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이 카드론 등을 통해 돈을 빌리도록 유도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빚투’ ‘영끌’ 등으로 인해 가계 빚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금융당국은 대출 규제라는 카드를 꺼냈다. 이에 발맞춰 시중은행도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등 자체적으로 대출 고삐를 죄고 있다. 그럼에도 서민들의 투자는 ‘코인 광풍’과 함께 계속 이어졌다.
당국과 은행의 대출 조이기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소비자들은 제2금융권으로 시선을 돌렸다. 카드사는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반값 이자율’ 등의 자극적인 문구로 회원에게 대출을 권하고 있다. 카드론 규모도 공격적으로 늘리며 돈을 빌리도록 유도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신용카드사가 진행한 스탁론(주식매입자금대출) 잔액이 단기간 내 430억여원을 넘어섰다. 스탁론은 고객의 증권계좌를 담보로 해서 주식 매입자금을 대출해주는 상품을 뜻한다.
지난해 말 비씨카드는 NH투자증권·하나금융투자·KB증권·대신증권 등 증권사 4곳과 손잡고 스탁론을 내놨다. 이 서비스가 인기를 얻자 뒤이어 롯데카드도 연 2.89~6.49%의 스탁론을 지난 4월에 출시했다.
카드사가 대출에 집중하는 이유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도 연관이 있다. 법적 규제와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수수료 수익이 떨어지자 다른 길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스탁론에 앞서 카드사들은 ‘마통(마이너스 통장) 카드’까지 부활시켰다. 그 결과 카드사 시장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7개 카드사 카드론 잔액이 32조원에 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카드 대출은 급전이 필요한 사람에게 보다 높은 금리로 서비스하는 고위험 상품이다. 그럼에도 카드사들은 ‘반값 이자율’ 등의 문구로 소비자들에게 돈을 빌리라고 부추기는 모양새다. 마땅한 안전장치도 마련하지 않은 채 무작정 돈을 빌려주는 건 더 위험하다.
금융당국은 보다 면밀하게 들여다봐야한다. 급격히 늘어나는 서민의 채무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이 있다. 금융당국이 이를 꼼꼼히 챙기지 않는다면 ‘고위험 빚쟁이’가 양산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