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맵탱' 2종. (사진=김성준 기자)

전 세계적으로 불닭볶음면이 뜨거운 인기를 이어가면서 삼양식품도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데요. 불닭볶음면은 한때 부침을 겪던 삼양식품에 새로운 전성기를 열면서 확고부동한 주력 제품으로 자리잡았지만, 삼양식품을 대표하는 제품을 꼽으라 하면 여전히 많은 분들이 이 라면을 떠올리실 겁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 삼양라면이죠.

오래 전의 일이지만 삼양라면은 한때 국내 라면 시장 점유율 1위를 석권하던 제품이었습니다. 하지만 경쟁사의 부상으로 라면 1위 자리를 내놓아야 했고, ‘우지 파동’으로 억울하게 몰매까지 맞으며 내리막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소비자 입맛 변화와 이를 겨냥한 다양한 라면 신제품이 쏟아지면서 삼양라면은 판매량 순위에서도 점점 밀려나게 됐습니다. 불닭볶음면을 개발하며 회사는 화려한 부활에 성공했지만, 라면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국물라면 제품에 대한 갈증은 여전했죠.

‘맵탱’은 이런 배경에서 삼양식품이 야심차게 선보인 신규 국물라면 브랜드입니다. 지난 2023년 론칭해 어느덧 햇수로 3년차에 접어든 지금, 국내에서만 매월 200만개 넘게 판매되며 입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스트레스 받을 때나 해장거리가 필요할 때 등 라면을 찾게 되는 다양한 상황에 딱 맞는 맛을 콘셉트로, 세분화된 매운맛을 ‘스파이시 펜타곤’이라는 지표로 나타낸 것이 특징이죠.

특히 지난해 말 태국, 최근엔 일본 진출 소식을 알리며 불닭볶음면을 이을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는데요. 해외 소비자 입맛 공략에 나선 '마늘조개라면'과 '흑후추소고기라면'을 살펴보겠습니다.

■깔끔한 국물, 뚜렷한 특색, 확실한 매운맛…'후폭풍'은 적어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맵탱' 면, 후레이크, '흑후추소고기라면' 분말스프, '마늘조개라면' 분말스프. (사진=김성준 기자)

제품 포장지에는 매운맛을 형상화한 불꽃을 배경으로 큼지막하게 브랜드명 ‘맵탱’이 박혀 있습니다. 연출 이미지에는 제품에 함유된 재료를 토핑으로 표현해 시인성을 높였죠. 포장지 오른쪽 아래에는 작은 크기로 ‘스파이시 펜타곤’이 자리잡고 있는데요. 제품이 담고있는 매운맛의 특징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끔 했습니다. '마늘조개라면'은 알싸함과 칼칼함이, '흑후추소고기라면'은 화끈함에 은은함과 칼칼함이 강조된 모습이네요. 제품 중량은 110g, 열량은 465kcal로 시판되는 주요 국물라면과 비교하면 조금씩 낮은 편입니다.

제품 내용물은 동일한 면과 후레이크 스프를 바탕으로, 맛에 따라 분말스프만 다른 구성입니다. 후레이크는 대파와 홍고추 위주로 따로 고기 등 건더기가 포함되진 않았습니다. 면은 일반적인 유탕면이고, 분말스프도 겉보기에 별다른 차별점을 찾긴 어려웠습니다. 조리 중에는 두 제품 사이에 뚜렷한 향 차이를 느낄 수 있었는데요. ‘마늘조개라면’은 강한 마늘향 이후 해물 특유의 바다내음이 났고, ‘흑후추소고기라면’은 코를 찌르는 매콤한 냄새가 풍겼습니다.

조리를 마친 마늘조개라면(왼쪽)과 흑후추소고기라면. (사진=김성준 기자)

먼저 ‘마늘조개라면’부터 맛봤는데요. 조리를 완료한 후 마늘향은 상당부분 날아가 크게 느껴지진 않았고 여느 해물라면과 같은 향이었습니다. 국물은 해물탕같이 시원하면서도 칼칼한 맛으로, 매운맛이 강한 편은 아니었지만 끝맛에 마늘의 강한 얼얼함이 매콤함을 북돋았습니다. 유탕면 특유의 기름진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깔끔한 국물이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면발은 쫄깃함, 탄력 등이 모두 무난한 편으로 국물과 비교하면 존재감이 크진 않았습니다.

‘흑후추소고기라면’은 깔끔한 국물맛은 공유하면서도 진한 소고기 풍미로 뚜렷한 맛 차이를 담아냈습니다. 화끈함이 강조된 라면답게 첫입부터 혀끝을 찌르는 강렬한 매운맛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휘발성 있는 매콤함으로 매운맛이 확실히 나면서도 입안이 고통스러운 정도는 덜했습니다. 강한 맛과 달리 라면 특유의 자극적인 향은 의외로 옅은 편입니다.

두 제품 모두 느끼함이 덜해서인지 라면치고는 무겁지 않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별다른 부재료를 더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국물 완성도는 높은 편이지만, 깔끔한 맛 덕에 다양한 재료를 곁들여도 어색하진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매운맛이 확실히 느껴지는데도 정작 매운맛에서 오는 고통이 덜한 점이 신선했습니다. 매운맛을 한껏 즐긴 뒤엔 대가를 치러야 하는 불닭볶음면과 대비되는 점이죠. 삼양식품은 ‘맵탱’을 해외에 ‘맵’ 브랜드로 선보이며 국물라면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인데요. 다채로운 매운맛을 통해 국물라면에서도 ‘제2의 불닭 열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