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대웅제약 CI-대웅제약 경영이념(대웅제약 홈페이지 캡처)-윤재승 전 대웅제약 회장(포털 프로필 캡처)
윤재승 전 대웅제약 회장은 ‘자숙'의 말뜻을 모르는 것일까?
지난해 8월 윤재승 당시 대웅제약 회장은 오랜 기간 직원들에게 상습적으로 폭언과 욕설을 해온 사실이 한 영상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면서 큰 비난을 받았다. 특히 ‘검사 출신’이라는 이력은 그의 비도덕적 행동을 더욱 이율배반 돋보이게 했고, 여론의 질타를 견디기 힘들었던 윤 전 회장은 결국 퇴진을 택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윤 전 회장은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고 사과의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지난 1년 간 윤 전 회장이 걸어온 행보는 자숙과는 멀어 보인다. 업계에서는 그의 행보를 두고 ‘막후 경영’이라고 부르고 있다. 여전히 대웅그룹 내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 대웅제약 측은 ‘공유 차원’이라고 선을 그으려 하고 있지만, 윤 전 회장은 고위 임원들로부터 회사업무를 보고받고 있다. 뿐만 아니다. 윤 전 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회사는 대웅제약 관계사와 내부거래를 통해 지속적으로 덩치를 키우고 있다. 한 마디로 사회를 우롱하고 ‘눈 가리고 아웅’을 일삼았을 뿐이다. 행보 때문에 윤 전 회장이 공개적으로 아무리 ‘복귀 의사 없음’을 밝혀도, 세상은 ‘조기복귀’를 기정사실로 여기고 있다.
지주사 대웅과 내부거래를 통해 몸집을 키우고 있는 윤 전 회장 소유 회사는 시지바이오(비상장), 엠서클(비상장), 이지메디컴(비상장)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웅은 지난 2009년 9월 시지바이오(83.49%)와 엠서클(89.41%)의 지분을 윤 전 회장 일가가 높은 지분을 보유한 회사(블루넷, 인성TSS, 디엔컴퍼니)에 매각했다. 또 윤 전 회장은 2012년 5월에는 대웅이 보유한 이지메디컴 지분 40% 중 23.5%를 넘겨받았으며, 7월에는 대웅이 보유한 이지메디컴의 지분을 전량 확보했다.
윤 전 회장의 개인회사로 편입된 후 이 세 기업은 눈에 띄게 성장했다. 2012년 4억 원(자산총계 136억 원)이던 시지바이오의 자본 총계는 2018년 100억 원(자산총계 349억 원)으로, 엠서클은 2012년 50억 원(자산총계 163억 원)이었던 자본 총계가 2018년 250억 원(자산총계 369억 원)으로 증가됐다. 이지메디컴 역시 145억 원(자산총계 508억 원)에서 115%의 자본 증가율을 기록하며 312억 원(자산총계 2115억 원)으로 상승했다.
이 세 기업이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은 대웅그룹과의 내부거래량 증가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들은 대웅 특수관계기업들의 지원을 세 기업 성장의 주요 배경으로 꼽고 있다. 지난해 윤 전 회장이 대웅제약과 그 지주회사인 대웅의 모든 직위에서 물러났음에도 세 기업의 성장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대웅 계열사와 내부거래 확대를 통해 얻어진 세 기업의 성과가 윤 전 회장의 업적이 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런 성과를 발판으로 대웅이 어떤 식의 판을 짤 것인지에 제약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재승 전 대웅제약 회장은 창업주인 윤영환 명예회장의 3남으로 1984년 제26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989년 서울지방검찰청 동부지청 검사, 1992년 서울지방검찰청 검사를 역임했다. 이후 1995년 대웅제약 부사장으로 입사, 2014년 대웅제약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했으며, 2018년 막말 파문으로 퇴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