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부장 박진희
노동조합이란 무엇인가. 노동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 기타 노동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 또는 그 연합단체를 말한다. 노동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기업을 위해(危害)하고 자영업자를 인질(人質)로 삼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의 노동조합은 무엇을 하고 있나?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전 국민이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면서 고통을 분담하고 있는 중에도 민주노총은 전국노동자대회를 하겠다며 8000여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정부의 방역지침을 어긴 것은 물론이요 국민의 건강을 위협한 행동이다.
2년 째 계속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에 몰렸다. 이런 와중에 민주노총 소속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들이 200여대 차량 운송을 거부하며 파리바게뜨 자영업자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번 파업에 불씨는 SPC그룹 광주 물류센터에서 옮겨 붙었다. 민주노총 소속 화물연대 배송 기사들이 화물차를 늘려달라는 요구에 SPC는 화물차 2대를 증차했다. 이후 한국노총 소속 배송기사와 민주노총 소송 배송기사들이 서로 쉬운 배송 코스를 차지하기 위한 대립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 소속 배송기사들이 불만을 드러내면서 지난 3일부터 사전 통보 없이 파업에 돌입한 것이다.
광주에서 시작된 민노총 화물연대의 파리바게뜨 재료 운송 거부 파업이 장기화되자 민주노총이 15일 0시를 기해 파업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SPC는 사실상 전국 3400개 매장 전체가 이날 아침 영업에 차질을 빚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민주노총 화물연대 파업의 요구 사항은 “호남지역 가맹점주들이 민노총 파업으로 입은 손해에 대한 배상 요구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실상 조금 더 쉽게 일을 하고, 돈을 벌려고 대립하던 노동자들의 다툼이 파리바게트 3400개 매장 점주들의 생계를 위협했다. 여기에 SPC라는 기업에 막대한 유‧무형의 손해를 입혔다. 그러고도 자신들에게 책임을 묻지 말라는 생떼를 쓰는 모양새니 국민적 공감을 얻기에도 무리수가 있다.
중국 위나라 시대의 영웅 조조에게는 조비와 조식, 두 아들이 있었다. 두 아들 모두 뛰어났으나 아우인 조식이 형인 조비보다 특출했다. 이에 조조는 맏아들이 조비 대신 차남인 조식을 후계자로 염두에 두기까지 했다. 이로 인하여 조비는 항상 동생 조식을 시기하였다.
조조의 뒤를 이어 황제 자리에 오른 조비는 어느 날 조식에게 “일곱 걸음 안에 시를 짓지 못하면 큰 벌을 내리겠다”고 했다.
이에 조식은 발걸음을 옮기며 아래와 같은 시를 읊었다.
콩을 삶아 국을 만들고(煮豆持作羹·자두지작갱) / 콩자반을 걸러 즙을 만드네(漉豉以爲汁·녹시이위즙) / 콩대는 솥 아래에서 타고(萁在釜底然·기재부저연) / 콩은 솥 안에서 우네(豆在釜中泣·두재부중읍) / 본래 같은 뿌리에서 나왔는데(本是同根生·본시동근생) / 어찌 급히 삶아대는가(相煎何太急·상전하태급)
이 시에서 ‘자두연두기(煮豆燃豆萁)’라는 고사성어가 나왔다. 한 뿌리에서 자란 콩대를 태워 콩을 삶는 상황에 빗댄 것이다. 이는 형제간에 다투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시를 들은 조비는 부끄러워하며 동생을 놓아주었다.
과연 조비는 뛰어난 인재이긴 했나보다. 부끄러움을 알았으니, 제 잘못을 시인하고 곧바로 행동을 교정한 것이다.
최근 각 기업을 사이에 두고 갈등 일로를 걷고 있는 양대 노총을 향한 국민 여론은 어떤가. 특히 시쳇말로 ‘머릿수’로 우세한 민주노총은 툭하면 공감도 얻지 못한 떼를 쓰며 감염병으로 지쳐가는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주고 있다.
양대 노총 중 누가 형님이고 아우인지에 대한 가늠은 차치하고 부디 부끄러움은 깨닫고 국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으면, 하다못해 노조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동료 노동자들의 목소리라도 듣고 반성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한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