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오후 롯데백화점 본점 패션관. 겨울 정기세일이 진행 중임에도 매장이 한산하다. (사진=내미림 기자)
#.“세일 시작한 거 맞나요?”
7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본점 2층 여성복 매장 앞에서 한 중년 고객이 직원에게 이렇게 묻고 있다. 질문을 들은 직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네, 정기 세일 기간 맞습니다”라고 답했지만 고객은 옷을 한번 더 살펴보더니 가격표를 확인한 뒤 매장을 나섰다. 계산대는 비어 있었다.
연말 정기 세일이 한창이지만 매장 분위기가 차분하다. 백화점 건물 상층부로 올라가도 이 같은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았다. 매장마다 ‘50~60% 할인’ 안내판이 붙어 있었음에도 쇼핑백을 든 고객은 쉽게 보이지 않았다. 평일임을 감안해도 백화점 정기 세일이 무색할 정도다.
여성복 매장 직원A씨는 “주말보다 평일이 훨씬 조용하다”며 “세일 기간인데도 매출은 작년보다 줄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회현동 신세계백화점 본점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지하 식품관에는 점심시간을 맞아 발길이 몰려있었다. 그러나 패션 매장이 모인 4~6층은 한산했고 매장 입구에서 옷을 바라보다가도 안으로 들어오는 고객은 많지 않았다.
40대 한 여성 고객은 “예전엔 세일 시작하면 일부러 날짜를 맞춰 왔는데 요즘은 꼭 사야 할 게 아니면 그냥 지나친다”며 “온라인이 더 싼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손에는 쇼핑백 대신 휴대전화만 들려 있었다.
오후 3시 무렵 찾은 현대백화점 신촌점 역시 젊은 고객 발길을 모으는 데 성공했으나 소비로 이어지진 않는 모습이다. 피팅룸 앞 대기 줄은 짧았고 옷을 입어본 뒤 거울 앞에서 사진을 찍고 나가는 모습이 반복됐다. 한 매장 직원은 “입어만 보고 온라인에서 사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 세일 시작되도 한산한 백화점, 왜?
겨울 정기세일이 진행 중인 백화점 매장 입구에 ‘퍼스트 세일(FIRST SALE)’ 안내물이 부착돼 있다. (사진=내미림 기자)
신년 세일로 시끌벅적했던 백화점 풍경이 달라진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장기불황에 소비절벽이 이어지면서 백화점들이 대대적으로 신년세일을 진행해도 과거와 같은 구름인파는 사라진지 오래다. 백화점 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e커머스로 고객이 몰린 영향이 컸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프라인 백화점 매장은 매장 공간·서비스·재고 관리 비용이 포함돼 단순 할인율 이상의 가격이 붙는 경우가 많은 반면, 온라인몰은 동일 제품이라도 10~20% 이상 저렴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매장을 둘러보는 사람은 많아도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비율은 낮다는 게 업계 종사자들의 말이다.
백화점 식당가나 푸드코트로 고객을 유인해 오프라인 매장 매출을 올리겠다는 전략도 이번 세일에서는 통하지 않은 분위기다. 실제 이날 방문한 백화점 3곳 모두 식당가애는 점심·저녁 시간대 대기 줄이 보였지만 식사를 마친 고객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빠르게 외부로 이동하고 있었다. 예전처럼 식사 후 아래층으로 내려오며 쇼핑하는 모습도 없었다. 선물 구매 및 연말 모임 수요가 맞물리면서 식품관을 방문했던 고객 발길이 자연스레 백화점 상층 매장으로 이어지던 지난해 연말 풍경도 찾을 수 없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고객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경기 불황이 길어지면서 세일이 소비를 자극하는 힘은 확실히 약해졌다”고 설명했다. 백화점업계 한 관계자는 “정기세일 기간임에도 매장 간 이동보다는 특정 공간만 이용하고 나가는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