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출렁대는 사이 삼성전자 주가가 꿈틀대고 있다. 3개월간 쉼없이 달려온 SK하이닉스는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조정국면으로 진입하고 그동안 숨죽였던 삼성전자가 반등세로 접어드는 걸까.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삼성전자의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11일 30만6500원의 고점을 경신한 뒤 숨고르기를 보이며 현재 26만원대로 후퇴한 상태다. 특히 단기 숨고르기 수준이던 주가는 17일 골드만삭스의 투자의견 하향 소식에 크게 흔들리며 장중 9% 이상 하락하기도 했다. 2026년 고대역폭 메모리칩(HBM) 공급과잉/평균 판매단가(ASP) 하락에 대한 우려 확산과 함께 외국인 순매도 전환에 따라 낙폭이 확대된 것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이날 4거래일 연속 상승에 도전 중이다. 코스피지수가 3200선을 돌파하는 강세 흐름 속에서도 6만원대에 묶여 있던 주가는 엔비디아의 H20 중국향 판매 재개와 이후 GDDR7을 탑재한 신형 출시에 따른 기회 확보 기대감을 안고 뒤늦은 추격에 나서고 있다. 외국인은 최근 3거래일 연속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수 중이다.
■ 공급과잉 우려 주목...단기적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우위 지속'
류영호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HBM 공급과잉 가능성에 대해 "삼성전자의 HBM이 엔비디아 진입에 성공한다면 HBM 시장은 공급과잉 우려가 확대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물론 ASIC의 성장이 일부 수요 증가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되나 올해와 같은 상황이 유지되기는 힘들 수 있다"며 "이는 가격 협상 결정권이 공급자에서 수요자로 넘어가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HBM4 가격 인상 폭이 시장 예상보다 둔화될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점을 주목했다.
이에 따라 연초부터 주가 강세를 시현해 올해 기준 밸류에이션 고점(2025년 기준 PBR 2.1배)에 위치한 SK하이닉스는 2026년 HBM 물량을 확정할 때까지 노이즈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류 애널리스트는 "최근 삼성전자의 HBM 진입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어 밸류에이션 입장에서 단기적으로 삼성전자가 더 나은 선택지"라며 "다만 AI 시장 성장과 HBM 원가 경쟁력/기술력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선두적인 입지를 유지할 것이라는 시각에는 변화가 없다"고 덧붙였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도 "SK하이닉스의 HBM 공급 우위가 높을 것으로 판단하지만, 단기적으로 그간 중국 수출 규제로 인한 피해 강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던 삼성전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백 애널리스트 역시 "단기적으로는 HBM4 가격 프리미엄과 HBM 공급 과잉 노이즈 및 내년 하반기 중국 DRAM 업체의 기업공개(IPO) 등으로 SK하이닉스의 변동성이 높을 수 있으나, 향후 중장기적 관점에서 AI 시장 확대가 지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고부가 메모리반도체 시장내 1위 업체의 역량 및 FCF 확보가 전망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국내 메모리반도체 공급업체 합산 기준 예상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5조4000억원, 12조4000억원으로 전년대비 18%, 1%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중 삼성전자의 영억이익은 전분기대비 1.5% 줄어든 3조1000억원,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24% 증가한 9조2000억원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