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의 리테일 공략법이 제대로 먹혀 드는 듯합니다. 지난해 11월 시작한 거래 수수료 무료 효과가 나타나면서 리테일 시장에서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사실상 제로 수준이었던 점유율도 두자릿수대로 늘어나며 본격적인 반격을 준비 중입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5월말 현재 메리츠증권의 해외주식 거래대금은 약 19조5300억원 규모로 집계됐습니다. 해외주식시장 선두자리를 사이에 둔 토스증권과 키움증권의 경쟁에 이어 ‘원조’ 자리를 놓고 겨루는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의 견고한 틈을 비집고 들어갔습니다. 불과 1년 전 고작 500억원 수준이던 메리츠증권이 리테일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으니 그야말로 ‘천지개벽’ 수준.
지난해 말 2조원 가량이던 ‘슈퍼365’ 예탁자산도 10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1000억원도 안되던 해외주식 예탁금 규모는 거래수수료에 환전수수료까지 무료라는 파격 공격에 5조4500억원까지 늘었습니다.
이 같은 추세라면 당초 메리츠증권에서 ‘제로 이벤트’ 관련 예상한 비용 규모인 1000억원대를 넘어서는 것 아니냐는 행복한 비명이 나올 정도입다. 리테일 생태계 구축에 대한 지주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사격이 아니었다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전략. 하지만 메리츠증권은 오로지 본래 목적에만 집중하는 분위기입니다.
■ '제로 수수료' 장기 프로젝트, 체리피커 집토끼 만들기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테일부문장의 호흡도 빨라집니다. 최근 확인되는 일련의 데이터들에 대해 그는 “국내외 주식시장의 거래 규모가 확대되고 있고 가격적인 투자 매력도가 맞물리면서 빠른 속도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며 “내년 말까지 20조원 가량은 무난하게 달성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레 내다봤습니다.
수수료 무료 이벤트는 고객 유치를 위해 증권사들이 선택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면서도 큰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이벤트이기도 합니다. 매매 회전율을 높은 고객들이 이벤트 기간동안은 해당 증권사를 이용하지만 또 다른 증권사에서 동일한 혜택을 제공하면 이탈되는 현상이 반복돼 온 탓이죠.
하지만 메리츠증권은 앞선 경우와는 다를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고객들이 거래 증권사를 선택할 때 고려하게 되는 요소 중 하나인 ‘익숙함’을 느끼기까지 2년이라는 기간은 충분하다는 판단 때문인 것이죠.
“그동안 체리피커들은 단기적으로 단맛을 보고 움직였지만 2년 2개월이라는 기간동안 맛 본 단맛은 습관이 됩니다. 시스템에 익숙해지는 것 자체가 일부 락인 효과를 줄 수 있는 것이죠. 저희가 수수료 정상화 시행 후에도 업계 최저 수준을 유지한다면 체리피커라 하더라도 이미 시스템에 익숙해진 고객 유지 효과는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경쟁사들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또 다른 증권사 WM부문 임원은 “이벤트 기간을 2년 넘게 설정한 것이 고객 확보의 키가 될 것”이라고 봤습니다. 이 임원은 “메리츠증권의 수수료 인하 정책 이후 트레이딩 매매 고객들이 키움증권 등에서 상당수 이동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상당 수준의 비용 부담을 감내하고서라도 유의미한 수준의 고객 유입을 성공시키겠다는 전략이 투자시장에 대한 관심 증가와 맞물리면서 성과를 내는 것 같다”이라고 전했습니다.
■ 최대 투자 플랫폼부터 PIB센터까지
메리츠증권에게 이유없는 투자는 없었습니다. 늘 본전 그 이상을 뽑아내는 베팅 덕분에 오늘날 성장을 일궈낸 것이 메리츠의 DNA입니다. 자연스레 시장의 시선은 1000억원대 비용을 투자해 확보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메리츠증권이 어떤 전략을 통해 효과를 거둘 것인지에 맞춰집니다. 이미 내부에서는 향후 제공할 서비스와 금융상품 등과 관련해 다양한 방안들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일례가 내년 선보일 웹트레이딩시스템(WTS)입니다. 현재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투자자들이 프로그램 설치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하지만 WTS는 웹상에서 바로 접속 가능하다는 점에서 접근성과 편의성에서 절대 우위로 평가됩니다. 현재 토스증권이 WTS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메리츠증권은 토스증권이 갖는 커뮤니티적 속성에 메리츠 만의 강점을 덧입혀 최대 규모의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만든다는 계획입니다.
“어떤 투자 문화를 만들 것이냐는 게 핵심일 겁니다.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거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정통적인 투자 문화를 메리츠답게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2016년부터 이 부문장이 이끌어온 메리츠증권의 리서치센터는 독보적 경쟁력을 지닌 조직으로 평가받습니다.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가 협업을 통해 양질의 보고서들을 만들어내온 경쟁력을 앞세워 투자정보에서 전문적이면서도 차별화된 컨텐츠를 제작해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온라인 뿐 아닙니다. 이미 대형화 점포를 통해 500여명 규모의 프라이빗뱅커(PB)를 확보하고 있는 메리츠증권은 5개의 PIB센터(초고액자산가 대상)를 새롭게 오픈한 상태입니다. 기업금융(IB)와 연계해 특화된 금융상품 라인업을 제공한다면 견고한 경쟁사들의 장벽도 뚫어낼 가능성이 있습니다. 리테일 각 부문의 헐거웠던 나사는 더욱 조이고 비었던 공간은 채우면서 새로운 얼개는 하나씩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저희의 목표는 고객들에게 지금까지와 다른 금융소비 경험을 시켜드리는 것입니다. 새로운 차원의 플랫폼과 서비스들을 통해 어느 정도 네트워크 효과를 불러일으킬지 기대해주십시오.”
‘반신반의’했던 메리츠증권의 도전이 시장 시선을 끄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제는 경쟁사들에게 좀 더 불편한 존재가 될 차례입니다. 늦은 밤까지 불 꺼지지 않는 메리츠증권 리테일 부문의 열정이 다음 여정으로의 성공 기대감도 높이는 요즘입니다.
[뷰파인더] 코너는 국내 금융회사의 이슈와 전략을 조금 더 실감나게 보여주는 콘텐츠입니다. 현재의 기업 전략을 이해하려면 기업의 발자취, 그간의 경영스타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기업 CEO와 대주주에 대한 평가도 있어야겠죠. 이를 통해 기업의 성장성과 미래를 입체적으로 살피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