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뷰어스=문서영 기자] 가끔 자문하게 될 때가 있다. 세상에서 내 역할은 무엇인지, 나는 이렇게 살아가기 위해 세상에 나온 것인지… 질문의 미로에 빠지는 순간들. 그러다 나는 나로서 살아가고 있는가 곱씹어보면 내 마음이 무엇을 말하고 원하는지도 모르고 살아 온 때가 많다. 사실 우리는 우리의 대부분 시간을 누군가의 가족으로, 어딘가에 소속된 일원으로서 살아간다. 익숙한 삶의 울타리 안에서 한발 벗어나 ‘나는 나로 살아가는가’를 생각하면 슬퍼지는 이유도 그 때문이리라.
작가 김숨은 편지 소설 ‘너는 너로 살고 있니’로 마음에 돌직구를 던진다. 대산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동리문학상까지 평단과 독자의 지지를 받아온 작가는 살아있지만 죽은 ‘나’와 죽은 듯 살아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560여 매 가량의 편지 형식에 담았다.
한 번도 주인공이 된 적 없는 무명의 배우 ‘나’는 11년째 식물인간 상태인 생면부지의 한 여자를 간호하기 위해 돌연 삶을 정리한 채 난생처음 경주로 내려간다. 식물인간으로 살아가는 그녀의 이름은 경희로 사고 전에는 비교적 순탄한 삶을 살아왔다. 나는 친자매보다 더 그녀와 닮아 보인다는 타인의 말을 들을 정도로 알 수 없는 동질감을 느낀다. 그녀는 무의식적인 반사 반응으로 눈을 깜박인다거나 눈물을 흘리고 분절음들을 뱉어낸다. 살아 움직이지만 죽은 것 같은 ‘나’는 죽어 있는 듯 아무것도 하지 못하지만 살아 있는 그녀를 보살피며 잃어버렸던 자신을 찾아간다.
마음이 죽은 자와 육신이 죽은 자가 교감하는 이야기들은 온전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에 관한 은유로서 한 편의 산문시처럼 아름답게 펼쳐진다. 또 병원을 둘러싼 다양한 인간 군상의 이야기들이 9개의 장으로 나뉘어 삶과 죽음, 젊음과 늙음, 육체와 정신, 여성성의 문제들을 짚어 나간다. 줄곧 ‘여자 5’ 정도의 배역으로 살았던 ‘나’가 어떤 지점에서 자신의 존재를 찾아낼 용기를 얻었을까.
작가는 ‘너는 너로 살고 있니’를 통해 어디선가 길을 잃고 헤매고 있거나 상실되어 존재를 몰랐던 세상의 모든 ‘나’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책에는 소설이 구현한 상상력을 표현한 임수진의 목판화 24점이 함께 수록돼 소설의 예술성을 더한다. 김숨 지음 | 임수진 그림 | 마음산책
(사진='너는 너로 살고 있니' 책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