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우산어린이재단 서울아동옹호센터 안혜민
※ 본 기고문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서울 아동옹호센터 안혜민 양이 직접 작성한 글입니다.
최근 언론을 뜨겁게 달궜던 ‘보니하니 사건’. 한 출연자가 미성년자인 여성 출연자에게 폭행을 하는 듯한 장면이 생방송으로 노출되며 논란이 있었다. 이는 폭행여부를 떠나 아직은 아동의 범주에 속하는 출연자에 대한 폭력적인 행동이 미디어를 통해 가감 없이 노출되었다는 점에서 더 큰 논란이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해당 프로그램은 아이들이 많이 보는 방송이었기에.
평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미디어 속 많은 행동들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CFAcc
(Child-friendly Accountability) 아동보호 참여활동을 하면서 미디어 속 아동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선정적인 광고에 아이들은 어른처럼 화장을 하고, 꿈을 향해 열심히 노력하는 아이들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노출되어 외모평가를 받게 된다. 하물며 개인 방송에서도 아동이 출연해 위험한 연출을 하는 모습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나는 친구들과 함께 여러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아동들의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는 상황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미디어 속 아동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나는 CFAcc (아동보호 참여활동, 아동 폭력 문제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이 모여 아동 권리에 대해 교육을 받고, 직접 아동폭력 근절을 위해 해결책을 세우고 실행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아동 참여 프로그램) 활동을 함께하는 친구들과 우리나라 각 방송사별로 아동 출연자를 보호할 수 있는 ‘미디어 아동보호 가이드라인’ 규정 여부와 해외의 사례를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도 미디어 속에서 우리의 권리를 당당하게 요구하지 못했고, 침해당했던 경험이 있었던 것을 알게 됐다.
한 친구는 길을 가다가 카메라를 들고 있던 사람에게 붙잡혀 인터뷰를 했다. 하지만 그 친구는 어느 매체인지, 어떤 프로그램인지 정확한 사전설명 없이 질문에 대한 답을 했다. 우리가 미디어 아동보호 가이드라인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면, 이 친구의 경험도 다소 황당하지만 재미있었던 경험으로 남아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미디어 속 아동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공론화를 준비했다. 우리나라와 해외 방송사별 가이드라인을 비교하기 시작했고, 나와 친구들은 이야기를 나누고, 각자의 의견을 조율했다. 영어를 잘 하는 친구는 해외 방송사별 가이드라인을 해석했고, 인터넷 검색을 잘하는 친구는 꽁꽁 숨겨져 있던 방송사별 가이드라인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의견을 조율하면서 각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동의 권리 영역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한 친구는 아동의 보호권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반면, 다른 친구는 모든 의사결정에 아동을 참여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매 주, 우리는 불꽃 튀는 토론을 진행해 미디어에 아동이 노출될 경우 ‘아이들의 의사를 직접 물어봐야 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우리는 방송사별 아동보호 가이드라인을 점검하며 이를 토대로 방송사에서 제작 가이드라인에 신규 추가 및 보완했으면 하는 내용들을 채웠다. 우리는 각 미디어의 특성과 가이드라인을 점검하여 만들어진 ‘미디어 아동보호 가이드라인’을 널리 알리고, 이를 본 방송 관계자들이 아동권리가 침해되는 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공론화 시키기 위한 다음 활동을 진행했다. 평소 미디어 속 아동 보호에 관심을 가졌던 국회의원을 찾아가 의견을 개진했다. 미디어 아동보호에 관한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나누었던 김성수 의원실에서는 한국방송협회에 우리가 직접 만든 ‘미디어 아동보호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아동의 권리가 보장받는 방송을 제작, 송출할 수 있도록 권고했고, 우리는 각 방송사의 추후 행보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평소 우리가 낸 의견이 어른들에게 전해지지 않는 경험이 있었던 나로서는 ‘우리가 이 가이드라인 만들면 방송사에서 반영을 해줄까?’ 라는 의구심도 들었다. 그러나 이번 활동을 통해 우리의 생각과 의견이 좋은 협력자를 만나 한국방송협회에 직접 전해지는 경험을 하며, 우리 또한 의견을 낼 수 있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
개인방송이나 인터넷 등 새로운 채널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시대에 미디어는 아동과 성인 모두에게 생활 속 아주 친숙한 일부로 작용한다. 이런 환경 속에서 아동의 권리는 쉽게 간과되고 있다. 화려한 광고 속에도, 웃고 넘기는 예능 속에도, 아동?청소년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아동이 있는 곳 어디에서나 아동이 안전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길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