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제공)
[뷰어스=이소희 기자] 차마 내가 해내지 못할 것 같을 때, 혹은 너무 많은 선택지에 결정을 내리지 못할 때 생각의 진척을 돕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그 상황에 맞닥뜨린 순간이다. 그룹 씨스타 출신 소유는 이를 온몸으로 느꼈다.
소유는 씨스타 활동을 하면서도 ‘소리 반 공기 반’ ‘컬래버레이션의 여왕’ 등 다양한 수식어로 입지를 굳혔다. 하지만 그럼에도 솔로데뷔는 하지 않았다. ‘확신’ 때문이었다. “내가 확신을 가지는 노래여야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씨스타 활동하면서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어떤 걸 해야 할지 몰랐다. 확신이 없었다”는 게 소유의 말이다.
하지만 이제 씨스타로서 활동은 끝났고 소유는 홀로 무대 위에 올라야만 하는 순간을 맞이했다. 그랬더니 그제야 생각이 진전되기 시작했다. 소유는 “혼자가 되면 빠른 결정을 해야 할 때가 온다. 그때부터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것, 잘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소유는 그렇게 첫 번째 미니앨범 ‘리:본(RE:BORN)’로 새로운 단추를 끼웠다. 그리고 최근 두 번째 미니앨범 ‘리:프레시(RE:FRESH)’까지 냈다. 지난 앨범이 소유의 음악성을 강조했다면, 이번 앨범은 퍼포머로서 소유를 드러낸다.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해야 할 지 대중이 원하는 걸 해야 할 지 고민했어요. 그래도 가장 먼저 보여드리고 싶은 건 음악적인 거여서 첫 번째 미니앨범을 통해 보여드렸고요. 이번 앨범에서는 춤을 추는 게 좋겠다 싶었어요”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제공)
타이틀곡 ‘까만밤’은 감각적인 라틴풍 멜로디가 도드라지는 곡으로 소유의 색다른 시도를 보여준다. 이 곡은 소유가 지난 1월 여행을 떠났던 칸쿤에서 시작됐다. 여행지에서 소유는 라틴풍의 음악을 주로 듣게 됐다. 또 그 지역 사람들이 원곡보다 리메이크 버전이나 자국의 색깔로 바꾼 버전의 노래를 즐겨 듣는 걸 보고 뜻 깊음을 느꼈다.
“유행을 따르려고 했던 건 아니에요. 라틴풍 음악은 오히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장르이고, 지금 각광받는 것도 조금 늦은 편이죠. 내가 추구하는 음악이 트렌디함을 좇는 것도 아니고요. 다만 음악이 좋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면 내가 표현할 수 있는 한계점이 높아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프로듀싱을 맡은 그루비룸에게도 내가 먼저 이런 장르를 해보자고 이야기를 꺼냈어요. 라틴풍 음악에 재즈나 탱고의 느낌을 섞어서 해보자고요”
기존의 지점을 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의 변화를 준 덕분에 ‘까만밤’은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소유의 기존 매력 중 하나인 섹시함이 도드라지는 것 같으면서도 지금까지 보여줬던 섹시미와는 또 다르다.
“노래와 맞는 콘셉트를 잡은 거지, 꼭 섹시미를 강조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뮤직비디오도 장면을 보면 딱 라틴, 탱고 같은 이미지가 떠올라야 하기에 그에 맞는 포인트들을 준 것뿐이죠. 퍼포먼스 또한 사람들이 보고 철저하게 계산된 뮤지컬을 본 듯한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만들었어요. 굳이 섹시한 매력을 놓고 보자면 선이나 태를 살리고자 했어요. 안무가 화려한 편인데 큰 동작보다 디테일한 요소들을 많이 넣어 섬세하게 표현하고 싶었죠”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제공)
타이틀곡에는 래퍼 식케이가 피처링에 참여했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트랙들도 아르마딜로, 다비, e.one, 윤현상 등 화려한 참여진을 자랑한다. 워낙 컬래버레이션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소유이기에 이번에는 배제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는 ‘완성도’를 위해 노래와 꼭 맞는 이들과 작업을 택했다. 대신 이번에는 직접 작사와 프로듀싱에 참여한 ‘멀어진다’를 넣어 그 빈틈을 채웠다.
“사실 작사는 지난 앨범부터 하고 있었어요. 회사의 컨펌이 안 나서 못 실린 것뿐이죠. 회사가 참 공정해요. (웃음) ‘멀어진다’는 그림자를 소재로 한 곡이에요. 항상 같이 있는 것 같지만 때에 따라 멀어지기도, 흐려지기도 하는 누군가 또는 자기 자신을 그림자에 투영했어요. 노래는 유진경에 의뢰를 해 함께 작업했어요. 미리 스케치 해둔 가사를 보여주고 의미를 설명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죠”
지난해 씨스타 해체를 거쳐 어느덧 솔로로서 두 번째 앨범이다. 소유는 이전과 달리 모든 것을 혼자 고민하고 결정했다. 그리고 커지는 책임감만큼 더 성장하게 됐다. 소유는 최근 출연한 음악예능프로그램 ‘이타카로 가는 길’에 대해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열변을 토해냈는데, 그 이유 또한 ‘음악’에 있었다. 그렇게 소유는 한 걸음 한 걸음 자신만이 길을 개척해나가는 중이다.
“윤도현 선배님, 하현우 선배님과 함께 작업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촬영 자체는 이동도 많고 힘들었지만 계속 음악 이야기를 하고 몰두할 수 있어서 좋았죠. 내가 좋아하는 음악과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 중 어떤 게 맞는 건지 고민된다는 속내도 털어놨어요. ‘어떤 걸 해도 후회 없는 걸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실제로 첫 앨범 나왔을 때도 사람들이 ‘너 계속 발라드만 할 거냐’고 하셔서 신경이 쓰였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지금의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을 최대한 보여주는 데 집중하려고 해요. 나의 모든 것을 다 펼쳐놓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