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코넥스시장 상장법인 합동 기업설명회' 입구, 사진=문재혁 기자)
6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5 코넥스시장 상장법인 합동 기업설명회(IR)'에 참여한 여러 기업들은 자사 홍보와 투자 유치에 나섰다. 이날 행사에선 방산·원전 수혜에 성공적으로 이전 상장한 금속 기업과 인공지능(AI) 랠리에 동떨어진 반도체 기업의 모습이 대비돼 눈길을 끌었다.
■ "흥행 걱정했지만"…방산·AI발 원전 훈풍에 이전 상장 성공적
"금속 제조라는 고루한 산업 특성상 흥행몰이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죠. 최근 증시가 호황이지만 방산, AI발 원전 수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조성원 삼미금속 재무이사는 직상장이 아닌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 SPAC) 합병 상장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상장으로 마련한 자금은 향후 수주 경쟁력 확대를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삼미금속은 올해 설립 49년차를 맞은 금속 제품 제조 기업이다. 금형 설계부터 소재 활용과 형상 구현, 가공까지 자체 기술을 확보해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50톤 해머 등 초대형 단조 설비를 갖춰 국내서 유일하게 대형 소재 제조가 가능하다. 이러한 역량을 활용해 자동차, 중장비, 조선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독점적인 부품 공급 포트폴리오를 구축 중이다. 현대차, 한화 엔진 등 주요 기업에 납품하고 있다.
심미금속은 K-방산 수출 확대에 실적 성장이 가속됐다. 조 이사는 "K-9 자주포용 탄두 등 기존에 생산하던 제품이 해외 수출 증가에 힘입어 납품 물량이 3배 가까이 늘었다"며 "방산 엔진 국산화 사업에 참여해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부문에서 예상치 못한 AI 랠리의 수혜를 입었다. 조 이사는 "탈원전 정책 시절 원전 건설이 중단돼 에너지 부문 매출이 축소됐으나, 최근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급을 위한 원전 재개 움직임이 있다"며 "에너지 발전 부문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미금속이 국내 유일 원전 터빈블레이드 공급 지위를 보유한 만큼, 이를 기반으로 국내외 원전 시장 진출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2023년 5월 코넥스 상장한 삼미금속은 상장 2년여 만에 스팩 합병을 통해 코스닥 이전 상장할 예정이다. 상장 주관사는 IBK증권이다. 조 이사는 "오는 13일 합병을 위한 주주총회가 예정돼 있다"며 "스팩에서도 의결권을 잘 모으고 있는 만큼 원할히 진행될 것"으로 기대했다. 합병기일은 다음 달 16일, 신주 상장일은 30일 예정이다.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자금은 선박 부품 가공공장 건설에 투입된다. 조 이사는 "현재 STX, 한화 엔진에 공급하는 선박용 커넥팅로드는 단조품 형태로 생산한 뒤 사외에서 가공해 완성품으로 납품 중"이라며 "원가와 품질관리 측면의 한계가 있는 만큼, 정밀 가공 공정을 내재화 하기 위해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약 70억의 투자 자금과 자사 유휴 부지를 활용해 내년 초 착공, 연내 건설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삼미금속의 방산, 원전 납품 금속부품, 사진=삼미금속)
■ "AI는 남 얘기"…시스템 반도체, 경기 한파 직격탄
반면 반도체 기업임에도 AI 수혜보단 미국 글로벌 관세발 경기 부진으로 실적 방어에 나선 사례도 있다.
아이케이세미콘은 설립 26년차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으로 에어컨, 배터리 등 자동차 부품용과 일반가전의 전원공급·리모컨용, 주택의 월패드, 누전차단기용 등 각종 시스템 반도체를 개발 및 공급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 국산화를 위한 국책 과제에 참여해 성과를 거뒀다. 윤원영 부사장은 "전기차 배터리 온도를 관리하는 '플라이백 컨버터' 공급을 미국 회사들이 담당하고 있었으나, 자사가 작년 개발에 성공해 차량 적용이 확정됐다"고 말했다.
반도체 기업임에도 최근 AI발 수혜는 겪은 것이 없다고 밝혔다. 윤 부사장은 "시스템 반도체는 비메모리 반도체로 AI에 사용되는 메모리 반도체와 시장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며 "올해 비메모리 반도체 상황은 최근 5년간 제일 최악"이라고 고백했다.
이는 미국과 중국간 관세 전쟁의 영향이라고 했다. 윤 부사장은 "관세 전쟁으로 국내외 전반 경기가 악화돼 소비가 부진했다. 현대기아차가 할인에 나설 정도로 자동차 시장이 힘들고 가전 시장도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건설 경기도 부진해 주택용 반도체 수요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 실적은 자동차 반도체 매출이 늘며 실적 방어가 가능하다고 봤다. 윤 부사장은 "내년 출시되는 국내 신규차 3종에 반도체 공급이 확정돼 개발하고 있다"며 "해당 부품 납품을 당겨달라는 요청이 있고, 이를 잘 수행한다면 전년 대비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현재 LG 가전에 납품 중인 반도체 종류를 2종에서 4종으로 늘려 가전 매출은 역성장 없이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전 상장 시점을 묻는 주주들의 질문에 그는 "2022년 이전 상장 검토 당시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으로부터 '매출이 250~300억원'은 나와야 한다고 조언 받았다"며 "상장이 반려당하면 재승인받기 어려운 만큼 확실하게 준비하고 갈 것"이라 답했다. 상장 주관사에 대해선 "이전 주관사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아이케이세미콘의 작년 매출은 178억원,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93억원으로 집계됐다. 내년 매출액 최소 목표치는 210억원으로 설정했다.
윤 부사장은 "저도 가끔식 네이버 종목 토론방을 보는 만큼 주주의 답답함을 이해한다"며 "매출이 빨리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이케이세미콘의 자동차 반도제 제품군, 사진=아이케이세미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