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재(사진=엠넷 고등래퍼2 방송화면)
[뷰어스=한수진 기자] "나는 나를 문제아로 보는 사람한테는 영원히 문제아로만 있게 될 거다. 아무도 그걸 모른다. 내가 왜 문제아가 되었는지, 나를 보통 아이들처럼 대해 주면 나도 아주 평범한 보통 애라는 걸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박기범 작가의 동화 ‘문제아’에 나오는 문장이다.
그저 다른 꿈을 꾼다 해서, 혹은 남들과 다르다고 해서 문제아라 낙인찍는 우리네의 현실. 엠넷 '고등래퍼2' 참가자 이병재에겐 이 문제아라는 낙인이 찍혀 있었다. 그도 그런 세상에 그저 눈을 덮는 걸로 상처를 감춰보려 했다. 그 상처의 위안은 랩을 통해 받았다.
이병재는 10대다. 하지만 학생은 아니다. 학교를 자퇴한 그는 어른들 눈엔 그저 자퇴생이자 문제아일 뿐이다. 이병재는 ‘고등래퍼2’ 첫 장면에서 머리카락으로 얼굴의 절반을 가린 채 등장했다. 그의 위축감이 여실히 드러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병재의 이런 모습은 방송 회차가 더해질수록 달라지고 있다. 늘 학교 안에서 문제아 취급받았던 그가 자신과 같은 꿈을 꾸는 친구들을 만나고, 또 그것을 이해해주는 어른들을 만났다. 랩 하는 걸 삐뚤어졌다 하지 않고 ‘멋있다’ 치켜세워주는 그런 세상과 마주한 것이다. 이해받기 시작하니 이병재도 달라지고 있다. 제일 먼저 시야를 가리던 머리카락을 잘라냈다. 그렇게 세상과 정면으로 마주하기 시작했다.
이병재(사진=엠넷 고등래퍼2 방송화면)
이병재는 스스로를 ‘탓’하고 자신에게 ‘바코드’처럼 일련번호를 붙였다. 어린 소년이 겪어야 했던 차별의 아픔에 현 한국사회 이면에 씁쓸함이 밀려온다.
그의 랩 가사들도 이를 뒷받침 한다. 아직 스무 해도 살지 않은 그에겐 누구 보다 강한 애환이 서려 있다. 자작랩 ‘탓’에서 드러난 그의 자아는 잔뜩 위축됐고 상처투성이였다. ‘내가 한심하고 돈이 없는 탓, 몰라 내가 여러 기회들을 날린 탓’ 등 모든 상황에서 자신을 탓하고 잘못됐다 읊조렸다.
그런 면에서 ‘고등래퍼’는 어른들에게 다름과 틀림의 차이를 명확히 짚어주는 역할을 했다. 이병재의 변화 과정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적어도 그를 보고 있자면 세상 그 어디에도 ‘모태’ 문제아는 없다. 그저 자신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갈구하는 아이들이 있을 뿐이다.
학창시절 ‘공부가 전부는 아니잖아요’라는 반항을 해본 적 있다. 좋지 않은 성적을 받을 때면 벌을 받는 일이 부지기수였기 때문. 그렇다고 어른들의 강압과 논리를 이겨낼 재간도 없었다.
하지만 ‘고등래퍼’들은 당연시 여겨지는 강압과 논리를 이겨낸다. 그렇게 출연진과 프로그램은 사회에 물음을 던진다. 한국 사회의 편협한 구조가 사회 통념상의 문제아들을 양산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