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뱅크가 은행업 인가를 받으면서 9월 출범이 공식화됐다 (사진=비바리퍼블리카)
한 플랫폼으로 은행·증권·보험을 이용하는 ‘원 앱’ 전략, 토스의 2000만명 가입자, 중금리대출.
제 3호 인터넷 은행 인가를 받은 토스뱅크가 가진 승부수다. 토스뱅크를 이를 무기로 카카오뱅크·케이뱅크는 물론 기존 은행과 겨뤄보겠다는 태세다.
1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9일 열렸던 정례회의를 통해 토스뱅크에 대한 은행업 본인가를 승인했다. 지난 2월 초 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본인가를 신청한 지 4개월 만이다.
금융위는 토스뱅크가 ▲자본금 요건 ▲자금 조달방안 적정성 ▲주주 구성 계획 ▲사업계획 ▲임직원 구성 ▲인력, 영업 시설, 전산체계 등 인가 요건을 모두 충족했다고 밝혔다.
토스뱅크는 실제 거래 테스트, 금융결제원의 지급결제망 등 유관기관 연계를 거쳐 빠르면 9월부터 본격적으로 대고객 영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빠르면 9월 말, 늦어도 10월 초에는 토스 앱에서 뱅크 서비스를 보여드리겠다”고 설명했다.
은행업 본인가 승인이 나면서 비바리퍼블리카(토스)는 토스뱅크, 토스증권, 토스인슈어런스(법인보험대리점), 토스페이먼츠(전자지급결제) 등의 계열사를 거느리게 됐다.
■ 중금리 대출 확대·‘원 앱’ 전략
토스뱅크는 본격적인 출범에 앞서 중금리 대출 확대를 전면에 내세웠다. 토스뱅크는 금융당국에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통해 출범 후 올해 말까지 중금리 대출 비중을 전체 대출의 34.9% 수준으로 맞추겠다고 보고했다.
2023년 말에는 중금리 대출 비중을 전체 대출의 절반 수준인 44%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2023년까지 30%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넘어선 것이다. 카뱅과 케뱅과의 경쟁에서 발 빠르게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토스의 공격적인 중금리 확대 움직임에 대해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에 발맞춘다는 입장에 더해 기존 인터넷 은행과는 다른 ‘차별화 전략’을 내세운 것으로 보고 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기존 인터넷 은행들의 대출의 경우 수조원에 이르는 상황”이라며 “토스뱅크는 영업 시작 단계부터 중저신용자를 타깃으로 해 비중 조절이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한 플랫폼으로 증권·보험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원 앱’ 전략도 토스의 강점이다. 토스 앱을 통해 뱅크 보험 증권 등 전 계열사 서비스를 한 번에 제공하는 전략이다. 앱 토스에 가입한 사람은 2000만명이 넘는다.
토스증권은 출범 3개월여 만에 300만 계좌를 돌파했고 토스인슈어런스는 10개월 만에 70만건이 넘는 보험상담 실적을 쌓았다. 이미 보험과 증권을 쓰는 사용자들이 토스뱅크도 자연스럽게 이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 야심 차게 출발했지만 넘어야 할 산도…
다양한 전략으로 야심 차게 출발한 토스뱅크도 금융업의 대세가 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이미 인터넷은행업에 진출해 자리 잡은 카카오뱅크·케이뱅크와의 경쟁, 기존 금융권의 발 빠른 디지털 전환 등이 그것이다.
이와 관련해 홍민택 토스혁신준비법인 대표는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토스 앱 가입자는 2000만 명”이라며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마케팅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다는 건 최대 강점”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홍 대표는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소비자들을 위한 서비스로 승부하겠다는 설명이다.
또 자본 확충에 대한 숙제도 안고 있다. 토스뱅크의 자본은 2500억원에 불과하다. 자산을 잘 불리기 위해선 자본이 필요하지만 그 부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다만 KDB산업은행의 투자는 물론, 토스가 진행하고 있는 유상증자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자본금은 4000억원 규모로 확대될 예정이다.
토스뱅크는 이렇게 늘어난 자본금을 바탕으로 출범 초기부터 다양한 대출상품을 개발·출시해 고객을 대거 유입하는데 집중할 방침이다.
인터넷 은행이 중금리대출을 본격적으로 늘릴 경우 대손 부담도 늘어나는 만큼 리스크 관리가 점점 중요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배승 이베스트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금리대출은 순이자마진 수준이 높은 대신 신용위험의 수준도 월등히 높다”며 “대손 부담 확대가 불가피한 만큼 자체적인 신용평가모델 고도화를 통한 대손 관리 역량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