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 국내 금 시세 추이(25일 8시31분 신한은행 기준, 네이버 캡처)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금 사재기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중국, 터키, 인도 등 신흥국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 올해 1분기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금 매입 규모는 무려 228톤. 2000년 통계 발표 이래 최대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금값 상승 추세가 앞으로도 우상향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데 무게를 둔다. 미중 패권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 연준의 긴축 움직임, 달러화 향방 등까지 감안할 때 금값 상승 압력은 더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최근 금값 상승에는 몇 가지 주된 요인이 있다. 우선 중국을 포함한 각국 중앙은행의 매수세다. 달러화 패권을 흔들려는 중국은 미국 국채를 내다 판 돈으로 금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에 따르면 4월 말 인민은행의 금 보유액은 1323억5000만 달러 규모다. 전월대비 7억 달러 가량 늘었다. 이는 중국이 1979년 금 통계를 낸 이래 최대다. 중국은 지난해 11월부터 6개월 연속 금 매입을 급격히 늘려왔다. 반면 중국의 미 국채 보유량은 지난해 7월 9392억 달러에서 올해 8000억 달러 수준으로 감소했다.
중국만이 아니다. 터키, 우즈베키스탄, 인도, 카타르 등 신흥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이 는다. 이는 러시아 자산 동결로 인한 친러 성향, 즉 러시아와 경제적 교류가 있는 국가들의 금 보유 유인으로 해석된다. 전규연 하나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국의 미국채 보유 잔액 감소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 또 위안화 결제액이 급증하는 점에서도 중국은 미 달러와의 패권전쟁 차원에서 금 보유량을 늘릴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세계 경제 블록화와 탈달러화 움직임이 신흥국 중앙은행의 금 사재기 현상을 유도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 세계 경제흐름도 요즘 금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1980년 이후 미국의 경기침체 국면에서 금 수익률은 평균 9.3% 수준이다. 고강도 통화 긴축 여파로 하반기 미국 경제의 역성장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전통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에 대한 수요는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 있다. 특히 지금처럼 경기는 위축되고 물가 하락 폭은 제한될 것으로 예상되는 국면에선 금에 대한 매력도는 줄어들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UB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고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 추세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이에 더해 최근 미 달러화 약세 상황이 금 가격을 더 끌어올리는 요인이기도 하다. UBS는 "역사적으로 강한 부정적 상관관계로 인해 미 달러화 약세는 금값 상승을 야기했다"며 "달러 약세는 앞으로 6~!2개월 가량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 선물의 투기적 순매수세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지난 3월이후 빠르게 확대됐다.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고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부각될수록 금 보유 유인은 늘어난다. 실제로 과거 금 수익률은 실제 경기 침체 국면보다 경기 침체에 대한 경계 심리가 높아지는 국면에서 더 크게 오른 바 있다.
전규연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시장이 미 연준의 연내 금리인하를 과도하게 반영하고 있긴 하지만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되면 실질금리가 하락하고 미 달러가 하반기 약세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그럴 경우 금 가격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러면서 하반기 금가격 밴드를 온스당 1950~2150달러 수준으로 예측했다.
국내 역시 시중은행 등을 통한 국내 투자자들의 금 수요가 증가 추세에 있다. 지난 4월 말 기준 KB,신한,우리은행 등 3대 시중은행 골드뱅킹 잔액은 5928억원으로 전월(5186억원)대비 한달새 700억원 이상 불어났다. 시중은행 한 PB는 "글로벌 금융시장과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이어지면서 금에 대한 투자자 수요와 관심이 작년 말부터 이어져왔다"며 "단 금에 대한 투자는 자산배분 차원에서 단기가 아닌 중장기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