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는 매너온도라는 것이 있다. 거래의 기본 매너를 지키면 매너온도가 올라간다.
구매자의 매너에는 거래 약속을 한 뒤에 시간을 잘 지킬 것, 지나치게 가격을 깎지 말 것, 물건 금액에 맞게 현금을 미리 준비할 것 등이 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일반적으로 상대방은 비매너라는 평가를 내린다.
물론 비매너 평가를 받는다고 해서 당장의 불이익은 없지만 거래온도가 내려갈수록 다음 거래의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가 무산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인수금액을 놓고 의견차가 생기면서 본계약 체결이 지연되고 쌍용차의 회생계획 제출기한도 내달 1일로 연기됐다.
에디슨모터스의 컨소시엄은 매각주간사인 EY한영에 실사 결과 예상보다 많은 부실이 발견됐으니 양해각서 상 최대치로 인수가격을 깎아달라고 하고 있다.
양측이 체결한 양해각서에 따르면 조정할 수 있는 금액은 입찰가 3100억원의 5%에 해당하는 155억원이다. 하지만 한영 측은 인수금액을 더 낮출 수 없거나 조정하더라도 최대 50억원 이상 인하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총 인수자금 1조5000억원 가운데 7000억~8000억원 가량을 산은으로부터 대출 받아 마련하겠다고 했다가 산업은행이 ‘대출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자금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산은이 대출을 안 해주겠다는데 다른 시중은행이나 투자가가 나설지는 의문이다.
자금마련에 차질이 생기면 당연히 인수계약이 무산될 수밖에 없다. 인수가 무산되더라도 에디슨모터스 입장에선 딱히 손해 볼 게 없다. 되레 산은이 대출을 안 해줘서 라는 핑계만 댈 수 있을 뿐이다. 반대로 인수가 성사된다면 제 몸보다 더 큰 쌍용차를 거저먹게 되는 셈이다.
쌍용차의 입장은 다르다. 임직원들은 임금도 삭감되고 무급휴직으로 이어가면서 오랜 시간 새 주인 찾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쌍용차만 속이 타는 상황이다.
에디슨모터스에 대해 당근거래식 평가를 한다면 이미 비매너 사유가 충분하다. 약속한 시간도 지키지 않았고 무리한 가격 인하 요구에 자금도 마련되지 않았다.
당근마켓에는 터무니없는 가격에 흥정하려 하고 돈을 던지는 등 비매너 이용자들을 가리키는 ‘당근거지’라는 말이 있다. 에디슨모터스는 애초에 인수의지를 강력하게 밝히며 인수만 하면 흑자전환을 하겠다고 자신했다. 헌데 그 자신 있던 모습은 어디가고 흡사 당근거지 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
거래자에게 신뢰를 심어주는 것도 매너다. 안될 것 같으면 다른 인수자를 위해 깨끗이 물러나는 것도 매너다. 더는 애먼 쌍용차에게 고통을 주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