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
한 가전업체가 광고에 사용했던 이 슬로건은 우리나라 광고사에 남는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누구나 경험과 직관을 통해 이 말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선택은 ‘순간’이지만 그 순간 이전에 경영자와 임직원은 수 많은 고민과 검토, 논의를 거듭한다. 그렇게 결행한 신사업 투자, 인수합병(M&A) 등 경영 판단은 10년 후 기업을 바꿔놓는다. Viewers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기업들이 지난 10년 전 내렸던 판단이 현재 어떤 성과로 이어졌는지 추적하고 아울러 앞으로 10년 후에 어떻게 될 것인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1994년 설립된 넥슨은 지난 30여년간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을 통해 게임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해왔다. 세계 최초의 그래픽 MMORPG ‘바람의 나라’를 시작으로, ‘퀴즈퀴즈’, ‘크레이지 아케이드 비앤비’, ‘카트라이더’ 등 캐주얼 게임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국내 게임 시장의 호황을 이끌었다. 이후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등 강력한 IP를 보유한 개발사들을 인수하며 포트폴리오를 전략적으로 확장했다.
2011년 12월, 넥슨은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1부(현 프라임시장)에 상장하며 글로벌 게임사로 도약을 본격화했다. 상장 당시 약 5500억 엔 규모였던 시가총액은 10년 뒤인 2021년 약 2조 8400억 엔(한화 약 30조 원)을 돌파하며 4배 이상 성장했다. 이후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약 2조 엔대의 시가총액을 유지하며 견고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넥슨)
■ 이정헌 대표 체제 아래 체질 개선과 매출 성장
2015년부터 넥슨은 모바일 게임 사업 확대를 본격화했다. 그해 넥슨이 선보인 모바일게임 ‘히트(HIT)’는 국내 양대 앱마켓에서 출시 하루 만에 최고 매출 1위를 차지했으며,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수 2500만 건을 돌파했다. 2018년 이정헌 대표(현 넥슨 일본 법인 대표) 취임과 함께 ‘히트’를 개발한 넷게임즈(현 넥슨게임즈)를 인수하며 모바일 개발 역량을 한층 강화했다.
특히 이정헌 대표는 유저 친화적 운영 중심의 ‘라이브 서비스’ 전략을 내세우며 ‘메이플스토리’, ‘FIFA 온라인 4’(현 FC 온라인),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등 핵심 타이틀의 콘텐츠 경쟁력을 극대화하며 차별화된 서비스 체계를 구축했다.
또 2020년부터는 모바일 게임 개발 및 운영 역량이 빛을 발휘하며, ‘V4’, ‘바람의나라: 연’,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FC 모바일’, ‘블루 아카이브’, ‘던전앤파이터 모바일(한국)’ 등 굵직한 신작들이 연이어 흥행에 성공했다.
이 대표의 ‘라이브 서비스’ 고도화 전략 아래 기존 PC 장수 타이틀과 모바일 신작들의 성과가 맞물리며 넥슨은 본격적인 성장세를 이어갔고, 2022년 국내 게임사 최초로 연 매출 3조 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 ‘글로벌’과 ‘멀티 플랫폼 전략’, 국내 게임사 최초 매출 4조원 달성
넥슨은 2023년부터 ‘글로벌’과 ‘멀티플랫폼’을 신규 개발의 핵심 축으로 삼고, 글로벌 PC 게임 유통 플랫폼인 스팀(Steam)과 콘솔 등을 적극 활용해 해외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특히 ‘선택과 집중’ 전략 아래 대형 프로젝트에 개발 인력을 집중하고 과감한 투자를 이어온 결과,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2023년 3월 출시된 PC·모바일 멀티플랫폼 MMORPG ‘프라시아 전기’는 몰입감 있는 스토리텔링과 실시간 전쟁 시스템, 고퀄리티 그래픽을 앞세워 출시 후 국내 앱 마켓 상위권에 안착한 뒤 안정적인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
싱글 패키지 게임 ‘데이브 더 다이버’는 스팀 정식 론칭 후 사용자 평가 ‘압도적으로 긍정적(97%)’을 기록했으며, 국내 패키지 게임 최초로 누적 판매 500만 장을 돌파했다. 메타크리틱과 오픈크리틱에서 모두 평점 90점을 획득하며, 국내 게임 최초로 ‘Must Play’ 배지를 받았고, 영국 BAFTA 게임 어워즈에서 한국 게임 최초로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같은 해 12월 출시된 팀 기반 FPS ‘더 파이널스’는 스팀에서 동시 접속자 수 27만 명, 출시 2주 만에 누적 플레이 수 1000만 건을 기록하며 글로벌 FPS 시장에서 존재감을 입증했다. 루트 슈터 장르의 ‘퍼스트 디센던트’는 지난해 7월 정식 출시 직후 글로벌 매출 1위를 차지했으며, 이후 최고 동시 접속자 수 55만 명을 기록했다. 특히 전체 이용자의 70%가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 유입되며 10년 넘게 동 장르 스테디셀러 IP들이 장악해온 서구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인했다.
이처럼 넥슨은 핵심 IP의 안정적인 매출과 글로벌·멀티플랫폼 전략 기반 신작들의 연이은 성공에 힘입어 지난해 국내 게임사 최초로 연간 매출 4조 원을 달성했다. 특히 이정헌 대표 취임 이후 7년 새 글로벌 연간 매출이 70% 이상 증가하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