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사진=국토교통부)
단군 이래 최대 토목 공사로 불리는 10조7000억원 규모의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가 오랜 표류를 끝내고 새 주인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지난 5월 기존 주관사였던 현대건설이 사업 포기를 선언하며 위기를 맞았지만, '토목 명가' 대우건설이 구원투수로 등판해 새로운 컨소시엄 구성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현대건설이 떠난 이유
가덕도신공항 사업은 당초 현대건설이 주관사로 참여한 컨소시엄이 유력했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지난 5월, 국토교통부에 최종적으로 참여 포기 의사를 전달했다.
이유는 현실성 부족이었다. 당시 국토부가 제시한 조건은 2029년 12월 개항을 목표로, 바다를 메워 활주로를 만드는 고난도 공사를 6~7년 안에 끝내야 하는 강행군이었다.
현대건설 측은 "촉박한 공사 기간과 급등한 원자재 가격을 고려할 때 제시된 공사비로는 손실이 불가피하고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당시 판단했다.
현대건설의 이탈 이후 사업은 급격히 동력을 잃었다. 국내 건설사들이 잇따라 난색을 표하면서 입찰은 세 차례 유찰과 수의계약 포기 등 총 네 번의 수모를 겪었다. 국가 핵심 인프라 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처하자 결국 정부가 한발 물러선 것이다.
■ 정부, 기간 늘리고 돈 더 주기로
국토부는 사업 정상화를 위해 파격적인 조건 변경을 단행했다. 지난달 21일 재추진 방안을 통해 공사 기간을 당초보다 22개월 늘린 106개월(8년10개월)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개항 목표 시점도 2029년에서 2035년으로 현실화됐다는 평가다. 공사비도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 10조5300억원에서 10조7000억원으로 약 2000억원 증액했다.
이처럼 리스크가 줄어들자 건설업계의 분위기도 반전됐다. 업계 최상위권의 토목 시공 능력을 보유한 대우건설이 가장 먼저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 대우건설 "사명감 갖고 긍정 검토… 대우 아니면 누가 하겠나"
이달 중 개시될 입찰에서 대우건설을 주관사로 한 새로운 컨소시엄 구성이 유력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대우건설은 현대건설의 이탈 이후 기존 컨소시엄 내 2대 주주(지분 18.0%)로서 자연스럽게 리더 역할을 넘겨받는 모양새다.
대우건설 측은 아직 정식 입찰 공고가 나오지 않아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사업 참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아직 정식 입찰 공고가 나오기 전이라 참여를 확정 지어 말하기는 조심스럽다"면서도 "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공기 연장과 공사비 증액이 확인된 만큼, 내부적으로 백지상태였던 검토 분위기가 전향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덕도신공항은 단순한 공사가 아닌 거대한 국책 프로젝트"라며 "대우건설이 아니면 이 거대한 사업을 리딩해서 끌고 갈 곳이 없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입찰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과거 수도권 신국제공항 부지조성, 인천국제공항 활주로 공사 등 풍부한 공항 건설 경험에서 나오는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 포스코·DL·롯데 등 '올스타팀' 꾸려지나
대우건설을 중심으로 대형 건설사들의 합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대우건설은 현재 현대건설을 제외한 기존 컨소시엄 멤버들과 긴밀히 협의 중이다. 새로운 파트너 영입도 타진하고 있다. 기존 컨소시엄에서 지분 13.5%를 가졌으나 안전사고 이슈로 잠정 이탈했던 포스코이앤씨도 복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지난달 26일 열린 사업설명회에는 DL이앤씨, 롯데건설, 한화 건설부문 등 1군 건설사들이 대거 참석해 관심을 보였다. 이 외에도 금호건설, 코오롱글로벌, 동부건설 등 기존 투자사들과 부산 지역 건설업체들도 새 판 짜기에 동참할 가능성도 나온다.
국토부는 연내 입찰 공고를 내고 행정 절차를 마무리한 뒤 내년 말 본격적인 착공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