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삼성의 중국 내 CSR 활동이 본받을 만하다. 국내 많은 기업들이 삼성의 CSR 행보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변화’다. 일회성 도움보다는 변화를 위한 지속에 그 가치가 있다.
삼성은 지난 11월 중국 사회과학원이 발표한 사회책임발전지수에서 외자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중국 유력 매체 디이차이징(第一財經)이 선정한 ‘CSR 혁신상’을 수상했다. 지난 12일 상하이(上海) 열린 ‘디이차이징·CSR 우수기업 명단 발표 및 수상식’에서 삼성은 기존에 없던 방식으로 중국 사회에 큰 공헌한 기업에 주어지는 ‘CSR 혁신상’을 받은 것이다.
디이차이징은 “삼성이 중국에 진출한 27년간 탈빈곤, 교육, 의료 등 공익사업 분야에서 노력해 왔다”며 “특히 낙후된 농촌지역을 관광명소로 탈바꿈시켜 지역 경제를 살리고 지역민의 생활을 크게 개선시켰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여기서 디이차이징의 선정 이유는 매우 중요하다. 다수의 기업이 CSR 활동이라고 오인하는 일회성 기부나 봉사활동은 그 자체다. 물론 지금보다 더 많은 기업이 적극적으로 기부·봉사활동에 참여해야 한다. 하지만 CSR은 “지역 경제를 살리고 지역민의 생활을 크게 개선시켰다”는 점에 중요한 가치를 두어야 한다.
삼성의 CSR은 미국과 유럽의 다국적 기업이 후진국에서 활동하면서 아동노동과 환경파괴 등의 문제를 발생시킨 것을 원인으로 하여 1990년대 후반 유럽에서 처음으로 주장되었다는 CSR의 유래와 정확히 일치하고 있다.
기업은 연말에 한 해 동안의 사회공헌 활동을 몰아서 하는 추세다. 사회적 분위기가 소외계층에 시선이 몰렸을 때 ‘해치우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런 활동은 마케팅 도구로 훌륭한 그저 행사다. 혹은 대외 홍보용 자료 만들기의 일환일지 모른다. 물론 이와 같은 형태로라도 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에 나서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이른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정확히 이해하고 올바르게 실천하는 기업은 많지 않아 보인다.
예를 들어 23일 KB저축은행이 “연말을 맞이하여 ‘착한누리’ 나눔을 통해 가락시장 내 무료급식소인 ‘하상바오로의 집’에서 정기후원금 전달과 함께 무료배식 및 설거지, 청소봉사를 진행했다”는 내용은 봉사활동에 그친다. 지난 21일 신한아이타스가 서울 여의도에서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자전거를 직접 제작해 기부한 일 역시 기부 활동이다.
CSR은 기업의 이익을 실현함과 동시에 소비자와의 동반성장, 공정거래, 환경 보호 등의 가치를 추구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기업의 윤리경영이나 사회공헌에서 한 발 앞서 나간 활동을 말한다.
이를테면 현대건설의 세이프캡 사업을 예로 들 수 있다. 현대건설은 올해 재난 이슈와 관련해 이를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하여 ‘세이프캡 사업’에 참여했다. ‘세이프캡 사업’은 어린이가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현대건설의 고민과 노력이 담긴 국내 최초의 재난 시 2차 피해 예방형 사회공헌 사업이다. 현대건설은 이 사업을 2011년부터 지속해 왔다.
롯데의 ‘mom편한’도 눈여겨 볼만한 CSR 사업이다. 롯데는 지난 2013년 엄마의 마음이 편안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사회공헌 브랜드 'mom편한'을 론칭했다. 이후 롯데는 육아환경 개선과 아동들의 행복권 보장을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꾸준히 추진해 엄마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아울러 국가적 난제인 저출산 극복에도 힘을 더하고 있다. 롯데의 'mom편한' 사회공헌활동은 양육 환경이 열악한 전방지역 군인 가족들에게 마음 편히 아이를 돌볼 수 있는 공간인 'mom편한 공동육아나눔터'를 제공하면서 첫 사업을 시작했다.
이외에도 롯데는 'mom편한' 브랜드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이 마음껏 뛰 놀 수 있는 놀이터를 제공하는 'mom편한 놀이터', 취약계층 산모들의 임신과 출산을 지원하는 'mom편한 예비맘 프로젝트', 가정에서는 엄마로 사회에서는 복지 최전선에서 일하는 워킹맘 사회복지사들을 위한 'mom편한 힐링타임', 아동들의 방과 후 돌봄을 담당하고 있는 지역아동센터를 리모델링해주는 'mom편한 꿈다락' 등을 진행하고 있다.
CSR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가치로는 CSV(Creating Shared Value)가 있다. 기업이 수익 창출 이후에 사회 공헌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활동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동시에 경제적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2011년 하버드대 경영학과 마이클 유진 포터 교수가 개념을 발표했다.
국내 기업 중 CSV의 모범 사례는 SK그룹에서 찾아볼 수 있다. SK 그룹은 광고 등을 통해 'SK의 사회적 가치'를 피력하며 그 사업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 이를 위해 기업 자산을 많은 사회 구성원들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유 인프라로 전환하는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다양해지는 사회 문제 해결과 예방을 위해 사회적 기업 지원을 통해 더 좋은 환경에서 더 큰 사회적 가치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
연말이다. 각 기업들마다 사회공헌 활동에 여념이 없고, 선행 홍보에 구슬땀(?)을 흘린다. 얼마를 기부했고, 임직원 몇 명이 참여했다는 등의 보도 자료가 하루에서 십여 건씩 메일함을 채우는 것을 보면 말이다. 기업은 마케팅 도구로서의 사회공헌 활동 말고, 진짜 의미의 CSR을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때가 아닐까. 벤치마킹을 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