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정 동원그룹 회장. 사진=동원그룹 동원그룹이 55년 만에 김남정 회장을 새로운 ‘선장’으로 맞이했다. 공식적으로 ‘김남정 시대’가 열렸지만, 그룹 총수로서 책임을 지게 된 김 회장의 어깨는 한결 무거워졌다. 최근 ‘동원호(號)’ 항로에 안개가 낀 만큼 김 회장의 방향타가 어디로 향할지 관심이 모인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 회장이 동원그룹 동일인으로 지정되면서 책임경영 행보가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4일 발표한 ‘2024년 대기업(공시 대상 기업) 집단 지정 결과’에서 동원그룹 동일인을 김재철 명예회장에서 김남정 회장으로 변경했다. 공정위는 동일인을 중심으로 각종 규제 대상이 되는 기업집단 범위를 확정하는데, 동일인으로 지정된 자연인은 사익 편취 조항이 적용되는 등 규제를 받게 된다. 그룹 지배력을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상징성 대신 이에 따른 법적 책임도 안게 되는 셈이다. 이번 동일인 변경은 동원그룹 측 신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김 명예회장이 은퇴한 뒤 김 회장이 실질적으로 그룹 경영을 지휘해 왔기 때문에 이에 따른 책임 역시 김 회장이 가져가는 것이 옳다고 판단해 (동일인 변경 신청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밑바닥부터 다방면 현장 경험 체득한 ‘소통형 리더’ 김 회장은 창업주인 김재철 명예회장의 차남으로, 부친의 경영철학에 따라 지난 1998년 동원산업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그룹 밑바닥에서부터 실무를 익혀 왔다. 업무 강도가 높은 통조림 공장 생산직은 물론 제품 포장, 창고관리와 영업활동 등 일선 현장 경험을 두루 쌓았다. ‘꼼수’ 없이 체득한 다방면의 현장 감각은 김 회장이 그룹을 경영하는 주요 자양분이 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 회장은 미국에서 MBA 과정을 마친 뒤부터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받았다. 동원엔터프라이즈 경영관리실을 시작으로 동원F&B 마케팅전략팀장, 동원산업 경영지원실장, 동원시스템즈 경영지원실장 등 계열사 핵심 보직을 두루 거치며 경영 역량을 쌓았다. 2014년에는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섰다. 1973년생인 김 회장은 현장에서 겪는 고충을 이해하는 ‘젊은 리더’로 직원과 스스럼없는 소통도 펼치고 있다. 그룹 내부에서는 ‘성장하는 조직’에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김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 촬영을 마친 뒤 즉석에서 연수원에서 교육을 받는 신입사원들에게 푸드트럭을 보내자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그는 “취업 시장에서 힘들었을 신입사원들에게 새로운 가족이 된 것을 환영하는 의미”라면서 “동원의 새로운 가족이 되기 위해 고생하고 있는 후배들이 간식을 먹으며 뜻깊고 알찬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며 응원했다. ◆인수합병으로 신사업 개척…‘4대 사업 밸류체인’ 구축 김 회장은 부회장 취임 후 신사업 진출에 주력했다. 사업 다각화를 통해 ‘참치 회사’를 뛰어 넘어 다양한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복안이었다. 원양어업은 동원그룹의 뿌리지만, 어획량과 소비 수요, 유가, 환율 등 대외적인 변수에 취약하다. 또 다른 주력 사업인 식품 부문도 치열한 국내 경쟁으로 성장이 정체된 상황이었다. 김 회장이 휘두른 무기는 ‘인수합병(M&A)’이었다. 부회장 취임 후 김 회장이 진두지휘한 인수합병은 10여건에 이른다. 2015년 축산 도매 온라인몰 ‘금천’과 2017년 종합물류기업 ‘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동원그룹은 축산물 유통 사업에 새로 진출하고 물류 사업 부문의 토대를 다졌다. 2021년 원통형 배터리 캔 제조사 엠케이씨(MKC)를 인수하며 2차전지 소재 분야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김 회장은 수산, 식품, 소재, 물류로 이어지는 4대 사업 밸류체인(value chain)을 구축했다.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를 불렸지만, ‘문어발식 경영’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각 사업 부문을 사실상 독립적인 사업체로 키워나가며 각 사업 내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김 회장은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율을 낮추는 데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2020년 기준 동원그룹 내부거래 비중은 68.4%로 2019년 대비 23.4%포인트 낮아졌다. 각 사업 부문의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술투자도 이어나가고 있다. 동원산업은 2020년부터 노르웨이 수산기술 기업과 손잡고 육상 연어양식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강원도 양양에 2000억원을 투자해 육상 연어양식 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그룹 포장재 제조를 맡던 동원시스템즈는 2차전지 배터리캔 제조로 사업영역을 넓히면서 2022년 원통형 배터리캔 내식성을 높이는 기술을 배터리 업계 최초로 개발하기도 했다. ◆출항과 동시에 풍랑 맞은 ‘김남정 호’, 신사업에서 돌파구 찾는다 지난해 4월 회장 취임에 이어 최근 동원그룹 동일인으로 공식 지정되면서, 김 회장의 ‘동원호’도 추진력을 더하게 됐다. 수산, 식품, 소재, 물류의 4대 사업 포트폴리오도 한층 탄탄해질 전망이다. 김 회장은 취임하면서 “과감한 투자로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올해 경영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다. 당장 1분기부터 그룹 전체 영업이익이 6.2% 감소하는 등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수산과 식품 부문은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경기침체 영향으로 소재 및 건설 사업이 부진한 영향이 컸다. 동원건설산업은 지난해 181억원, 올해 1분기에도 2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건설업계가 전반적인 불황을 겪는 상황인 만큼 어려운 과제를 떠안게 됐다. 동원시스템즈도 알루미늄 수출이 줄면서 1분기 매출액과 영입이익이 각각 5.6%, 9.0% 감소했다. 그럼에도 김 회장이 꾸준히 힘을 실어 온 ‘신사업’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지난해 동원그룹 전체 매출에서 신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0%를 넘어섰다. 특히 소재 부문의 경우 올해 8월부터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캔 양산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매출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지난달 개장한 스마트 항만 '동원글로벌터미널부산‘도 하반기 이후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 당장은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지만, 인수합병 가능성도 계속 열어둔다는 방침이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건설 부문에 남아있는 미수금 회수와 함께 소재 부문 등 신사업 성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면 향후 실적은 충분히 개선될 것으로 본다”면서 “스마트항만과 연어 육상양식, 포장재 등 기존 진행해 왔던 기술 투자는 꾸준히 이어갈 예정이며, 인수합병 역시 시장에 적당한 매물이 나온다면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CEO열전] ‘김남정 시대’ 맞은 동원호, 신사업 비전 향해 출항

김남정 회장, 동원그룹 ‘동일인’ 공식 지정…55년만 총수 교체
말단 실무부터 현장 경험 체득…부회장 승진 후 경영 이끌어
인수합병·기술투자로 ‘4대 사업’ 우뚝…위기 해법 된 ‘사업 다각화’

김성준 기자 승인 2024.05.25 10:00 의견 0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 사진=동원그룹

동원그룹이 55년 만에 김남정 회장을 새로운 ‘선장’으로 맞이했다. 공식적으로 ‘김남정 시대’가 열렸지만, 그룹 총수로서 책임을 지게 된 김 회장의 어깨는 한결 무거워졌다. 최근 ‘동원호(號)’ 항로에 안개가 낀 만큼 김 회장의 방향타가 어디로 향할지 관심이 모인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 회장이 동원그룹 동일인으로 지정되면서 책임경영 행보가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4일 발표한 ‘2024년 대기업(공시 대상 기업) 집단 지정 결과’에서 동원그룹 동일인을 김재철 명예회장에서 김남정 회장으로 변경했다.

공정위는 동일인을 중심으로 각종 규제 대상이 되는 기업집단 범위를 확정하는데, 동일인으로 지정된 자연인은 사익 편취 조항이 적용되는 등 규제를 받게 된다. 그룹 지배력을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상징성 대신 이에 따른 법적 책임도 안게 되는 셈이다. 이번 동일인 변경은 동원그룹 측 신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김 명예회장이 은퇴한 뒤 김 회장이 실질적으로 그룹 경영을 지휘해 왔기 때문에 이에 따른 책임 역시 김 회장이 가져가는 것이 옳다고 판단해 (동일인 변경 신청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밑바닥부터 다방면 현장 경험 체득한 ‘소통형 리더’

김 회장은 창업주인 김재철 명예회장의 차남으로, 부친의 경영철학에 따라 지난 1998년 동원산업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그룹 밑바닥에서부터 실무를 익혀 왔다. 업무 강도가 높은 통조림 공장 생산직은 물론 제품 포장, 창고관리와 영업활동 등 일선 현장 경험을 두루 쌓았다. ‘꼼수’ 없이 체득한 다방면의 현장 감각은 김 회장이 그룹을 경영하는 주요 자양분이 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 회장은 미국에서 MBA 과정을 마친 뒤부터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받았다. 동원엔터프라이즈 경영관리실을 시작으로 동원F&B 마케팅전략팀장, 동원산업 경영지원실장, 동원시스템즈 경영지원실장 등 계열사 핵심 보직을 두루 거치며 경영 역량을 쌓았다. 2014년에는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섰다.

1973년생인 김 회장은 현장에서 겪는 고충을 이해하는 ‘젊은 리더’로 직원과 스스럼없는 소통도 펼치고 있다. 그룹 내부에서는 ‘성장하는 조직’에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김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 촬영을 마친 뒤 즉석에서 연수원에서 교육을 받는 신입사원들에게 푸드트럭을 보내자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그는 “취업 시장에서 힘들었을 신입사원들에게 새로운 가족이 된 것을 환영하는 의미”라면서 “동원의 새로운 가족이 되기 위해 고생하고 있는 후배들이 간식을 먹으며 뜻깊고 알찬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며 응원했다.

◆인수합병으로 신사업 개척…‘4대 사업 밸류체인’ 구축

김 회장은 부회장 취임 후 신사업 진출에 주력했다. 사업 다각화를 통해 ‘참치 회사’를 뛰어 넘어 다양한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복안이었다. 원양어업은 동원그룹의 뿌리지만, 어획량과 소비 수요, 유가, 환율 등 대외적인 변수에 취약하다. 또 다른 주력 사업인 식품 부문도 치열한 국내 경쟁으로 성장이 정체된 상황이었다.

김 회장이 휘두른 무기는 ‘인수합병(M&A)’이었다. 부회장 취임 후 김 회장이 진두지휘한 인수합병은 10여건에 이른다. 2015년 축산 도매 온라인몰 ‘금천’과 2017년 종합물류기업 ‘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동원그룹은 축산물 유통 사업에 새로 진출하고 물류 사업 부문의 토대를 다졌다. 2021년 원통형 배터리 캔 제조사 엠케이씨(MKC)를 인수하며 2차전지 소재 분야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김 회장은 수산, 식품, 소재, 물류로 이어지는 4대 사업 밸류체인(value chain)을 구축했다.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를 불렸지만, ‘문어발식 경영’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각 사업 부문을 사실상 독립적인 사업체로 키워나가며 각 사업 내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김 회장은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율을 낮추는 데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2020년 기준 동원그룹 내부거래 비중은 68.4%로 2019년 대비 23.4%포인트 낮아졌다.

각 사업 부문의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술투자도 이어나가고 있다. 동원산업은 2020년부터 노르웨이 수산기술 기업과 손잡고 육상 연어양식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강원도 양양에 2000억원을 투자해 육상 연어양식 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그룹 포장재 제조를 맡던 동원시스템즈는 2차전지 배터리캔 제조로 사업영역을 넓히면서 2022년 원통형 배터리캔 내식성을 높이는 기술을 배터리 업계 최초로 개발하기도 했다.

◆출항과 동시에 풍랑 맞은 ‘김남정 호’, 신사업에서 돌파구 찾는다

지난해 4월 회장 취임에 이어 최근 동원그룹 동일인으로 공식 지정되면서, 김 회장의 ‘동원호’도 추진력을 더하게 됐다. 수산, 식품, 소재, 물류의 4대 사업 포트폴리오도 한층 탄탄해질 전망이다. 김 회장은 취임하면서 “과감한 투자로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올해 경영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다. 당장 1분기부터 그룹 전체 영업이익이 6.2% 감소하는 등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수산과 식품 부문은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경기침체 영향으로 소재 및 건설 사업이 부진한 영향이 컸다. 동원건설산업은 지난해 181억원, 올해 1분기에도 2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건설업계가 전반적인 불황을 겪는 상황인 만큼 어려운 과제를 떠안게 됐다. 동원시스템즈도 알루미늄 수출이 줄면서 1분기 매출액과 영입이익이 각각 5.6%, 9.0% 감소했다.

그럼에도 김 회장이 꾸준히 힘을 실어 온 ‘신사업’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지난해 동원그룹 전체 매출에서 신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0%를 넘어섰다. 특히 소재 부문의 경우 올해 8월부터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캔 양산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매출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지난달 개장한 스마트 항만 '동원글로벌터미널부산‘도 하반기 이후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 당장은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지만, 인수합병 가능성도 계속 열어둔다는 방침이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건설 부문에 남아있는 미수금 회수와 함께 소재 부문 등 신사업 성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면 향후 실적은 충분히 개선될 것으로 본다”면서 “스마트항만과 연어 육상양식, 포장재 등 기존 진행해 왔던 기술 투자는 꾸준히 이어갈 예정이며, 인수합병 역시 시장에 적당한 매물이 나온다면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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