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
한 가전업체가 광고에 사용했던 이 슬로건은 우리나라 광고사에 남는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누구나 경험과 직관을 통해 이 말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선택은 ‘순간’이지만 그 순간 이전에 경영자와 임직원은 수 많은 고민과 검토, 논의를 거듭한다. 그렇게 결행한 신사업 투자, 인수합병(M&A) 등 경영 판단은 10년 후 기업을 바꿔놓는다. Viewers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기업들이 지난 10년 전 내렸던 판단이 현재 어떤 성과로 이어졌는지 추적하고 아울러 앞으로 10년 후에 어떻게 될 것인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롯데건설 박현철 부회장 (사진=롯데건설)
한때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롯데건설이 도시정비사업 확대와 ESG 기반 기술 혁신을 통해 제2의 도약에 나서고 있다. 박현철 대표이사의 선제적 리더십 아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정비사업·친환경 건축·탄소 저감 기술을 중심으로 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있다. 전통적 시공 중심에서 첨단 기술 기반의 미래지향적 건설사로 탈바꿈 중이다.
■ 정통 건설사에서 ‘도시정비 리더’로…10년 전환 주도
2015년 당시 롯데건설은 그룹 계열사 중심 공사와 주택사업 확대에 집중하는 시점이었다. 그러나 PF 부담과 장기 미분양 리스크로 인해 체질 개선이 요구되던 시점에서 2022년 박현철 대표이사 체제가 출범하며 본격적인 구조 전환이 시작됐다.
박현철 대표는 롯데물산 대표와 지주사 경영개선실장을 거친 전략통으로, 위기 국면에서 유동성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에 주력했다. 취임 직후 부채비율을 235%에서 2024년 196%까지 낮췄고, PF 우발채무도 2년간 약 2조원 줄였다. 유동비율은 212%로 개선됐고, 차입금 의존도는 24% 수준으로 안정됐다.
이와 동시에 도시정비사업을 핵심 성장축으로 삼아 올해 수주 목표를 3조원으로 정했다. 상계5구역, 부산 연산5구역, 수원 구운1구역 등 대형 재건축·재개발 수주에 연이어 성공하며 수도권 중심에서 전국 대형 프로젝트로 확대하고 있다. 수익성 위주 선별 수주 전략도 병행하며 영업이익률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
현대건설·롯데건설 컨소시엄은 1조4000억원 규모의 부산 연산5구역 재건축사업 총회에서 시공사로 선정됐다. 사진은 부산 연산5구역 재건축사업 조감도. (사진=현대건설, 롯데건설)
■ ESG 경영·첨단 기술 혁신…건설사 역할 다시 써
롯데건설은 단순 시공을 넘어 ESG 경영과 기술 혁신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는 박현철 대표 체제에서 추진 중인 미래 전략의 핵심축으로 안전, 친환경, 디지털 기술을 중심으로 건설사의 역할과 정체성을 재정의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Let’s be Safe 2025!’를 슬로건으로 현장 중심 안전경영을 고도화했고, AI·CCTV 기반 통합 안전관리 시스템도 시범 도입됐다. 향후 주요 현장 중심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 규제 대응을 넘어 현장 리스크를 사전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는 체계 구축의 일환이다.
친환경 건축 기술에서도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본사 사옥에 설치한 ‘건물일체형 태양광 발전 시스템(BIPV)’은 도심형 제로에너지 빌딩 실현을 위한 시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롯데케미칼 등과의 협업을 통해 관련 기술 고도화 연구도 병행되고 있다. 태양광 모듈의 경량화와 수명 개선을 위한 소재 기술도 동시에 개발되고 있다.
롯데건설이 한일시멘트와 함께 개발한 ‘CO₂(이산화탄소) 주입 바닥용 모르타르’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롯데건설)
국책연구과제 참여를 통한 ‘이산화탄소 반응경화 시멘트’는 일반 시멘트 대비 200℃ 낮은 온도로 제조 가능하며, 석회석 사용량을 줄이고 이산화탄소(CO₂)와 반응해 굳는 친환경 소재다. 실제로 이 기술은 부산 롯데타워, 오산 세마 트라움 현장 등에 실증 적용돼 70% 이상 탄소감축 효과를 보였다.
또한 ‘CO₂ 주입 바닥용 모르타르’ 기술은 한일시멘트와의 공동개발을 통해 아파트 1000세대 기준 최대 30년생 소나무 1만 그루 이상을 심는 것에 준하는 탄소저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는 건설 현장의 직접적 탄소 저감 실현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ESG 경영은 단순한 사회적 요구 대응을 넘어 다음 10년을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 규제 변화 대응뿐 아니라 기술 내재화를 통해 스마트시티와 공공개발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 그룹 ESG 철학과도 결을 같이 하며 중장기 지속가능성 확보에 기여하고 있다.
■ 박현철 대표의 위기관리와 미래 전략이 바꾼 롯데건설
박현철 대표는 기획·개발·감사 등 롯데그룹 내 주요 보직을 두루 경험한 인물로 유동성 위기 극복과 전략적 수주 구조로 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또한 지난해에는 자체사업 매출이 약 2944억원 규모로 회복세를 보이며 자산 매각 효과가 현금흐름 개선에 기여했다. 특히 2023년 말부터 대규모 자산 매각과 분양률 안정(86~100%)을 통해 현금흐름 기반 경영으로 전환한 것이 주효했다.
박 대표는 “기술혁신 없이는 지속가능한 건설이 어렵다”며, ESG와 디지털 전환, 도시정비 중심 사업 구조의 조화를 강조하고 있다. 수익성과 공공성, 지속가능성의 균형이 기업 미래의 핵심이라는 판단이다.
롯데건설은 향후 수소·에너지저장장치(ESS), 탄소저감 콘크리트 기술 등을 활용해 스마트시티, 복합개발 분야로도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정비사업에 치중된 포트폴리오에 중장기 균형을 더하는 전략으로 롯데그룹의 미래 도시개발 구상과도 맞닿아 있다.
현재의 롯데건설은 단순 주택 중심 건설사에서 도시와 환경을 함께 설계하는 ‘도시정비+그린솔루션’ 기업으로 진화 중이다. 안정된 재무기반 위에 ESG 실천과 친환경 건축 기술을 더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대형 정비사업과 스마트시티 연계를 통해 민간 디벨로퍼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