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이소연 기자] 밴드 웨터에게 2017년은 잊지 못할 한 해일 것이다. 숫자 하나 달라졌을 뿐인데 웨터에게 일어난 변화들은 수도 없다. 데뷔한 후 처음으로 가장 많은 스케줄을 소화하고 '팬'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들도 생겼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만난 웨터는 이야기를 이어갈수록 자신들의 음악만큼이나 재미있고 자유로운 생각을 전했다.
웨터(사진=맵스엔터테인먼트, 네이버 제공)
■ 각종 페스티벌과 경연까지, ‘다른 세계’ 입문한 웨터
“성격 다들 엄청 다르죠. 진혁이는 과묵하고 허당인 돌쇠 이미지에요. 지호도 과묵한 편인데,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의 유정선배 같아요. 남이 망가지는 걸 좋아해요. (웃음) 그러면서 할 거는 다 잘 하고요(최원빈) 지호는 제일 동생인데 형 같죠(허진혁) 내가 말이 가장 많은 편이에요(최원빈)”
“최근에도 합주하다가 원빈 형과 지훈 형 싸웠어요(채지호) 나는 욕심 때문에 다른 공연들을 더 하고 싶은데 지훈은 숙제를 끝내놓고 다른 걸 해야 하는 스타일이거든요(최원빈)”
각자 다른 성격만큼 개성 강한 웨터는 최원빈(보컬), 정지훈(베이스), 채지호(기타), 허진혁(드럼) 4명으로 구성된 밴드다. 2016년 11월 데뷔해 단 1년 만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뤘다.
웨터는 지산 밸리록, 그랜드민트 등 대형 페스티벌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버즈와 함께 네이버 잠금해제 라이브를 통해 얼굴을 비췄다. 최근에는 올댓뮤직X인디스땅스 2017 경연에서 톱5에도 들었다. 웹드라마 ‘옐로우’ 주인공들의 모티브가 되면서 어린 팬층의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도 있었다.
“인스타그램 등 SNS 활동을 활발히 하는 편이거든요. 감각적인 사진들을 보고 팬 분들이 많이 좋아해주신 것 같아요. 아직 저희를 알아보는 분이 계시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팬이 뭔지 이제 좀 알겠어요. 인기가 이런 거구나 싶고(웃음) 말할 때 ‘팬들’이라고 지칭하는 것도 자연스러워졌어요. 다른 세계라고만 생각했거든요(최원빈)”
웨터에게 올 한 해 결정적인 시점은 첫 번째 미니앨범 ‘로맨스 인 어 위어드 월드(ROMANCE IN A WEIRD WORLD)’를 발매한 지난 5월이다. 앨범 발매 전후로 이들의 성장세에는 가속도가 붙었다. 멤버들은 본인들도 얼떨떨한 모습이었다.
웨터(사진=맵스엔터테인먼트, 네이버 제공)
“생각했던 것보다 큰 무대였던 곳도 많았고, 생각해보면 올댓뮤직X인디스땅스 2017 경연도 KBS에 출연한 거예요. 네이버 V앱할 때 슈퍼주니어 이특 씨가 MC를 봐주셨는데 그 당시에는 아무렇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텔레비전을 보다가 이특 씨가 다른 프로그램에서 진행을 하시는 걸 보고 ‘아, 우리가 이런 분과 방송을 했구나’ 실감했어요(최원빈)”
“생각하면 할수록 지산밸리록 페스티벌 무대가 기억에 남아요(정지훈) 최근 새소년과 함께했던 공연이 뜻 깊어요. 다른 공연은 섭외가 들어오는 건데, 이 공연은 저희가 주최한 거나 다름이 없거든요. 예전부터 공연장 관계자에게 새소년과 함께 공연하고 싶다고 말했었어요. 포스터도 우리가 만들었고요. 앞으로도 몇 번 더 하면 좋겠어요. 단발성이 아니라 프로젝트 식으로요.(최원빈) 색깔이 짙은 팀과 함께해서 자극이 됐어요(허진혁)”
■ 슬럼프, 잘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
웨터 역시 뚜렷한 색채를 지니고 있는 팀이다. 우선 비주얼적으로 굉장히 스타일리시하다. 웨터가 내놓는 사진이나 뮤직비디오 등 콘텐츠를 보면 감각적이고 세련됐다. 화려한 듯 보여도 클래식한 멋이 살아 있다.
“다른 영상이나 사진 등을 자주 보는 편이에요. 저희 영상과 사진 찍어주는 사람도 다 저희 친구들이거든요. 계속 같이 이야기하다 보니 우리가 원하는 게 뭔지 잘 파악하기도 하고, 저희의 자연스러운 모습들을 잘 담아줘요(최원빈)”
멤버들도 마찬가지다. 평소 패션 등에 관심이 많은 이들은 이날 역시 내추럴하면서도 눈에 띄는 스타일링을 하고 왔다. 최원빈에게 “머리까지 하고 온 거냐”라고 물었더니 “이거 그냥 머리 안 말린 건데요”라며 웃었다.
웨터(사진=맵스엔터테인먼트, 네이버 제공)
“다들 꾸미는 걸 좋아해서 데뷔 전이나 지금이나달라진 건 많이 없어요. 진혁이가 팩을 일주일에 한 번 했던 걸 두 번으로 늘린 정도에요. 지호랑 진혁이가 그나마 많이 바뀌었죠(최원빈) 우리도 꾸미는 걸 좋아하긴 했는데 원빈이와 지훈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어요. 두 사람은 인스타그램에서 볼 수 있는 스타 같은 느낌이에요. 그에 비하면 저희는 백지였죠. 하하(허진혁)”
승승장구 꽃길을 걷고 있는 이들에게도 고민은 있었다. 웨터에게 지금은, 갑작스레 다가온 수많은 스케줄과 달라진 주변 상황에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고자 하는 시기다.
“평생 자신감 하나로 살아왔는데 지금은 자신감이 떨어져서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요. (웃음) 사람들이 웨터를 알수록 자신감이 떨어져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슬럼프가 왔어요. 물론 음악에 대한 자신감은 있죠. 그와 달리 음악을 대하는 자세에서 좀 더 겸손해졌어요. 우리끼리 즐기면서 음악을 하다가 이제는 보는 시선이 많아지고 기대치가 생긴 거잖아요. 그에 맞는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야 하기 때문에 욕심이 생겨요(최원빈)”
“음, 너무 잘하려고 해서 슬럼프가 오는 것 같아요. 이것저것하면서 주변 상황에 무뎌진 것도 있어요. 무대를 스케줄처럼 하게 되니까요. 미니앨범 내기 전까지는 음악만 하자는 마음이었다면, 이제는 활동 스펙트럼이 넓어지니 그런 것에 대한 생각도 많아졌어요. 그간 경험이 없었으니 외부 환경에 대한 자극이 많거든요. 음악 말고 다른 걸 신경 쓰는 것도 어쨌든 음악으로 인한 고민으로부터 오는 거라고 생각해요(정지훈)”
“결국에는 잘하는 걸 더 잘하려고 하고 있어요(허진혁) ‘대중 분들이 원하는 걸 해야지’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마음을 내려 놨어요. 주변에 휩쓸리기보다 잘하는 걸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최원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