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BS 방송화면)
[뷰어스=문다영 기자] 현재 우리나라에서 불법촬영물 관련법은 어떻게 세워져 있을까. 최근 불법촬영물과 관련, 각각의 사건에 적용되는 혐의 입증 기준이 달라 논란을 키우고 있다. 더욱이 보다 넓은 테두리 안에서 법을 적용해야 하는 법조계와 국민법감정 온도차도 매우 크다. 법조계는 최대한 피해자가 발생하는 상황을 막고 범죄라는 인식조차 못하는 이들에 대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불법촬영물에 대한 논란이 어느 때보다도 거세다. 최근 정준영 단톡방 내의 불법 촬영물에 대한 혐의와 수사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2일에는 서울 금천구 아이돌보미의 아이 학대 사건의 CCTV영상에 대한 논란까지 터지며 불법 촬영물에 대한 정의와 처벌 기준이 도마 위에 올랐다. 불법촬영물을 봤느냐부터 유포했느냐, 대상자에 촬영 사실을 알렸느냐 등 법을 적용할 수 있는 구간과 사례가 각각 달라서다.
(사진=SBS 방송화면)
우선 정준영 단톡방 사태로 보면 불법 영상물에 대한 공유 부분이 문제로 꼽힌다. 단톡방 멤버 중 한명이었던 로이킴이 4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 불법촬영물 유포 혐의로 입건된 것. 이에 앞서 한차례 논란이 일었다. 로이킴이 영상물을 보기만 했다면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던 탓이다. 실제 정준영 단톡방에 있던 이들 중 유포하지 않고 보기만 했던 이들은 법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에 여론은 불법영상물 처벌 기준이 잘못된 것이라 지적하고 있다. 명백히 불법촬영물 피해자가 있는 상황에서 단톡방 구성원들이 심각성을 인지했다면 피해자들이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역시 경찰이 관련자가 많은 탓에 사건을 ‘봤다’ ‘보지 않았다’로 단순화시키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한 변호사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제공자에게 받아 보는 사람의 경우는 적극적인 행위로 보기가 어렵다”면서 “다만 해당 대화방에서 불법 촬영물이 공유되는 사실을 오랜 기간 인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영상을 받아 봤다면 방조범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음주운전방조죄와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음주운전자가 적발됐을 시 음주운전을 방조한 이는 음주운전방조죄로 처벌 대상이 된다. 이와 같이 불법촬영물이 명백한 범죄라는 사실을 인지했다면, 적어도 상식 밖의 일이라 생각했음에도 동조했다면 이들은 공범까진 아니더라도 방조범이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처벌기준 강화 목소리가 대두된다. 한 사회운동가는 “명백한 불법영상물이 한 두 번이 아닌 꾸준히 공유되는 상황에서 만약 처벌 기준이 공유하고 보는 행위 자체, 혹은 방조하는 범위까지 확대돼 있었다면 정준영의 불법행위는 보다 빨리 처벌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불법 촬영물 제공에 대한 동조 혹은 방조에 대한 처벌기준이 개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KBS1 방송화면)
정준영 단톡방 멤버들을 두고 불법 촬영물이란 사실을 인지조차 못하고, 혹은 알면서도 방조한 죄를 물어야 한다는 논란이 있다면 금천구 아이돌보미의 학대 사건의 경우는 불법촬영물의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지가 모호해지는 예시로 꼽힌다.
금천구 아이돌보미 사건 피해 아동 부모는 집 안에 설치한 CCTV를 통해 돌보미의 학대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다. 이 부모는 이 영상을 방송사에 제공했고, 청원게시판, 유튜브 등에도 공개했다. 이를 토대로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조만간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영상을 본 이들이 당연한 수순이라고 여겼던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만약 부모가 이 CCTV 설치 사실을 돌보미에게 알리지 않았다면 최악의 경우 법정에서 무죄판결이 날 수도 있다는 현행법 기준이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자신의 집에, 아이를 지키기 위해 설치한 CCTV 영상이 불법인가 하는 논란에 대해 한 변호사는 “CCTV는 촬영 동의를 구하면 어디든 찍어도 괜찮다. 하지만 말하지 않았다면 이는 불법으로 증거 채택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아이를 지키기 위함이었다 하더라도 몰래 CCTV 설치하면 몰카 범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변호사에 따르면 이 CCTV를 토대로 가해자가 자백을 하고 잘못을 인정한다 해도 무죄 판결이 내려질 수 있다. 독수독과(毒樹毒果), 즉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의하여 발견된 제2차 증거의 증거능력은 인정할 수 없다는 이론에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여론은 허탈해하고 있다. 피사체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영상은 포괄적 개념에서 불법이라 보는 것이 맞지만 살인행위나 다름없어 보이는 학대 정황이 CCTV를 통해 밝혀졌음에도 무죄 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에 분노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격앙된 여론이 주장하는 법개정까진 아니더라도 예외적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앞선 이 두 사례는 정반대의 경우고 접점도 없다. 그러나 하나의 고민으로 이어지고 있다. 불법촬영물에 관련법이 현실에서 제대로 작용하고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법이 늘 국민 법감정과 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개개인이 맞닥뜨린 현실이나 상황이 법에 적합하게 들어맞지 않아 법조인들조차 안타까워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불법 촬영물의 현주소가 그렇다. 어떤 경우는 법이 무르다는 비난을 부르고, 어떤 경우는 법이 과하다는 비판을 야기한다. 불법촬영물에 대한 심각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이때 과연 현행법으로 불법촬영물을 근절할 수 있는지, 불법촬영물 기준에 애꿎은 피해자가 생기는 것은 아닌지 깊이 고민해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