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겠나. 그 만큼만 주신다는데”
강원도 산불 피해 주민들이 정부 지원금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4월 강원도 속초, 강릉, 고성, 인제, 동해 등을 휩쓸고 간 산불은 산림 2832㏊와 주택 553채를 태우며, 1,302명의 이재민을 비롯해 사망2명 부상1명 약 1,300억 원의 재산피해를 발생시켰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산불피해 중 큰 규모가 가장 크다. 피해주민들은 지금도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지 못한 채 힘든 삶을 지속하고 있다.
정부는 조속한 피해복구를 위해 추경예산 1399억 원(국비 1351억 원,도비 48억 원)을 편성한 바 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실제 피해복구는 공공부문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피해 주민들 지원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이번 산불의 경우는 피해지역이 광범위한 탓도 있겠지만, 지원도 일괄적이지 못했다. 강릉시 옥계면은 총 75가구가 전소됐고 이재민 123명이 발생했다. 옥계면 남양 3리는 11가구가 전소되었는데 이중 4가구만 정부와 NGO단체 지원을 받아 임시 컨테이너 조립주택 4동이 설치됐고, 나머지 7가구는 조립주택 지원도 되지 않았다. 정부 지원금은 어떤 가구도 받지 못했다. 개별조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이다. 교회나 NGO 단체들의 성금만 전달됐을 뿐이다.
정부지원금이 지급된다 하더라도 이들 피해자들에게 지원되는 금액은 법으로 정한 한도인 1300만 원에 불과하다. 피해가정에 지원한 임시주택 역시 2년 후에 반납하거나 구매해야 한다. 물론 시중 가격보다 싼 가격이지만 평수가 적은 7.3평의 컨테이너 조립식 건물이라 실용성에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이번 산불로 집이 전소된 강릉 옥계면 주민 이강순 씨는 최근 임시주택을 지원 받았다. 현재 컨테이너 임시주택에 살고 있는 이 씨는 부족한 정부 지원금과 지연되는 지급에 대해 “그걸 어떻게 하나? 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같은 지역 산불 피해 주민 강송주 씨 역시 “임시주택을 지원 받았는데 2년 동안 살다가 반납하거나 구입을 해야 한다”라며 “(적은 액수의 정부 지원금에 대해) 그 만큼밖에 안 주시는데. 내가 뭘 어떡하겠나?”라고 한숨을 쉬었다.
남양3리 김강수 노인회장은 “(정부 지원금이) 아주 적다고 봐야한다. 하다못해 (집 짓는데) 몇 천 만원 씩 드는데(산불 피해자들) 성에 차겠나?”라며 정부 지원금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강릉종합자원봉사센터 김진문 봉사자는 옥계면에서 산불 발화 시기부터 지금까지 약 3개월 째 피해복구를 돕고 있다. 옥계면 주민들을 도우며 그들의 일상을 옆에서 자세히 지켜본 그는 “지금의 정부 지원금은 1300만원이 한도라고 하는데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현실에서 이 돈으로는 집을 지을 수 없다”라며 “법을 개정하는 한이 있더라도 한도가 조정되어야 할 것 같다”라고 마을 주민들을 대변했다. 그는 또 “(피해주민에게) 지원되는 임시주택도 7.3평이라 아쉽다”라며 “최소 14평은 되어야 할 것 같다. 냉장고가 들어가면 공간이 너무 좁다. 이 부분도 개선됐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전국재해구호협회 등 NGO단체들은 산불피해 가구 당 1,000만에서 3,000만원의 국민성금을 1차적으로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정부 역시 완파 1300만원, 반파 650만원의 정부 지원금이외에도 자가 주택 복구비로 최대 6000만원을 저금리로 빌릴 수 있도록 조치했다. 하지만 집 한 채에 최소 수 천만 원에서 수 억 원에 이르는 금액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