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이소희 기자] 길거리에만 나가도 최신 곡이 쉴 틈 없이 흘러나오고요, 음악 사이트도 일주일만 지나면 최신 앨범 리스트가 몇 페이지씩이나 됩니다. 이들 중 마음에 훅 들어오는 앨범은 어떻게 발견할까요? 놓친 앨범은 다시 보고, ‘찜’한 앨범은 한 번 더 되새기는 선택형 플레이리스트가 여기 있습니다. -편집자주- 2018년 4월 넷째 주(4월 23일 월요일~29일 일요일)의 앨범은 러블리즈, 황치열, 신설희, 이수륜, 자이로(zai.ro) 입니다. ■ 러블리즈 미니 ‘치유’ | 2018.4.23 러블리즈가 지난해 냈던 세 번째 미니앨범 ‘폴 인 러블리즈(Fall in lovelz)’와 느낌이 비슷하다. 해당 앨범은 통통 튀고 경쾌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종소리’를 타이틀곡으로 했다. 이번 네 번째 미니앨범 ‘치유’의 타이틀곡 ‘그날의 너’ 역시 마찬가지다. ‘그날의 너’는 이별의 가사를 담고 있다. 곳곳에 ‘종소리’보다 한층 톤다운된 요소도 있다. 반면 후렴구에서는 러블리즈가 초창기 추구하던 발랄함이 돋보인다. 이는 러블리즈가 데뷔 때부터 자신들을 프로듀싱 해오던 윤상의 손을 떠난 후 보이고 있는 변화다. 그간 러블리즈는 아련하고 묵직한 색채를 점층적으로 쌓아왔다. 그러나 이제는 그 비중을 조금씩 줄여가는 중이다. 누군가의 진두지휘에서 벗어나 러블리즈만의 홀로서기라도 볼 수도 있겠다.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는 터닝 포인트다. 하지만 ‘종소리’에 이어 ‘그날의 너’까지, 애써 쌓아온 독특한 스토리텔링이 무너진 듯한 기분은 어쩔 수가 없다. 단순한 콘셉트의 조화보다 영리한 구심점을 재정비해야 할 때다. ■ 황치열 미니 ‘Be Myself’ | 2018.4.24 ‘매일 듣고 싶은 노래’로 드디어 국내에서도 빛을 발한 황치열이 다시 한 번 미니앨범을 냈다. 보통 히트곡을 만들어내고 나면 가수는 두 가지 양상으로 나뉜다. 히트곡과 비슷한 맥락을 따라거나 혹은 그를 발판삼아 본격적으로 자신을 보여줄 준비를 하거나. 황치열의 새 앨범 ‘비 마이셀프’도 그런 기로에 서 있다. 타이틀곡 ‘별, 그대’는 잔잔하게 흘러가다 ‘매일 듣는 노래’처럼 후렴구에서 감정이 폭발하는 곡이다. 따뜻함, 그리고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편안한 분위기를 품고 있다. 대중적인 발라드의 공식에 대입할 수 있는 구성이다. 어떻게 보면 황치열의 뛰어난 실력이 흔한 발라드 구성을 이겨내고 있는 셈이고, 발라드라는 장르 특성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이 지점이 황치열이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는 터닝포인트다. 편안함이 진부함이 되지 않도록, 실력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선함을 더하도록 노력하면서 각 앨범만의 뚜렷한 콘셉트를 지녀야할 것으로 보인다. ■ 신설희 미니 ‘Surge 7.4’ | 2018.4.24 지난 싱글 ‘차일드후드(Childhood)’ 이후 약 2개월 만에 내는 새 앨범이다. 신설희의 지난 정규 2집 앨범 소개에는 이런 표현이 있다. “끊임없이 울리는 내면의 소리를 뱉어내듯 표현해내지 않으면 마치 그 자신마저 내면의 소리에 잠식당할 것처럼”. 자신의 마음에 집중해온 신설희는 이번 앨범에서도 빈틈없이 들어찬 도시를 바라보는 텅 빈 마음을 담아 대조를 이뤄냈다. 그의 노래는 마치 안개처럼, 습기가 들어찬 창문처럼 뿌옇다. 그렇지만 한 곳으로 빠져드는 몰입이 느껴진다. 흐드러진 생각들을 모아보니, 여전히 답은 알 수 없어도 ‘나’에 대해서는 알 것 같은 그런 심정이다. 폭발할 것 같은 도시와 달리 몽롱하게 가만히 흘러가는 소리들은 과연 무엇일까. 무력감과 회의감 등을 노래하는 듯 하지만 결국엔 현재를 살아내는 단단한 마음들이다. ■ 이수륜 미니 ‘동화일기: 숨바꼭질’ | 2018.4.25 2013년 발매한 첫 번째 미니앨범 ‘동화일기’를 잇는 앨범이다. ‘동화’라는 말과 앨범 재킷에 그려진 소년의 일러스트가 앨범의 분위기를 아주 잘 드러낸다. 사뿐사뿐 그러나 신비롭게 날개짓을 하는 나비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림과 노래들이다. 타이틀곡이자 첫 번째 트랙인 ‘춘하추동’부터 ‘숨바꼭질’ ‘눈물조각’ 등은 동화책에 나올 법한 아름다운 봄을 그린다. 연주를 통해 감미롭거나 엄숙한 분위기를 오가는 멜로디가 다채롭다. 칵스의 파워풀한 이수륜만 생각했다면 깜짝 놀라 넘어질 정도로 예쁜 감성을 담은 앨범. ■ 자이로 싱글 ‘언제 올래’ | 2018.4.27 안중재가 ‘자이로’로 이름을 바꾼 뒤 처음으로 발표하는 싱글이다. 자이로는 지난 정규 1집 앨범 ‘뉴 제너레이션(New generation)’으로 처음 대중에 나섰다. 해당 앨범은 연주 앨범이었다. 그는 이번 앨범을 통해 싱어송라이터로서 새 출발을 하고자 한다. ‘언제 올래’를 처음 들을 때는 이미 너무 흔해져버린 트로피컬 장르에 신스 사운드가 결합된 곡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노래의 백미는 후렴구로 향해가는 파트와 마침내 도달한 후렴구다. 트렌디한 창법을 선보이는 목소리와 청량한 기운의 멜로디는 장르를 전환시킨다. 따뜻한 설렘도 이렇게 차가운 소리로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곡.

[뮤직NOW] 신설희·이수륜·자이로, 몽롱함과 동화적인 그리고 청량한

이소희 기자 승인 2018.04.30 18:35 | 최종 수정 2136.08.27 00:00 의견 0

[뷰어스=이소희 기자] 길거리에만 나가도 최신 곡이 쉴 틈 없이 흘러나오고요, 음악 사이트도 일주일만 지나면 최신 앨범 리스트가 몇 페이지씩이나 됩니다. 이들 중 마음에 훅 들어오는 앨범은 어떻게 발견할까요? 놓친 앨범은 다시 보고, ‘찜’한 앨범은 한 번 더 되새기는 선택형 플레이리스트가 여기 있습니다. -편집자주-

2018년 4월 넷째 주(4월 23일 월요일~29일 일요일)의 앨범은 러블리즈, 황치열, 신설희, 이수륜, 자이로(zai.ro) 입니다.

■ 러블리즈 미니 ‘치유’ | 2018.4.23

러블리즈가 지난해 냈던 세 번째 미니앨범 ‘폴 인 러블리즈(Fall in lovelz)’와 느낌이 비슷하다. 해당 앨범은 통통 튀고 경쾌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종소리’를 타이틀곡으로 했다. 이번 네 번째 미니앨범 ‘치유’의 타이틀곡 ‘그날의 너’ 역시 마찬가지다. ‘그날의 너’는 이별의 가사를 담고 있다. 곳곳에 ‘종소리’보다 한층 톤다운된 요소도 있다. 반면 후렴구에서는 러블리즈가 초창기 추구하던 발랄함이 돋보인다. 이는 러블리즈가 데뷔 때부터 자신들을 프로듀싱 해오던 윤상의 손을 떠난 후 보이고 있는 변화다. 그간 러블리즈는 아련하고 묵직한 색채를 점층적으로 쌓아왔다. 그러나 이제는 그 비중을 조금씩 줄여가는 중이다. 누군가의 진두지휘에서 벗어나 러블리즈만의 홀로서기라도 볼 수도 있겠다.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는 터닝 포인트다. 하지만 ‘종소리’에 이어 ‘그날의 너’까지, 애써 쌓아온 독특한 스토리텔링이 무너진 듯한 기분은 어쩔 수가 없다. 단순한 콘셉트의 조화보다 영리한 구심점을 재정비해야 할 때다.

■ 황치열 미니 ‘Be Myself’ | 2018.4.24

‘매일 듣고 싶은 노래’로 드디어 국내에서도 빛을 발한 황치열이 다시 한 번 미니앨범을 냈다. 보통 히트곡을 만들어내고 나면 가수는 두 가지 양상으로 나뉜다. 히트곡과 비슷한 맥락을 따라거나 혹은 그를 발판삼아 본격적으로 자신을 보여줄 준비를 하거나. 황치열의 새 앨범 ‘비 마이셀프’도 그런 기로에 서 있다. 타이틀곡 ‘별, 그대’는 잔잔하게 흘러가다 ‘매일 듣는 노래’처럼 후렴구에서 감정이 폭발하는 곡이다. 따뜻함, 그리고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편안한 분위기를 품고 있다. 대중적인 발라드의 공식에 대입할 수 있는 구성이다. 어떻게 보면 황치열의 뛰어난 실력이 흔한 발라드 구성을 이겨내고 있는 셈이고, 발라드라는 장르 특성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이 지점이 황치열이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는 터닝포인트다. 편안함이 진부함이 되지 않도록, 실력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선함을 더하도록 노력하면서 각 앨범만의 뚜렷한 콘셉트를 지녀야할 것으로 보인다.

■ 신설희 미니 ‘Surge 7.4’ | 2018.4.24

지난 싱글 ‘차일드후드(Childhood)’ 이후 약 2개월 만에 내는 새 앨범이다. 신설희의 지난 정규 2집 앨범 소개에는 이런 표현이 있다. “끊임없이 울리는 내면의 소리를 뱉어내듯 표현해내지 않으면 마치 그 자신마저 내면의 소리에 잠식당할 것처럼”. 자신의 마음에 집중해온 신설희는 이번 앨범에서도 빈틈없이 들어찬 도시를 바라보는 텅 빈 마음을 담아 대조를 이뤄냈다. 그의 노래는 마치 안개처럼, 습기가 들어찬 창문처럼 뿌옇다. 그렇지만 한 곳으로 빠져드는 몰입이 느껴진다. 흐드러진 생각들을 모아보니, 여전히 답은 알 수 없어도 ‘나’에 대해서는 알 것 같은 그런 심정이다. 폭발할 것 같은 도시와 달리 몽롱하게 가만히 흘러가는 소리들은 과연 무엇일까. 무력감과 회의감 등을 노래하는 듯 하지만 결국엔 현재를 살아내는 단단한 마음들이다.

■ 이수륜 미니 ‘동화일기: 숨바꼭질’ | 2018.4.25

2013년 발매한 첫 번째 미니앨범 ‘동화일기’를 잇는 앨범이다. ‘동화’라는 말과 앨범 재킷에 그려진 소년의 일러스트가 앨범의 분위기를 아주 잘 드러낸다. 사뿐사뿐 그러나 신비롭게 날개짓을 하는 나비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림과 노래들이다. 타이틀곡이자 첫 번째 트랙인 ‘춘하추동’부터 ‘숨바꼭질’ ‘눈물조각’ 등은 동화책에 나올 법한 아름다운 봄을 그린다. 연주를 통해 감미롭거나 엄숙한 분위기를 오가는 멜로디가 다채롭다. 칵스의 파워풀한 이수륜만 생각했다면 깜짝 놀라 넘어질 정도로 예쁜 감성을 담은 앨범.

■ 자이로 싱글 ‘언제 올래’ | 2018.4.27

안중재가 ‘자이로’로 이름을 바꾼 뒤 처음으로 발표하는 싱글이다. 자이로는 지난 정규 1집 앨범 ‘뉴 제너레이션(New generation)’으로 처음 대중에 나섰다. 해당 앨범은 연주 앨범이었다. 그는 이번 앨범을 통해 싱어송라이터로서 새 출발을 하고자 한다. ‘언제 올래’를 처음 들을 때는 이미 너무 흔해져버린 트로피컬 장르에 신스 사운드가 결합된 곡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노래의 백미는 후렴구로 향해가는 파트와 마침내 도달한 후렴구다. 트렌디한 창법을 선보이는 목소리와 청량한 기운의 멜로디는 장르를 전환시킨다. 따뜻한 설렘도 이렇게 차가운 소리로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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