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키위미디어그룹
김무열은 베테랑 형사를 연기하기 위해 실제 경찰들을 직접 만나고, 캐릭터에 맞춰 살을 찌우는 노력을 당연하게 여겼다. 그의 끈질긴 노력이 만든 형사 장태석은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생생함을 느끼게 했다.
‘악인전’은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개봉 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개봉 당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무열은 칸 진출에 대한 기쁨보다는 국내 관객들의 반응을 더욱 신경 쓰며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영화제에 대한 갈망은 없었다. 나한테는 가능성이 없는 일이라 생각하며 배제시킨 것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배우를 하는 이유랑은 별개라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 기분은 좋다.”
김무열은 ‘악인전’에서 몸무게를 높이기 위해 15kg를 찌우는 열정까지 보였다. 범인을 향한 집념 때문에 악과도 서슴없이 손을 잡는 거친 형사 장태석을 연기하고자 외적인 모습부터 변신을 시도한 것이다.
“액션 연기보다 근육을 유지하는 게 힘들었다. 잠자기 전까지 계속 먹었다. 현장에서도 중간에 쉴 때마다 시간을 맞춰 단백질을 챙기려고 했다. 나중에는 닭가슴 살을 도저히 먹을 수 없어 갈아서 마셨다. 하지만 그만큼 파워감이 느껴져서 좋았다.”
현장에서 일하는 형사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했다. 장태석이 조직 보스와 손을 잡으면서까지 살인마를 쫓으려는 마음을 이해하기 쉽지 않았던 것이다.
“살인자를 쫓는 태석의 마음이나 범죄를 대하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분들이 범죄를 대하는 태도에도 병적인 강박이 있더라. 평소엔 옆집 아저씨 같다가도 범죄에 대한 설명을 해주실 때는 갑자기 너무 무서워졌다. 표정이 바뀌고 에너지가 달라졌다. 지나가던 사람도 범죄자로 한 번씩 보일 정도로 강박을 가지신다고 하더라.”
김무열이 처음부터 ‘악인전’의 형사 역할을 제안 받은 것은 아니었다. 극 중 무차별적으로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 살인마 K를 제안 받고 고민하던 중, 장태석으로 바꿔 다시 제안을 해줬다고 했다. 늘어난 분량은 물론, 범죄 영화 단골 주인공이었던 형사 역할을 새롭게 연기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됐다고 했다.
“내가 어떻게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더라. 세 주인공이 있지만 그 중심에는 장태석이 있다. 장태석은 전개를 끌어가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긴장이 많이 됐다. 형사는 특히 많은 선배들이 잘 해 오신 역할이지 않나. 좋다는 생각보다 걱정이 앞섰다.”
사진제공=키위미디어그룹
김무열은 새로운 형사 캐릭터를 만들어내기 보다 그의 강인하고 집념 있는 모습을 표현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그동안 범죄물이나 수사물에서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는 경찰들의 무능함이 많이 다뤄졌다. 우리 영화 안에서 이 이미지를 상쇄시켜 보고 싶었다. ‘저 사람이라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다. 형사의 전형적인 이미지 탈피에 욕심을 부리기보다 표현하고 싶은 것에 집중했다.”
함께 연기한 마동석이 액션에 있어서는 워낙 베테랑이었기에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다. 장태석만의 액션 특징이 살아난 데에는 마동석을 비롯한 스태프들의 도움이 컸다며 거듭 감사를 표했다.
“처음에는 너무 겁을 먹었다. 눈앞에서 주먹이 지나갈 땐 무서웠다. 아무리 이성으로 잡아두려고 해도 세포 구석구석에서 위험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한 두 번 하다 보니까 오히려 프로페셔널한 사람과 하는 게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또 워낙 잘 맞기도 했다.”
“현장에서 나뿐 아니라 다른 배우나 로케이션이 주는 도움들이 있었다. 그런 걸 받아들이면서 만들어 나가니까 풀리는 부분이 있었다. 영화라는 게 나 혼자 만드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