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카드사와 핀테크 업체의 ‘페이’ 전쟁이 시작됐다 (사진=연합뉴스)
동맹(同盟). 서로의 이익이나 목적을 위해 동일하게 행동하는 약속이다.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라이벌도 다른 공공의 적이 생기면 동맹을 맺는다. 상대적 약자가 살아남는 방법이기도 하다.
최근 국내 주요카드사도 동맹을 맺었다. ‘페이’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생존을 걸고 손을 잡았다. 간편결제 시스템을 개방하기로 한 거다. 그들의 적은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핀테크 업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BC·롯데·하나·NH농협카드 등 카드사들은 모바일협의체 회의에서 ‘앱카드 상호 연동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규격’ 개발에 나서기로 뜻을 모았다. 구체적인 사항은 정하지 않고 각사의 앱카드를 연동하자는 원칙적 차원에서의 합의만 이뤄진 상태다.
앞서 카드사들의 ‘페이’ 시스템은 자사 카드 결제용으로만 쓰였다. KB국민카드의 KB페이는 신한카드 결제에 이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동맹을 맺기로 한 이상 표준화된 규격이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들의 불편한 동맹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왜 이제서야?”, “조금 더 빠르게 진행했어야지”라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물론 각 카드사도 핀테크 업체와 ‘페이’ 시스템의 발전을 직접 접하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과거에는 동맹보단 밥그릇 지키기가 더 급했다. 경쟁사에 고객을 뺏길 우려도 있었고 각 카드사마다 이해관계와 입장이 지속적으로 대립했다. 결국 조속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안타까운 히스토리다.
‘페이’ 시장은 해를 거듭할수록 거대해지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올 1분기 58%(전년동기대비) 성장했고, 네이버페이 결재액도 56% 증가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각 사는 “처음부터 서로 개방했으면 좋지 않았을까”라는 후회를 할 수도 있다. 그랬다면 지금의 카카오페이 자리는 다른 금융페이가 차지했을 것이다.
전쟁을 위한 동맹 서약은 맺어졌지만 서로 간의 입장차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물고 물리는 ‘제로섬게임’이 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과거 상황을 반복한다면 결국 웃는 건 멀리서 지켜보던 핀테크 업체다.
경쟁에선 이미 한참 늦었을지도 모른다. 힘든 싸움이 예상되지만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그간 보였던 불신과 의심은 잠시 접어두어야 할 때다. 서로 간의 ‘합심’이 필요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