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픽사베이)


얼마 전 오랜만에 만난 지인으로부터 건강에 좋다며 ‘침향’이란 건강식품을 선물 받았습니다. 지인은 “몸의 기를 다스리는 구하기 어려운 약재”라며 고급스러운 케이스에 담긴 흑갈색 침향환 제품을 건넸죠. 이름도 향도 낯선 ‘침향’이 무엇인지 궁금해져 인터넷에 검색했습니다. 그러자 수많은 쇼핑몰과 블로그, 건강정보 사이트들에서 침향을 ‘원기회복에 도움을 주는 침향’, ‘신비의 약재로 불리는 침향’ 이라며 치켜세우고 있더군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가짜 침향 주의’, ‘검증되지 않은 침향 위험’ 제목의 글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고마운 마음에 받아든 건강식품이었지만 귀한 약재라는 말만 믿고 무턱대고 먹기엔 섭취 전에 따져봐야 할 사항이 많았던 것이었죠.

그렇다면 침향은 무엇일까요. 한의학계에 따르면 침향은 침향나무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분비되는 수지 성분으로 응집 과정이 약 20여년 가량 소요되는 귀한 원료라고 합니다. 침향은 <동의보감>, <본초강목> 등 주요 문헌에서도 특별한 소재로 기술되어 있고 향유고래의 용연향, 사향노루의 사향과 함께 세계 3대 향으로 손꼽히죠. 침향은 예로부터 심신안정과 기력보충을 위한 귀한 소재로 평가받았습니다.

중국 명나라 의서 <본초강목>에는 “침향은 정신을 맑게 하고 심신을 안정시켜 준다. 위를 따뜻하게 하고 기를 잘 통하게 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침향에 대해 “찬 바람으로 마비된 증상이나 구토·설사로 팔다리에 쥐가 나는 것을 고쳐주며 정신을 평안하게 한다”고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세종대왕 역시 침향을 보관하는 곳의 외부인의 접근을 막을 정도로 침향을 무척이나 아꼈다고 전해집니다.

최근에는 ‘향의 다이아몬드’로 불리는 침향이 스트레스, 우울 개선, 불안 행동 감소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과학적인 연구로 밝혀지고 있으면서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침향 종류는 20여종으로 알려졌으나 그 중 우리나라에서 식품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인정받은 종류는 단 2종뿐입니다. 식약처 식품공전에 따르면 ‘아퀼라리아 말라센시스(Aquilaria malaccensis)’와 ‘아퀼라리아 아갈로차(Aquilaria agallocha Roxburgh)’ 단 2종만이 침향으로 등록됐고 2가지 종류 외 다른 품종으로 만든 침향 제품은 식품으로 쓰일 수 없습니다.

침향에 대한 수요는 급증하고 있는데 침향 자체가 워낙 희소하다보니 자연산 침향의 경우 1g에 수백만원대까지 고가에 거래되는 실정입니다. 침향은 수십년에서 길게는 수백년에 걸쳐 생성되고 침향나무종이 멸종위기종으로 등록되어 관리되고 있는 만큼 공급량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찾는 사람은 많고 유통량은 적다보니 ‘유사침향’과 ‘가짜침향’이 난립해 침향 시장이 소비자 불신을 사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일반 목재에 색소와 인공 향수를 주입하거나 침수되는 목재에 인공향료를 첨가한 ‘가짜 침향’ 등이 거래되는 사례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또 식품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저급침향인 ‘유사 침향’으로 만든 제품도 시중에서 판매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가짜·유사침향에 속지 않고 진짜 침향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주의해야 할 사항은 무엇일까요? 우선 제품에 사용된 침향의 품종이 식약처 식품공전에 등록된 종류인지를 꼼꼼히 체크해야합니다. 침향이 식약처 식품공전에 등록된 아퀼라리아 말라센시스(Aquilaria malaccensis)’와 ‘아퀼라리아 아갈로차(Aquilaria agallocha Roxburgh)’ 중 하나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첫번쨰입니다.

또 ‘유전자 분석 기술’, ‘현지 정부 인증서’ 등 침향의 기원과 품질을 한번 더 판별한 제품을 구매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유전자 분석 기술’은 DNA 바코딩(DNA Barcoding) 기술을 활용해 유전적 연관관계를 기반으로 종을 과학적으로 판별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 기술을 활용해 생물산업계와 한의학계에서는 각종 식물과 한약재를 과학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감별법을 꾸준히 개발해왔다고 하더군요. 대검찰청 과학수사부 역시 지난 2016년에 '법생물 DNA바코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며 단속반이 수거한 참치회가 값싼 기름치를 사용했는지를 판별하는 등 불량식품을 적발하는데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침향은 귀한 소재이고 고가인 만큼 소비자 주의가 더욱 요구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소비자 개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전에 정부당국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가짜 침향을 식별할 수 있는 표준시험법을 확립하고 판매·유통 기준을 정밀하게 마련해 침향 시장 신뢰를 도모해야 합니다. 10여년 전, 수많은 소비자들은 가짜 백수오 사태로 홍역을 치른 바 있습니다. 참향의 인기가 높아지는 현재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참향은 ‘제2의 가짜 백수오’ 주인공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