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두 더불어민주당 게임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 (사진=김태현 기자)
게임은 학생·청년층에게 뗄레야 뗄 수 없는 취미로 자리잡았다. 동시에 게이머들도 이젠 정치와 게임이 동떨어진 주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셧다운제부터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분류 사건, 게임 질병코드 도입 문제까지 여러 이슈가 정부의 정책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모습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6월 대선을 앞두고 어느 때보다도 게임-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 황희두 더불어민주당 게임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만나 게임과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지난달 29일 용산구 카페에서 뷰어스와 만난 황 위원장은 "단기적인 성과가 아닌, 지속가능한 게임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역대 정부들의 정책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간의 정책들이 상대적으로 눈에 보이는 성과에만 치중해 온만큼, 이제부터 게임의 문화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장기적인 비전을 고민하겠다는 의지다.
황희두 위원장은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에서 정치활동가로 넘어온 다소 특이한 이력을 지녔다. 그는 정치 활동에 뛰어든 계기로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 댓글 여론 조작 사건을 들었다. 그는 "이젠 흑역사지만, 원래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 인터넷 커뮤니티에 심취해 있었다. 그런데 당시 국정원이 댓글로 여론을 조작했던 사건에 큰 충격을 받았고, 인터넷 '키보드 워리어'에서 벗어나 세상을 바꿔보자는 승부욕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인으로서 제 목표는 게임과 정치 사이의 가교다. 게임의 부정적인 측면은 누구나 목소리 높여 외치는데, 긍정적인 부분은 힘이 약하다"며 "특히 정치판에 와서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가 '게임하던 놈이 뭘 안다고 떠드냐'였고, 이러한 인식을 바꾸는 게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게임 문화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황 위원장은 "일부 게이머들의 공격적인 채팅 문화는 잘못된 점이 있지만, 그것이 전부라고 보면 안된다. 자칫 모든 게이머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게임을 통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팀워크를 배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일례로 '롤'에서는 5개의 라인과 역할군이 나뉘는데, 게임을 시작하면 누가 지시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협력하고 소통한다"며 "이런 과정 자체에 우리의 인생이 담겨 있고, 배울 점이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롤'의 승급전이다. 더 높은 랭킹을 달성하기 위해 게임에 진지하게 임하고, 목표 달성을 위한 자기 희생과 노력, 마인드 컨트롤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숙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황 위원장에게 이 같은 마인드 셋을 갖춘 최고의 프로게이머는 SKT T1의 페이커 선수다. 그는 "페이커 선수가 2013년 '고전파' 시절 데뷔했을 때부터 팬이었다"며 "'스타크래프트'에서 '롤'로 이스포츠 산업이 변하는 시기 가장 두각을 드러낸 선수였고, 이후에도 프로게이머로서의 사회적 책임, 리더십과 무게감을 지켜보며 배울 점이 많은 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게임특위에서 이스포츠 산업을 비롯한 게임업계 전반의 진흥을 위해 힘쓸 계획이다. 그는 "지금까지의 게임 정책은 총선이나 대선에서 일회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게임특위에서 다양한 어젠다를 지속적으로 이끌어 보려 한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집중하는 현안은 게임중독 질병코드 도입 이슈다. 정부가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질병분류체계(ICD)에 따라 게임이용장애를 한국표준질병분류(KCD)에 등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에 특위와 함께 객관적 근거가 확보되기 전까지 섣부른 도입을 유보하고, 타당성 검증을 위한 중장기 연구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최근 게임특위에서 질병코드 도입 유보로 정책 제안을 발표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모두 반대하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다만 의학·교육계와 맞부딫혀야 하는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최선의 선택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게임물관리위원회의 개편이다. 앞서 게임특위는 게관위의 기능을 조정하거나 필요시 통폐합을 추진한다는 정책 제안을 공개한 바 있다. 그는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사전 검열과 같이 일부 영역에서 과도한 권한을 가졌다고 생각하고, 점진적 폐지를 목표로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이를 통해 점진적으로 게이머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 나간다는 방침이다. 그는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전장을 확장하고 무모한 전투를 시도하다 일을 그르치는 경기를 많이 봤다"며 "확실히 이길 수 있는 전장에서 싸우고, 이 곳에서의 승리를 바탕 삼아 후속 정책 과제들도 수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스포츠 산업도 마찬가지다. 황 위원장은 "정치권에서 e스포츠 산업 현황이 제대로 업데이트 되지 않고 있다"며 "일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 선수들을 중심으로 '이 정도면 잘하고 있는 거 아닌가'라는 인식이 퍼져 있고, 결국 인지도가 낮은 게임단, 선수들에 대한 처우 개선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다행히 이전에 비해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 이젠 표준 계약서도 작성하고, 기본급도 꽤 올랐지만 그럼에도 은퇴 이후라던지 향후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며 "e스포츠 종주국이라는 이름에 비해 국가 차원의 투자와 관심이 너무 적다"고 덧붙였다.
프로게이머들의 은퇴 이후 방향성 중 하나로 군대, 국방 산업과의 연계를 제시했다. 그는 "AI 시대가 다가오면서 드론과 같은 미래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프로게이머들은 전략, 전술, 팀워크, 반응속도 등 여러가지 면에서 검증된 인재다. 물론 사전에 교육이 필요하겠지만, 각자의 특기를 살려서 제2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5년 동안 수십년 뒤의 미래 게임산업의 토대를 마련한다는 목표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국방·안보 분야에서도 이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연결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싶다"며 "또 우리나라 게이머들이 잠재력을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 개선 작업을 이어가고, 정치인들의 부정적인 인식 또한 내부에서부터 바꿔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