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현지 기자)
[뷰어스=손예지 기자] “나한테서 이런 모습을 보셨다고요?”
가수 아이유이자 배우 이지은은 오로지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프로젝트 영화 ‘페르소나’ 감독들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만큼 ‘페르소나’는 이지은 본인도 몰랐던 매력을 끄집어내 재해석한 작업이라 “신선했다”는 것이다.
‘페르소나’는 윤종신의 문화예술 협업 프로젝트 ‘미스틱스토리’의 첫 번째 작품이다. 이경미·임필성·전고운·김종관 감독이 단편에 풀어낸 ‘이지은’의 이야기를 한데 엮은 것으로, ‘페르소나’에서 이지은은 아빠의 애인을 질투하는 소녀(이경미 감독의 ‘러브세트’), 알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한 여자(임필성 감독의 ‘썩지 않게 아주 오래’), 친구의 복수를 위해 발 벗고 나선 고등학생(전고운 감독의 ‘키스가 죄’), 낭만적인 밤 거리에서 슬픈 이야기를 속삭이는 옛 연인(김종관 감독의 ‘밤을 걷다’)으로 변신했다.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페르소나’ 제작보고회에는 기획자 윤종신과 주인공 이지은(아이유)을 비롯해 임필성·전고운·김종관 감독이 참석했다. 이경미 감독은 차기작 촬영 일정으로 불참했다.
평소 영화에 애정이 깊은 것으로 유명한 윤종신은 “여러 감독님들의 단편 영화에서 장편보다 더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을 발견하고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제작 기간을 최소화해 창작자가 아이디어를 계속 낼 수 있는 방식으로 발전시켰다”는 것이다.
“‘페르소나’의 주인공 이지은 씨를 섭외하기까지, 사실 기획 초반에는 언급조차 안 됐습니다. 언감생심, 지은 씨가 하겠나 싶었죠(웃음). 그러던 차에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조영철 대표가 지은 씨의 음반 프로듀싱을 맡았던 인연이 있어 ‘말이나 해보겠다’는 겁니다. 며칠 후 지은 씨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고요. 그제야 예전에 지은 씨한테 곡을 줬던 때가 떠올렸죠. 새로운 걸 받아들이는 똘망똘망한 눈빛이요. 지은 씨는 참신한 시도를 제안해볼 만한 아이콘입니다. 사실 이미 자기 자리가 견고히 잡힌 아이콘의 경우, 시도함으로써 잃을 게 많잖아요. 그런데도 과감한 선택을 보여준 지은 씨에게 고마워요(윤종신)”
이지은 역시 “이런 제안이 나에게 온 것도, 함께하는 감독님들의 영화를 내가 좋아하고 있었던 것도 신기했다”며 웃음 지었다. “감독님들과의 첫 미팅도 인상적이었다”며 “내가 낯을 가리는데도 불구, 쉽게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고 떠올리기도.
“솔직히 말하면 ‘페르소나’가 제작보고회를 열 정도로 큰 프로젝트인 줄 몰랐어요(웃음). 처음에는 ‘단편영화를 네 편 찍는다’고 해서 ‘열심히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거든요. 그런데 언론도, 팬들도 상상 이상의 관심을 주고 계세요. 처음 프로젝트에 참여하겠다고 했을 때는 성적을 걱정할 상황이 아니었는데 말이죠. 하하. 한편으로 단편영화는 스크린에 올라가는 작품이 많지 않다고 알고 있는데, 내 데뷔작이 오래오래 대중에게 보여질 수 있다는 데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이지은)”
(사진=이현지 기자)
자타공인 국내 최정상 아티스트로 손꼽히는 이지은이기에 그와 작업하게 된 감독들의 소감도 남다를 터. 실제로 임필성 감독은 “지은 씨가 참여해준 게 감독들에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각각의 감독들은 이지은에게서 어떤 모습을 발견, 영감을 얻었을까.
‘썩지 않게 아주 오래’의 임필성 감독은 “나는 지은 씨의 노래 ‘잼잼’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두 남녀에 관한 도발적인 이야기”를 담은 가사를 화면에 담았고, 제목도 노래 가사에서 착안했다는 설명이다. ‘페르소나’ 프로젝트 마지막 창작자로 합류했다는 전고운 감독은 “나는 나의 촉을 믿는 편이다. 지은 씨가 나처럼 체구가 작지 않나. 왠지 나와 비슷할 거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똑똑하면서도 정의로울 것 같았다”며 ‘키스가 죄’에 “내가 학창시절 꿈꿨으나 하지 못했던 것을, 지은 씨에게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반면 김종관 감독은 “지은 씨에게도 다양한 모습이 있겠지만 처음 만났을 때 차분하고 나른함을 느꼈다”며 “강한 삶을 사는 사람의 쓸쓸함”을 느꼈다고 했다. 이에 관계에 대해 다룬 ‘밤을 걷다’를 통해 “지은 씨의 가족이나 친구 오랜 팬처럼 깊은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보고 위로를 받고 즐거움을 느끼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제작보고회에 함께하지 못한 이경미 감독의 ‘러브세트’에 관해서는 이지은이 직접 입을 열었다. “나한테서 이런 모습을 보셨냐고 반문할 정도로 (나와) 달랐다”면서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결말이라 장편화(化)해도 좋을 것 같다”고 애정을 보였다. 그런가 하면 윤종신은 “‘러브세트’ 마지막에 나오는 이지은의 표정에 여운이 오래 남는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페르소나’는 오는 4월 5일부터 넷플릭스에서 감상할 수 있다. 윤종신은 그 이유에 대해 “영화든 음악이든, 제작 기간에 비해 평가받는 시점이 짧아 창작자나 제작자는 허무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때문에 ‘영원한 세일즈’가 가능한 플랫폼을 고려했고, 구독자를 기반으로 일정 취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콘텐츠를 전달해주는 넷플릭스”와 협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