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엑시트' '벌새' 스틸
올해 유난히 신인 감독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며 변화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했다. 우선 여름 텐트폴 영화에만 두 명의 신인 감독이 이름을 올렸다. 개봉 한지 한 달이 훌쩍 넘었지만 9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뒷심 발휘 중인 ‘엑시트’의 이상근 감독은 이 영화가 데뷔작이다. 입봉작인 ‘청년 경찰’에서 청춘의 에너지를 스크린 위에 펼친 김주환 감독은 ‘사자’로 스케일을 키워 돌아왔다.
‘사자’는 160만 관객 돌파에 그치며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지만, 두 영화 모두 새로운 시도가 담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엑시트’는 재난 영화 클리셰를 깨부수고, 인물들의 맨몸 활약에만 집중해 쫄깃한 긴장감을 만들어냈고, ‘사자’는 오컬트 장르에 히어로물 서사를 결합해 한국형 히어로의 탄생을 알렸다.
‘우리집’으로 두 번째 작품에서도 빛나는 연출력을 보여준 윤가은 감독도 올해를 빛낸 신인 감독이다. 첫 장편 영화 ‘밤의 문이 열린다’에서 청년들의 아픔을 판타지 장르에 녹여 신선한 전개를 보여준 유은정 감독도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신예다. 김보라 감독 또한 첫 장편 영화 ‘벌새’로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호평 받았다.
영화 투자·배급사 NEW 관계자는 그 이유로 “최근 영상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이 다양화 되고 있는 만큼 소재, 장르적으로 신선한 영화들에 더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영화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최근 두드러진 신인들의 활약에 대해 “관객들의 신선함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 관객들의 니즈와 각 투자 배급사들의 새로운 시도가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했다.
사진=영화 '우리집' 스틸
다만 신인 감독들이 꾸준히 배출되기 위해서는 육성 시스템 마련도 필요하다. 봉준호, 최동훈, 장준환 감독 등 유명 감독들을 배출한 한국영화아카데미가 내놓는 장편 영화들이 꾸준히 호평을 받고 있고, 신인 감독 배출 발판인 미쟝센 단편 영화제나 전주영화제 디지털 삼인삼색 등 영화제의 신인들의 조명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영화아카데미는 전공에 대한 일정 수준 이상을 갖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운영도 소수 정예로만 하고 있다. 또 단편 영화로 주목 받은 경우에도 장편 영화를 찍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단편 영화로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지만, 장편 데뷔까지 총 9년이 걸린 ‘엑시트’ 이상근 감독처럼 늦깎이 신인 감독이 많은 이유가 되기도 한다.
충무로에서 꾸준히 활약 중인 영화 감독은 “신인, 독립 감독들은 영화제에서 수상을 해 상금을 받지 않는 이상 수익을 내기가 힘들다”라며 구조 개선을 언급했다.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최근 각 투자사들이 과감한 투자를 시도하고 있는 만큼, 꾸준한 인재 양성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최근에는 신인 감독들이 작품 활동을 할 경우 생활 여건을 보장해주고 있으며, 촬영 현장에도 표준 계약서가 도입되는 등 스태프들이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고 있다. 앞으로 다양한 인재들이 꾸준히 배출되는 발판이 되지 않을까”라고 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의 크리에이티브 공모전과 CJ ENM의 영화 스토리텔러 육성 프로그램 ‘스토리업’도 하나의 예다. 크리에이티브 공모전은 현재 8회까지 진행됐으며, 5회 대상 수상작인 ‘증인’은 이한 감독의 연출로 지난 2월 개봉했으며, 제6회 입상작인 ‘샘’과 제7회 입상작인 ‘뷰티플 마인드’는 개봉의 기회를 얻었다.
영화 스토리텔러 육성 프로그램 ‘스토리업’은 CJ ENM의 신인 작가 지원 사업 ‘오펜(O-PEN)’과의 연계를 통해 영화 시장 진출에 현실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제작 지원, 현직 프로듀서의 멘토링 등 창작자들을 위한 다양한 기회를 제공 중이다. 작년부터는 단편영화 제작지원 부문도 추가됐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5편의 극영화와 7편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개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