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을지로 본점에서 열린 트래블로그 서비스 500만 돌파 기념행사에 참석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사진 오른쪽), 이승열 하나은행장(사진 가운데), 이호성 하나카드 대표이사(사진 왼쪽)가 임직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2024..6.4.(자료=하나금융) 하나금융그룹에 반가운 소식이 잇따라 들리고 있습니다. 해외여행 특화 카드, 일명 트래블카드 시장에서 선두를 유지 중입니다. 8개 전업 카드사 중 자산 기준 7위인 하나카드가 해외 이용 실적에서 1등을 한 것인데요, 업계에선 ‘꼴찌의 반란’처럼 보기 드문 기록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트레블로그 카드는 지난 2022년 7월 처음 출시됐을 때만 해도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엔데믹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하면서 입소문을 탔고 해외여행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가입자 100만명 확보에 11개월이 걸렸지만 이후 300만명 돌파까지 5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수직 상승인데요. 결국 지난 4일 500만명 돌파라는 기록도 세웁니다. 함영주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하나금융의 새로운 변화를 강조하며 ‘트래블로그’를 대표 사례로 꼽은 바 있습니다. 함 회장은 “수수료는 당연히 받아야 한다는 기존 통념을 깨고 손님의 편의와 혜택은 극대화 해 직원들이 자신 있게 권유할 수 있었다”며 다른 계열사에서도 이 같은 혁신 사례가 나올 수 있도록 발상의 전환을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하나펀드서비스도 하나금융에 낭보를 알렸습니다. 한화자산운용의 운용자산 일반사무관리 위탁 최종 입찰에서 신한펀드파트너스를 누르고 승리를 거머쥔 것인데요, 약 500조원이던 사무관리 수탁고가 단숨에 600조원을 넘어 업계 1위로 올라섰습니다. 이번 입찰에 승리하기 위해 함 회장은 타고난 영업맨 기질을 발휘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입니다. 함 회장 취임 이후 눈에 띄는 성과로 ‘하나은행’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다른 은행들이 주춤할 때 기업금융을 크게 늘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을 누르고 1등을 차지했습니다. 2022년, 2023년 연속 순이익 3조원 돌파를 기록하며 성장과 수익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셈이죠. 리딩뱅크 자리는 국민은행 아니면 신한은행이라는 공식을 깬 이변이었습니다. 이 같은 업적에도 불구하고 함 회장에게는 꼭 풀어야 할 숙제가 있었는데요, 바로 비은행 부문 강화입니다. 하나금융의 비은행 부문 기여도는 2021년 32.9%에서 지난해 5.5%로 급락했습니다. 전임 김정태 회장은 비은행 부문 기여도 30% 돌파를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는데요, 함 회장 취임 이후 불과 2년 만에 수직 추락했습니다. 은행은 1등을 했지만 증권, 보험 등 다른 부문의 실적이 형편없었기 때문인데요, 특히 보험의 경우 생명보험, 손해보험 모두 있지만 업계내 존재감은 미미한 게 현실입니다.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선 KB금융과 신한금융이 했던 것처럼 인수합병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인데요, 실제로 지난해 KDB생명 인수를 추진하며 열의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실사 결과 인수금액(약 2000억원)의 2배 이상 자금이 투입돼야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 최종 딜은 무산됩니다. 사실상 정부와 한 몸인 산업은행의 압력이 상당했음에도 함 회장은 과감히 발을 빼는 선택을 했습니다. 정부에 찍혀 개인이 고달프더라도 은행의 이익을 우선했다는 일각의 평가도 들렸습니다. KDB생명 외에 생명보험 쪽에선 경쟁력 있고 매력적인 매물로 동양생명이 있습니다. 우리금융이 롯데손해보험 실사에 들어갔으니 동양생명은 하나금융과 연결될 것이란 전망이 시장에선 설득력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18일 동양생명 주가가 급등하면서 ‘하나금융 인수설’이 돌았죠. 하지만 하나금융은 곧바로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냈습니다. 그리고 1주일이 지난 26일 동양생명 인수합병 검토의 주체는 우리금융으로 확인됐습니다. 접촉조차 하지 않았다는 하나금융의 해명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죠. 다만 M&A 성사 여부를 떠나 하나금융이 KDB생명에서 발을 빼고 동양생명 인수에까지 소극적이었다는 점은 함 회장의 미래에 여러 모로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습니다. 함 회장은 2022년 3월 취임해 내년 2월까지가 임기입니다. 전임자인 김정태 회장과 김승유 회장은 모두 두차례씩 연임해 9년 이상의 재임 기간을 기록했습니다. 함 회장도 연임을 고려한다면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 확실한 성과를 보여줘야 합니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여건이 녹록치 않습니다. 연체율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하나은행이 3년 연속 실적 1위를 달성할 지 미지수입니다. 하나카드와 하나펀드가 성과를 내긴 했지만 5.5%까지 추락한 비은행 부문 기여도를 상쇄할 정도의 성과로 보긴 어렵습니다. KDB생명이든 동양생명이든 인수해 확실한 반전 카드를 보여줘야 연임의 명분이 생길 테지만 함 회장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 속에 금융권 안팎에선 함 회장이 연임을 일찌감치 포기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옵니다. 함 회장은 지난해 말 ‘금융권 채용비리 사건’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임원 자격이 상실됩니다. 내년 초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3심에서 같은 결론이 나면 곧바로 CEO 공백 상태가 됩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함 회장은 지난 2월 이승열 하나은행장과 강성묵 하나증권 사장을 지주의 사내이사로 선임했습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보험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은 건 좀 의외”였다며 “사법리스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함 회장이 마음을 비우고 본인의 강점인 영업에 집중하는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하나금융 관계사별 손익(자료=하나금융)

함영주 회장, 연임 마음 비웠나 [뷰파인더]

최중혁 기자 승인 2024.06.27 13:15 의견 0
하나은행 을지로 본점에서 열린 트래블로그 서비스 500만 돌파 기념행사에 참석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사진 오른쪽), 이승열 하나은행장(사진 가운데), 이호성 하나카드 대표이사(사진 왼쪽)가 임직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2024..6.4.(자료=하나금융)


하나금융그룹에 반가운 소식이 잇따라 들리고 있습니다. 해외여행 특화 카드, 일명 트래블카드 시장에서 선두를 유지 중입니다. 8개 전업 카드사 중 자산 기준 7위인 하나카드가 해외 이용 실적에서 1등을 한 것인데요, 업계에선 ‘꼴찌의 반란’처럼 보기 드문 기록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트레블로그 카드는 지난 2022년 7월 처음 출시됐을 때만 해도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엔데믹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하면서 입소문을 탔고 해외여행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가입자 100만명 확보에 11개월이 걸렸지만 이후 300만명 돌파까지 5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수직 상승인데요. 결국 지난 4일 500만명 돌파라는 기록도 세웁니다.

함영주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하나금융의 새로운 변화를 강조하며 ‘트래블로그’를 대표 사례로 꼽은 바 있습니다. 함 회장은 “수수료는 당연히 받아야 한다는 기존 통념을 깨고 손님의 편의와 혜택은 극대화 해 직원들이 자신 있게 권유할 수 있었다”며 다른 계열사에서도 이 같은 혁신 사례가 나올 수 있도록 발상의 전환을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하나펀드서비스도 하나금융에 낭보를 알렸습니다. 한화자산운용의 운용자산 일반사무관리 위탁 최종 입찰에서 신한펀드파트너스를 누르고 승리를 거머쥔 것인데요, 약 500조원이던 사무관리 수탁고가 단숨에 600조원을 넘어 업계 1위로 올라섰습니다. 이번 입찰에 승리하기 위해 함 회장은 타고난 영업맨 기질을 발휘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입니다.

함 회장 취임 이후 눈에 띄는 성과로 ‘하나은행’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다른 은행들이 주춤할 때 기업금융을 크게 늘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을 누르고 1등을 차지했습니다. 2022년, 2023년 연속 순이익 3조원 돌파를 기록하며 성장과 수익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셈이죠. 리딩뱅크 자리는 국민은행 아니면 신한은행이라는 공식을 깬 이변이었습니다.

이 같은 업적에도 불구하고 함 회장에게는 꼭 풀어야 할 숙제가 있었는데요, 바로 비은행 부문 강화입니다. 하나금융의 비은행 부문 기여도는 2021년 32.9%에서 지난해 5.5%로 급락했습니다. 전임 김정태 회장은 비은행 부문 기여도 30% 돌파를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는데요, 함 회장 취임 이후 불과 2년 만에 수직 추락했습니다. 은행은 1등을 했지만 증권, 보험 등 다른 부문의 실적이 형편없었기 때문인데요, 특히 보험의 경우 생명보험, 손해보험 모두 있지만 업계내 존재감은 미미한 게 현실입니다.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선 KB금융과 신한금융이 했던 것처럼 인수합병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인데요, 실제로 지난해 KDB생명 인수를 추진하며 열의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실사 결과 인수금액(약 2000억원)의 2배 이상 자금이 투입돼야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 최종 딜은 무산됩니다. 사실상 정부와 한 몸인 산업은행의 압력이 상당했음에도 함 회장은 과감히 발을 빼는 선택을 했습니다. 정부에 찍혀 개인이 고달프더라도 은행의 이익을 우선했다는 일각의 평가도 들렸습니다.

KDB생명 외에 생명보험 쪽에선 경쟁력 있고 매력적인 매물로 동양생명이 있습니다. 우리금융이 롯데손해보험 실사에 들어갔으니 동양생명은 하나금융과 연결될 것이란 전망이 시장에선 설득력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18일 동양생명 주가가 급등하면서 ‘하나금융 인수설’이 돌았죠. 하지만 하나금융은 곧바로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냈습니다. 그리고 1주일이 지난 26일 동양생명 인수합병 검토의 주체는 우리금융으로 확인됐습니다. 접촉조차 하지 않았다는 하나금융의 해명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죠.

다만 M&A 성사 여부를 떠나 하나금융이 KDB생명에서 발을 빼고 동양생명 인수에까지 소극적이었다는 점은 함 회장의 미래에 여러 모로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습니다. 함 회장은 2022년 3월 취임해 내년 2월까지가 임기입니다. 전임자인 김정태 회장과 김승유 회장은 모두 두차례씩 연임해 9년 이상의 재임 기간을 기록했습니다. 함 회장도 연임을 고려한다면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 확실한 성과를 보여줘야 합니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여건이 녹록치 않습니다. 연체율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하나은행이 3년 연속 실적 1위를 달성할 지 미지수입니다. 하나카드와 하나펀드가 성과를 내긴 했지만 5.5%까지 추락한 비은행 부문 기여도를 상쇄할 정도의 성과로 보긴 어렵습니다. KDB생명이든 동양생명이든 인수해 확실한 반전 카드를 보여줘야 연임의 명분이 생길 테지만 함 회장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 속에 금융권 안팎에선 함 회장이 연임을 일찌감치 포기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옵니다. 함 회장은 지난해 말 ‘금융권 채용비리 사건’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임원 자격이 상실됩니다. 내년 초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3심에서 같은 결론이 나면 곧바로 CEO 공백 상태가 됩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함 회장은 지난 2월 이승열 하나은행장과 강성묵 하나증권 사장을 지주의 사내이사로 선임했습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보험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은 건 좀 의외”였다며 “사법리스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함 회장이 마음을 비우고 본인의 강점인 영업에 집중하는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하나금융 관계사별 손익(자료=하나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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