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길 주식해서 치킨값 벌기 가능할까?’.
대체거래소 개장을 두고 국내 주식시장 제 2막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만큼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는 것. 특히 늘어난 거래 시간으로 투자 시장 저변이 확대되고 거래 편의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은 가장 큰 효과다. 과연 정규 시장이 아닌 시간대에 원활한 투자가 가능할까. 대체거래소 개장 첫날 ‘당일매매’로 직접 신고식을 해봤다.
(사진=넥스트레이드 개장식 모습. (왼쪽부터) 최호권 영등포구청장, 이순호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국회 정무위원회 윤한홍 위원장, 김학수 넥스트레이드 대표, 김병환 금융위원장,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김정각 한국증권금융 사장, 윤창현 코스콤 대표)
■ 대체거래소 첫날, 애프터마켓 거래량 '활발'
4일 오전 8시 40분 NH투자증권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켰다. 대체거래소 개장으로 ‘8 to 8(오전 8시부터 오후 8시)’ 거래가 가능해졌지만 첫 개장일인 만큼 이날 대체거래소를 통한 거래는 오전 10시부터 가능했다.
종목도 한정됐다. 개장 첫주 대체거래소를 통해 거래 가능한 종목은 롯데쇼핑, 제일기획, 코오롱인더, LG유플러스, S-OIL, 골프존, 동국제약, 에스에프에이,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컴투스 등 총 10개. 기자가 선택한 종목은 최근 증권가에서 유망 섹터로 꼽히는 엔터주 중 하나인 와이지엔터테인먼트였다.
9시 정각. 한국거래소(KRX) 개장과 함께 매수 주문체결을 알리는 문자가 왔다. 주식계좌에 있던 100만원의 예수금으로 와이지엔터테인먼트의 전거래일 종가인 6만3000원에 15주가 체결됐다. 이렇게 매수된 주식, 이제 오늘 하루의 주사위가 던져진 셈이다.
(사진=NH투자증권 MTS. 정규거래시간에는 '스마트주문'으로 설정돼 통합 수치가 표기된다.)
거래 첫날이니 만큼 장중 흐름을 살펴봤다. 한국거래소(KRX)와 넥스트레이딩(NTX)이 동시에 운영되는 오후 3시 20분까지는 호가창에 양쪽의 주문 정보가 함께 표시됐다. 대부분 증권사들은 고객이 별도 설정을 하지 않는 이상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자동주문전송(SOR) 주문이 기본값으로 설정돼 있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스마트 주문’으로 표기해놨다. 증권사가 정규 거래 시간대에 양 거래소의 주문잔량과 수수료 등을 비교해 고객에게 유리한 조건의 거래소에서 매매를 체결하는 것이다. MTS에 표시되는 각 호가별 매매 잔량은 두 거래소를 통해 접수된 주문량이 통합돼 표시됐다.
정규 거래가 마감된 오후 3시 30분 와이지엔터의 KRX거래소 마감가는 6만5900원으로 전거래일대비 4.6% 상승했다. 평소라면 이대로 하루 거래가 마무리됐겠지만 3시 30분부터 다시 대체거래소를 통한 시간외 거래가 시작됐다.
오후 3시 20분부터 10분간 KRX의 종가 단일가로 표기되던 주가는 3시 30분부터 NXT 기준으로 다시 움직였다. 개장 첫날 첫 애프터마켓인 만큼 실제 거래량이 미미하지 않을까 예상했다. 하지만 정규장에서 58만주가 채 되지 않았던 거래량은 시간외 거래 한시간 여만에 가볍게 70만주를 넘어서며 활발한 거래를 보였다. 실제 이날 NXT 거래대금 202억원 가운데 애프터마켓에서 이뤄진 거래가 113억원으로 절반 이상이다. 특히 와이지엔터는 이날 오후 3시 50분 52주 신고가(6만8800원)를 기록하며 애프터마켓 데뷔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업무 종료 후 퇴근길 지하철역으로 향하며 다시 MTS를 켰다. 호가창에 뜨는 주가는 6만6000원에서 6만6200원대. 애프터마켓임에도 각 호가마다 수천주의 거래가 쉬지 않고 체결되는 모습을 확인 후 지정가 6만6400원에 매도 주문을 넣었다. (애프터마켓의 경우 지정가로만 주문 가능하다.)
그리고 지하철역 두 정거장 즈음 지났을까. 6시 16분경 매도 주문 체결을 알리는 문자가 왔다. 이날 매매를 통해 거둔 수익은 4만9467원. 말 그대로 출퇴근길 주식 매매로 치킨값 벌기에 성공한 것이다. 특히 KRX에서 매수 당시 지불한 수수료(40원) 대비 NXT 매도 수수료(20원)가 절반에 그쳐 단타족들에게는 확실한 메리트가 될 것임이 확인됐다.
■ 키움증권 일부 기능 오류도
물론 첫 거래일인 만큼 크고 작은 해프닝도 있었다. 대체거래소 시대에 대비해 증권사 중 유일한 자체 시스템을 개발한 키움증권은 개장 전부터 주가 차트 및 계좌잔고 등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 오류가 발생했다. 일부 고객들은 MTS 작동 속도가 전반적으로 느려졌다며 게시판에 항의글을 남겼다.
이에 대해 키움증권 관계자는 “대체거래소 개장 첫날이다보니 시뮬레이션 당시와 또다른 에러들이 발생했다”며 “다만 주식 주문 등 필수적인 기능의 문제가 아닌, 투자 정보 서비스 차원에서 제공되는 기능들에 한해 일부 고객들이 불편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매매 체험을 시도한 또다른 매체 기자는 오전부터 다수의 종목들을 매매했지만 와이지엔터테인먼트를 제외한 종목들에 투자해 손실을 보면서 ‘결국 문제는 거래시간이 아닌 종목 선정’이라는 웃픈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