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광약품 본사 전경.사진=부광약품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

한 가전업체가 광고에 사용했던 이 슬로건은 우리나라 광고사에 남는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누구나 경험과 직관을 통해 이 말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선택은 '순간'이지만 그 순간 이전에 경영자와 임직원은 수 많은 고민과 검토, 논의를 거듭한다. 그렇게 결행한 신사업 투자, 인수합병(M&A) 등 경영 판단은 10년 후 기업을 바꿔놓는다. Viewers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기업들이 지난 10년 전 내렸던 판단이 현재 어떤 성과로 이어졌는지 추적하고 아울러 앞으로 10년 후에 어떻게 될 것인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지난해 흑자전환으로 탄력을 받은 부광약품은 이제 5년 내 국내 상위 20위권 제약사로 발돋움 하겠단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덱시드 성공 경험을 기반으로 CNS(중추신경계) 영역의 사업을 강화하고 R&D에 적극 투자해 실적과 신약개발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단 각오다.

4일 부광약품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은 478억, 영업이익은 3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39%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에 성공한 수치다.

부광약품 측은 “올해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덱시드’와 ‘치옥타시드’가 전년 동기 대비 234%의 매출 성장을 보였다. 또 CNS(중추신경계) 전략 제품군 전체로는 전년 동기 대비 17%의 실적 성장률을 기록하며 시장 평균 성장률인 3%를 크게 상회했다”며 “올해 1분기 실적 반등과 수익성 회복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CNS 사업 강화와 R&D 투자로 외형성장-R&D 다 잡는다

부광약품 주요 파이프라인. 사진=부광약품 IR 자료

2030년 20위권 제약사를 향한 사업부문별 추진 전략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먼저 정신과 분야에서는 주요 학술대회 참여를 통해 항정신병 치료제인 ‘라투다’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자 하며 이를 통해 처방 확대를 유도한다. 신경과 분야에서는 치매복합제인 아리플러스를 새롭게 출시하며 제품의 특장점을 중심으로 한 타겟 마케팅을 통해 시장 내 빠른 안착을 목표하고 있다. 또 아리플러스 외 하반기에 레가덱스, 부디앙 등 신제품이 올해 총 3개 출시될 예정이다.

유상증자로 확보된 1000억원 실탄은 R&D 역량 강화에 집중 투입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중장기적으로 2030년 ‘20위권 제약사’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부광약품은 지난 3월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한 바 있다. 이번에 조달하는 자금은 공장 설비 투자와 R&D 고도화, 제조처 확보 등에 쓰일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공장 시설 투자를 위해 총 495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1단계에는 약 214억원, 2단계에는 약 281억원이 순차적으로 집행될 계획이며 생산 능력 증대와 품질 고도화를 위해 투자 자금 사용 목적이 설정 됐다. 회사 측은 리모델링을 통해 안산 공장의 생산능력이 약 40%까지 증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그간 생산능력 부족으로 잦을 수밖에 없었던 의약품 품절 문제를 해결하고 매출을 더 증대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 개발에는 300억원 정도가 투입된다. R&D 투자 금액의 구체적인 사용처로는 신규 제제 개발 및 기존 제제 개선에 132억원, 합성 신약 연구에 43억원, 공동 개발 및 제제 기술 이전 등 개발 과제 도입에 47억원을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또 라투다 등 기존 제품의 적응증 추가를 위한 임상 연구에 42억원, 연구개발 관련 투자에 약 37억원을 사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목할 만한 신약 파이프라인으로는 파킨슨병 환자의 아침무동증 ‘CP-012‘가 있다. 자회사 콘테라파마가 개발중인 CP-012는 영국에서 임상 1b상을 순조롭게 진행중이다. 부광약품은 지난해 주력 파이프라인을 CP-012로 정한 만큼 임상 성과에 집중하고 있다. 회사는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다면 지난해 미국 2상을 중단한 파킨슨병 이상운동증 치료제 JM-010보다 더욱 큰 시장성을 갖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른 자회사 역시 R&D를 진행 중이다. 회사 측은 싱가포르 면역치료 전문 제약사 아슬란과 부광약품의 합작회사인 재규어테라퓨틱스가 개발하고 있는 면역항암제 생체 효력시험 결과가 올해 하반기에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부광약품은 향후 재규어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형암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고, 글로벌 파트너십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기존 제품군(라투다정·덱시드·치옥타시드 등) 실적 회복과 맞물려 R&D 시너지도 기대된다.

또한 2019년 신경퇴행성 질환 치료제 분야 개발을 강화하기 위해 이스라엘 바이오기업 프로텍트 테라퓨틱스에 투자를 진행했다. 이후 2023년 1월 지분 확대를 통해 자회사로 인수했다. 프로텍트 테라퓨틱스는 현재 미국 소재 대학교와 희귀신경질환을 대상으로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부광약품 측은 “이번 증자를 통해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자체 연구역량 강화를 추진해 신제품 개발 및 기존 제제의 개선연구, 합성신약연구, 외부 개발과제의 도입, 임상개발 및 연구개발을 위한 설비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