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
평점 테러와 악플 세례 등 개봉 전부터 뜨거웠던 ‘82년생 김지영’이 베일을 벗었다. 다양한 논란들을 겪었지만, 결국 ‘82년생 김지영’은 모두의 이야기다. 김지영은 물론, 그의 곁을 든든하게 지키는 주변인들의 아픔도 외면하지 않으며 모두에게 위로와 응원을 전한다.
23일 개봉한 ‘82년생 김지영’은 1982년 태어나 2019년 오늘을 살아가는 김지영(정유미 분)의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하며 어쩔 수 없이 경력이 단절된 30대 여성의 인생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그가 겪은 상처들을 위로한다. 이를 통해 이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들이 겪고 있는 차별과 부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82년생 김지영’은 개봉 전부터 평점 테러를 당하고, 출연 배우들에게 악플이 쏟아지는 등 곤혹스러운 상황을 겪었다. 악플러들은 소설이 철저히 여성의 시각에서만 담아낸 편향된 작품이라고 비난하며, 문제적 작품을 영화화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영화 관련 반응만 보여도 화제가 되며 뜨거운 반응을 입증했다. ‘82년생 김지영’을 응원하거나, 비난하면 여지없이 화제가 됐다. 수지가 ‘82년생 김지영’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SNS에 게재했다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으며, 장범준은 아내가 남긴 응원 게시글에 의문을 뜻하는 물음표를 남겨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영화가 담아낸 포용력 넘치고, 따뜻한 시선을 채 관객들에게 보여주기도 전에 억측들이 쏟아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사진=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
영화는 김지영의 아픔이 아닌, 주변인들의 상처까지 함께 들여다보며 사회 곳곳에 만연한 문제들을 파헤친다.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로 확장시키기 위한 노력들이 돋보인다.
소설과는 남편 대현(공유 분)과 가족들의 이야기도 중요하게 다루며 이야기를 확장시킨다. 아내를 무조건 지지하고 응원하고 싶지만, 고지식한 생각을 가진 부모와 개인의 상황은 봐주지 않는 회사 등 눈치 볼 일 많은 평범한 남편의 모습도 영화 중간 담겨 공감의 폭을 넓힌다.
엄마의 안타까운 상황과 그런 딸이 시어머니를 모시며 고생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외할머니의 존재 등 김지영이 겪는 ‘빙의’ 현상을 통해 드러나는 다양한 세대의 고민들도 영화에 녹아있다.
특히 시종일관 담담한 톤으로 진행되는 이 영화에서 지영의 엄마 미숙이 울분을 쏟아낼 때면 경험치가 없는 누구라도 감동하고 함께 슬퍼할 수밖에 없다. 딸이 힘들어한다는 사실만으로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을 쏟아내는 김미경의 연기는 시종일관 담담하게 진행되는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만들어낸다.
물론 소설 ‘82년생 김지영’ 또한 편향된 시각을 담아낸 작품은 아니다. 한 여성이 겪은 차별과 편견들에 초점을 맞췄다고 해서 다른 소외받는 이들을 외면했다고 하는 것은 비약적인 주장이다.
그럼에도 개봉 전부터 이어진 논란은 작품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한 관객들에게 오해의 여지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진정성 가득한 태도로 약자들을 감싸는 ‘82년생 김지영’의 진심이 관객들에게 닿을 수 있을지 모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