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 중인 메트포르민 성분 당뇨병 치료제 31개 품목에서 발암 추정물질이 검출됐다. 지난해 라니티딘 사태 때도 문제가 됐던 NDMA가 기준치를 초과한 것이다. 다만 이번의 경우 원료의약품에선 해당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 현재 문제가 된 31개 당뇨병 약 제품은 판매 중지된 상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메트포르민 완제의약품 288개 중 31개 품목에서 발암 추정 물질 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가 과다하게 검출됐다고 26일 밝혔다. 이에 해당 제품 잠정 제조중지 및 판매중지 조치를 내렸다. 의약품안전사용정보시스템(DUR)에서 처방·조제를 차단했으며 건강보험 급여도 정지한 상태다.
해당 물질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사람에게 발암물질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정한 인체 발암 추정물질(2A군)이다. 확정적 발암물질(1군)보다는 완화된 수준인데, 사람 대상의 연구에서 제한적인 증거가 있고 동물 실험에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분류되는 등급이다.
판매 중지 메트포르민 제제 목록(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식약처는 이 같은 발암 추정물질이 검출된 31개 당뇨 약을 복용했어도 위해 우려는 낮다고 보고 있다. 해당 약물 복용으로 인한 암 발생 확률은 10만 명 중 0.21명이라고 평가했다. 약물을 복용한 환자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암 외에 해당 의약품으로 인해 추가로 암에 걸리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는 암 추가 발생 확률이 10만 명 중 1명인 약물의 경우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본다.
이들은 또 이번 발표를 보고 현재 복용 중인 당뇨병 치료제를 임의로 중단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문제가 된 31개 품목 의약품을 복용 중인 환자의 경우 의료진과 상담 후 결정해야 한다. 전날 0시 기준 해당 품목을 복용 중인 환자는 무려 26만 명이나 됐다.
과거 고혈압 치료제 발사르탄과 위장약 라니티딘 제제도 NDMA 검출로 판매 중단 및 시장 퇴출까지 이어졌다. 이에 당국에서는 안전관리 대책을 강화 시행했다. 일부 해외 메트포르민 의약품에서 NDMA 검출 이슈가 나왔던 것도 식약처 검사 강화에 영향을 줬다.
NDMA 등 비의도적 불순물 검출 사례가 많아지자 식약처는 국내 제조에 사용 중인 원료의약품, 제조 및 수입완제의약품 수거·검사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이번 31개 품목에서 문제를 발견해 제조·판매 중지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9월 NDMA 초과 검출로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된 라니티딘 제제의 경우와 같다고는 볼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라니티딘의 경우 원료 의약품에서 해당 물질이 검출돼, 같은 원료로 만든 위장약 269종을 판매 중지했다. 메트포르민의 경우 원료의약품에서는 발암 추정물질이 검출되지 않았고, 완제의약품에서만 검출됐다.
당국은 이번 사태를 제조 과정상 문제로 보고 정확한 원인을 분석 중이다. 원료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에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에 시장 퇴출까진 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 등의 의견이다.
식약처는 “조치대상 의약품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에 대해 환자의 질병 상태를 고려하여 필요한 경우 다른 대체의약품으로 처방할 것을 권고”한다면서도 “NDMA 기준초과 검출된 제품으로 전문가들이 인체영향평가를 실시한 결과 추가로 암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 수준이므로 환자들께서는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지 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