고객이 브랜드에 바라는 경험도 다양화됐습니다. 스타벅스 매장을 디자인하면서 늘 목표로 삼는 것은 매장을 찾은 모든 고객이 각자의 기준에서 ‘좋은 경험’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윤경일 스타벅스 스토어디자인팀 팀장의 말이다. 윤 팀장은 지난 2008년 스타벅스에 입사한 뒤부터 현재까지 줄곧 스타벅스 매장 설계와 콘셉트 개발을 이끌고 있다. 그가 입사할 당시 300개 남짓이었던 스타벅스 매장은 현재 2000개를 넘어섰다. 대부분 스타벅스 매장에는 윤 팀장의 손길이 닿은 셈이다.
실제로 윤 팀장은 DT(Drive-thru, 드라이브-스루) 매장부터 리저브 매장, 더(The) 매장과 스페셜스토어 등 다양한 콘셉트 매장을 설계하고 도입해 왔다. 특히 DT 매장 도입 초기에는 사소한 요소 하나까지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바닥부터 ‘매뉴얼’을 쌓아 올려야 했다. 음료를 전달받는 곳의 높이에서부터 차량 출입로에 설치할 경광등과 같은 안전시설에 이르기까지 허투로 넘길 것이 없었다.
윤 팀장은 “당시 미국이나 일본에는 DT매장이 흔했지만 한국에서는 비교적 낯선 개념이었다. 새로운 형태 매장이 좋은 고객 경험으로 이어지도록 많은 신경을 써야 했다”면서 “첫 DT매장인 경주보문로DT점을 준비할 때는 일주일에도 몇 번씩 서울에서 경주까지 출장을 갈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당시 기울였던 노력이 오늘날 500여개 DT매장 기초가 된 것을 보면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윤 팀장이 스타벅스 매장 디자인에서 핵심으로 삼는 것은 ‘소통’이다. 스타벅스 매장은 단순히 커피를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고객과 관계를 맺는 공간’이자 ‘고객끼리 관계를 만들어가는 공간’이 돼야 한다는 철학이다. 공부나 업무, 휴식, 모임 등 다양한 목적으로 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스타벅스를 통해 형성한 관계들은 브랜드에 대한 애정으로 연결되고, 이는 다시 고객 재방문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이다.
그는 “트렌디한 공간, 핫플레이스, 오래 머무르고 싶은 공간 등 고객들이 매장에서 원하는 부분은 각양각색이다. 틀에 박힌 일관된 공간만으로는 이들의 요구를 모두 만족시켜줄 수 없다”면서 “하지만 고객마다 모두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좋은 공간, 좋은 경험에 대해서도 한가지 잣대로만 평가할 순 없었다. 그래서 ‘고객 요구’를 보다 열려 있는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공간에 진심으로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윤경일 스타벅스 스토어디자인팀 팀장. (사진=스타벅스코리아)
그는 ‘좋은 경험’을 위한 ‘좋은 공간’의 조건으로 세가지를 꼽았다. 분명한 목적과 목표 등 ‘명확한 존재 이유’가 있어야 하고, 다양한 그룹 고객에게 ‘일관된 브랜드 경험’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며, 고객뿐만 아니라 사회와도 긍정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타벅스가 힘을 주고 있는 ‘스페셜 스토어’는 이런 배경에서 탄생하게 됐다.
지난 5월 문을 연 ‘세종예술의전당점’의 경우 ‘패밀리 프렌들리(Family Friendly)’를 콘셉트로 삼아 문화·예술 향유 고객과 가족단위 고객 모두를 아우르는 스타벅스를 만들고자 기획됐다. 커피와 예술의 조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작가와 아트웍을 제작했고, 로비형태 레이아웃도 구성했다. 유아 신체를 고려한 좌석 제작, 유아용 도서 비치 등 가족단위 고객을 위한 디자인을 반영하면서도 일반 고객 경험을 해치지 않도록 공간을 분리하는 설계를 적용했다.
반려동물 특화매장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최근 반려동물을 동반한 고객이 많아진다는 현장 경험은 반려동물과 함께 가족처럼 즐길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아이디어로 이어졌다. 좌석 효율이 떨어져 고객 대기시간이 다소 길어지더라도 펫과 온전히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디자인했고, 동시에 반려동물을 불편하게 여기는 고객의 경험을 해치지 않도록 동선을 분리했다.
윤 팀장은 “매장에서 고객이 원하는 부분을 어떻게 풀어갈지, 그리고 풀어낸 결과물을 통해 고객을 설득할 수 있도록 하는 디자인이 중요하다”면서 “고객 눈높이는 단순히 매출만 따져서는 충족시킬 수 없을 만큼 높다. 디자인 요소마다 ‘이게 과연 고객 경험과 맞는가?’라는 고민이 필요하다. 스타벅스는 고객 기대 이상을 해내야 하는 브랜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객이 스타벅스에서 기대하는 보편적인 브랜드 경험을 유지하면서도 매장마다 독특한 콘셉트를 부여하는 것은 도전적인 과제였다. 공간을 구성하는 각 요소들, 상호간 관계와 구성요소를 이루는 세부 사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소들을 종합해 고객으로 하여금 하나의 통합된 요소로 느끼게 해야 했다. 윤 팀장은 이를 위해 ‘흔들리지 않는 기준’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콘셉트가 뚜렷하지 않다면 브랜드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고객에게 제대로 납득시킬 수 없다”면서 “확고한 방향성 없이 일시적인 유행을 좇아 매장을 만든다면 결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힙함’이 빠지는 순간 그 매장은 매력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스타벅스 스페셜스토어는 입점 계획이 세워지면 모든 유관부서가 함께 콘셉트를 확정하고 부서간 다양한 아이디어를 서로 공유한다. 음료나 푸드 개발팀에서 인테리어팀으로 아이디어를 전해주기도 하고, 반대로 인테리어팀에서 메뉴에 대한 제안을 건네기도 한다. 고객에게 어떤 경험을 전할지를 함께 고민하면서 매장 콘셉트에 대한 완성도를 높여가는 과정이다.
윤경일 스타벅스 스토어디자인팀 팀장은 “앞으로도 스타벅스 매장을 스타벅스만의 브랜드 가치로 차별화하고, 공간을 통해 고객 경험이 유기적으로 흐르는 매장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목표”라면서 “남녀노소 다양한 고객들이 저마다 원하는 ‘좋은 경험’의 교집합을 찾고, 이를 공략해 고객에게 꾸준하게 사랑받는 매장을 만들고자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