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수수료율 인하가 또 다시 진행될 예정이다 (사진=픽사베이)
신용카드가 생기기 전 소비자들은 동전이나 현금을 손에 들고 있어야 소비를 할 수 있었다. 카드의 등장은 이러한 불편함을 모두 해소해 줬다. 심지어 현재는 스마트폰 속 페이 덕분에 실물 카드를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다만 이러한 시스템이 공짜는 아니다. 소비자들은 편리함을 제공받기 위해 수수료를 낸다. 당연한 이치다. 신용카드사는 주 수입원은 바로 이 수수료다. 사업자(가맹점)들도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편하게 판매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을 정부가 직접적으로 관여하자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전 세계적으로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산정에 정부가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카드 수수료율은 2007년부터 지금까지 13차례 인하됐다. 2012년 여신전문금융법 개정 이후 3년마다 재산정되지만 한 번도 동결되거나 인상된 적은 없다. 그 결과 2007년 4.5%에 달하던 일반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은 1.97~2.04%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국내 가맹점의 96%가 0.8~1.6%의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
재산정 수수료율이 적용되는 시기인 내년도 인하가 유력하다. 정부가 내세우는 인하 명분은 중소·영세 사업자 보호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수수료만 내려갔을 뿐 다른 방식의 피해는 꾸준하게 생기고 있다.
카드사의 주 수입원은 수수료지만 신용판매에서 수익이 나오지 않자 카드 부가서비스 등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있다. 카드사는 적자가 이어졌고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줄였다. 실제로 2018년 가맹점수수료 재산정 이후 2019년부터 약 300종이 넘는 카드가 단종됐다.
그 외에도 무상으로 제공받던 감열지나 포스(POS)의 비용을 지불해야하는 등 소상공인이 세세하게 받는 피해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카드사에 그 책임을 물을 순 없다. 카드사는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이기 때문이다.
카드 업계 종사자들도 수수료율을 내리는 건 동의하지만 그 시기가 너무 빠르다고 지적한다. 한 카드 업계 관계자는 “결국 정부의 무리한 개입은 갑·을 관계를 떠나 소상공인, 카드사, 소비자 모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문제는 있지만 재산정 수수료율은 결국 인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에서도 내년 선거를 앞두고 꾸준하게 인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다. 수수료율 인하만이 답은 아니지만 눈앞의 이익만 본다면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목소리를 일방적으로만 듣지 않고 현장의 목소리를 귀 기울인다면 답은 보인다. 업계를 향한 무리수가 계속되면 결국 업계 자체가 침체될 수밖에 없다. 불통의 재산정이 아닌 소통의 재산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