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에서 인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불순물이 검출되는 사례가 잊을만하면 고개를 내민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복용하던 약에서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이 발견됐다는 사실은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그로 인한 피해 발생 시 구제를 받을 법안도 마땅치 않다. 특히 만성질환 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하는 환자들의 걱정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당뇨 치료제에서 발암 추정 물질인 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가 기준을 초과한 수준으로 검출돼 해당 의약품에 대한 판매 중지 처분이 내려졌다. 결과가 나오자마자 당국의 발 빠른 조치로 문제가 발견된 제품의 유통이 빠르게 중단됐다. 다만 현 상황에서도 우려되는 것은 과거에 복용했거나 앞으로 복용하게 될 의약품에서도 똑같이 불순물이 검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유통 중인 당뇨약 메트포르민 제제 288개 중 31개 제품에서 기준치 초과 NDMA가 발견됐다고 지난 26일 발표했다. 과거 위장약 라니티딘, 니자티딘 제제와 고혈압약 발사르탄에서도 같은 발암 우려 물질이 다량 검출됐지만 이번 사태는 결이 다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유통 중인 당뇨약 메트포르민 제제 288개 중 31개 제품에서 기준치 초과 NDMA가 발견됐다고 지난 26일 발표했다.(사진=연합뉴스) 과거 두 약품은 원료의약품에서부터 불순물이 다량 검출됐으나, 최근 문제가 된 당뇨약의 경우 완제의약품에서만 문제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원료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가공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문제없이 깨끗한 원료를 가지고 만든 의약품이라도 가공 후 발암 물질 등 불순물이 다량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유통 중이던 메트포르민 제제에서 NDMA가 초과 검출된 후 국내 당국도 조사에 착수했다. 국내에서 유통 중인 관련 의약품의 불순물을 조사한 것이다. 칭찬 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해당 조사에만 5개월 이상이 소요해 그동안 환자들이 문제 약품 복용을 지속할 수밖에 없도록 했던 점 때문에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해외에서 문제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다면 현재도 국내 당뇨 환자들이 해당 의약품 복용을 지속했을 것이라고 우려도 크다.  당초 조사 착수는 빠르게 진행됐으나 무분별한 제네릭 허가로 조사 대상 품목이 많아진 것이 문제였다. 같은 성분의 의약품 복제약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검사 대상 품목도 늘어났다. 현재 식약처는 발암 추정물질 NDMA가 기준치 이상 검출된 의약품을 장기간 복용했다고 해도 인체 위해 우려는 거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론적으론 그렇다 하더라도 해당 약품을 복용하던 26만 명의 국내 당뇨 환자들의 꺼림칙한 마음은 지울 수 없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 같은 약품 복용으로 부작용을 겪는 환자가 생겨난다고 해도 그들에 대한 구제책이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메트포르민 성분 당뇨약의 경우 대체약도 없어 라니티딘 사태 때보다도 환자들의 공포심을 키우고 있다. 초기 당뇨 환자부터 중증 환자까지 폭넓게 처방되고 있는 의약품이지만 대체할 수 있는 성분의 의약품이 없어 문제가 된 31개 품목 외 제품으로 복용하는 수밖에 없다. 메트포르민이라는 성분 자체에 거부감을 가지게 됐지만 지속적으로 복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처럼 직접 복용한 환자는 물론 제약사 입장에서도 매출 손실을 피할 수 없게 생겼다. 대웅제약, 제일약품, HK이노엔, 유한양행, 한미약품, 신풍제약 등 다수의 제약사들이 해당 약품 판매중지 처분을 받았으나 이들의 처방 규모는 크지 않아 큰 손실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JW중외제약과 한올바이오파마는 지난해 해당 의약품 판매 실적이 80억원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판매중지 처분으로 인한 타격이 클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다. 특히 JW중외제약의 경우 지난해 해당 약품 처방액이 무려 97억원이나 됐다. 이들의 입장에선 주력 상품의 판매중지로 관련 매출이 고스란히 빠지게 되는 부담을 떠안게 되는 것이다. 애초에 의약품 허가 시 철저한 조사가 이뤄졌다면 이 같은 후폭풍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 등의 의견이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고 있는 이 같은 당국과 제약사들이 세간의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인애의 뒷담화]‘발암물질 안 먹을 권리’ 없나…멈추지 않는 의약품 불순물 사태

대웅제약, 제일약품, HK이노엔, 유한양행, 한미약품, 신풍제약 등 당뇨약 판매 중지
“JW중외제약 손실 가장 클 것”

이인애 기자 승인 2020.05.28 15:43 의견 0

의약품에서 인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불순물이 검출되는 사례가 잊을만하면 고개를 내민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복용하던 약에서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이 발견됐다는 사실은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그로 인한 피해 발생 시 구제를 받을 법안도 마땅치 않다. 특히 만성질환 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하는 환자들의 걱정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당뇨 치료제에서 발암 추정 물질인 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가 기준을 초과한 수준으로 검출돼 해당 의약품에 대한 판매 중지 처분이 내려졌다. 결과가 나오자마자 당국의 발 빠른 조치로 문제가 발견된 제품의 유통이 빠르게 중단됐다. 다만 현 상황에서도 우려되는 것은 과거에 복용했거나 앞으로 복용하게 될 의약품에서도 똑같이 불순물이 검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유통 중인 당뇨약 메트포르민 제제 288개 중 31개 제품에서 기준치 초과 NDMA가 발견됐다고 지난 26일 발표했다. 과거 위장약 라니티딘, 니자티딘 제제와 고혈압약 발사르탄에서도 같은 발암 우려 물질이 다량 검출됐지만 이번 사태는 결이 다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유통 중인 당뇨약 메트포르민 제제 288개 중 31개 제품에서 기준치 초과 NDMA가 발견됐다고 지난 26일 발표했다.(사진=연합뉴스)


과거 두 약품은 원료의약품에서부터 불순물이 다량 검출됐으나, 최근 문제가 된 당뇨약의 경우 완제의약품에서만 문제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원료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가공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문제없이 깨끗한 원료를 가지고 만든 의약품이라도 가공 후 발암 물질 등 불순물이 다량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유통 중이던 메트포르민 제제에서 NDMA가 초과 검출된 후 국내 당국도 조사에 착수했다. 국내에서 유통 중인 관련 의약품의 불순물을 조사한 것이다. 칭찬 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해당 조사에만 5개월 이상이 소요해 그동안 환자들이 문제 약품 복용을 지속할 수밖에 없도록 했던 점 때문에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해외에서 문제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다면 현재도 국내 당뇨 환자들이 해당 의약품 복용을 지속했을 것이라고 우려도 크다. 

당초 조사 착수는 빠르게 진행됐으나 무분별한 제네릭 허가로 조사 대상 품목이 많아진 것이 문제였다. 같은 성분의 의약품 복제약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검사 대상 품목도 늘어났다. 현재 식약처는 발암 추정물질 NDMA가 기준치 이상 검출된 의약품을 장기간 복용했다고 해도 인체 위해 우려는 거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론적으론 그렇다 하더라도 해당 약품을 복용하던 26만 명의 국내 당뇨 환자들의 꺼림칙한 마음은 지울 수 없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 같은 약품 복용으로 부작용을 겪는 환자가 생겨난다고 해도 그들에 대한 구제책이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메트포르민 성분 당뇨약의 경우 대체약도 없어 라니티딘 사태 때보다도 환자들의 공포심을 키우고 있다. 초기 당뇨 환자부터 중증 환자까지 폭넓게 처방되고 있는 의약품이지만 대체할 수 있는 성분의 의약품이 없어 문제가 된 31개 품목 외 제품으로 복용하는 수밖에 없다. 메트포르민이라는 성분 자체에 거부감을 가지게 됐지만 지속적으로 복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처럼 직접 복용한 환자는 물론 제약사 입장에서도 매출 손실을 피할 수 없게 생겼다. 대웅제약, 제일약품, HK이노엔, 유한양행, 한미약품, 신풍제약 등 다수의 제약사들이 해당 약품 판매중지 처분을 받았으나 이들의 처방 규모는 크지 않아 큰 손실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JW중외제약과 한올바이오파마는 지난해 해당 의약품 판매 실적이 80억원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판매중지 처분으로 인한 타격이 클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다. 특히 JW중외제약의 경우 지난해 해당 약품 처방액이 무려 97억원이나 됐다. 이들의 입장에선 주력 상품의 판매중지로 관련 매출이 고스란히 빠지게 되는 부담을 떠안게 되는 것이다.

애초에 의약품 허가 시 철저한 조사가 이뤄졌다면 이 같은 후폭풍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 등의 의견이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고 있는 이 같은 당국과 제약사들이 세간의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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