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모르쇠’에 법안 처리는 늦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대한민국 상반기를 휩쓴 키워드 중 하나는 ‘가상자산’이다. 가상화폐, 암호화폐, 코인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가상자산은 서민들에게, 20~30대 청년들에게 부동산, 주식을 넘어 신분 상승을 위한 마지막 기회로 여겨졌다. 너도나도 투자 대열에 뛰어들었다. 업비트, 빗썸 등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는 연일 역대 최대 거래량을 갱신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빗썸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2191억원으로 전년보다 51.4% 증가했다. 당기순이익도 1275억원으로 전년 대비 873.5% 급증했다.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는 지난해 매출액 1767억원, 당기순이익 477억원으로 각각 26%, 308% 증가했다.
시장이 과열되자 거래소 폐쇄, 사기 등 피해를 호소하는 투자자들도 속출했다. 현재 가상화폐 거래소는 약 2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실체도 불명확한 코인을 무분별하게 상장(ICO)하고 있다. 게다가 대형 거래소도 전산 장애를 이유로 사전 공지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거래를 중단하거나 입출금이 갑자기 막히는 경우도 빈번하다.
하지만 투자자를 보호할 법안이나 제도는 없다. 국회가 관련 법안을 발의했으나 이를 관리·감독하는 금융위원회가 손을 놓고 있다. 금융당국의 ‘강 건너 불구경’에 투자자들은 갑자기 일어난 피해에 손도 쓰지 못하고 당할 수밖에 없다. 전혀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가상화폐에 대해 관망하는 이유는 하나다. 관련 법을 만들려면 가상자산을 하나의 업권으로 정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산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가상자산에 대해 “잘못된 길”, “인정할 수 없는 화폐”라고 언급했다. 화폐로 인정할 수 없으니 관련 법도 필요 없다는 스탠스다.
이같은 금융당국의 스탠스는 유감스럽다. 이미 가상자산은 일부 부유층만의 놀이가 아닌 실생활, 사회에 깊숙하게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피해가 발생한 후 그제야 대책을 만들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불과하다. 피해를 본 국민들은 평생 고통을 안고 살아야한다.
모든 피해자를 구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빠른 대책은 필수다. “투자는 본인의 선택”이라며 피해의 책임을 국민에게 돌리는 행태로는 공복의 책임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 적절한 법제화와 대책이 하루빨리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