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공장 전경. (사진=현대차그룹)
미 정부가 국내 자동차 관세를 11월 1일부터 15%로 소급 적용하겠다고 확인하면서, 현대차그룹도 관세 부담을 크게 덜게 됐다. 이로 인해 감액되는 비용은 약 3조원 수준으로, 그룹은 '피지컬 AI' 전략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키워나간다는 방침이다.
지난 1일(현지시간)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상무부 공식 SNS에서 "한국 국회가 '전략적 투자 법안' 시행을 위한 공식 조치를 취했다"며 "협정에 따라 자동차 관세를 11월 1일부터 15%로 적용하는 것을 포함해 특정 관세를 낮출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표로 현대차·기아는 관세 부담을 덜어낼 것으로 전망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현대차그룹이 관세 25%를 적용받을 시 관세 비용으로 연간 8조4000억원을 부담해야 하지만, 15%로 인하되면 비용이 5조3000억원으로 3조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무관세와 비교하면 부담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이젠 일본·유럽 등 타국과 동일한 출발선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미 정부의 관세 압박에 대해 현지 자동차 가격을 동결하는 전략적 수를 뒀다. 이로 인한 관세 손실 규모는 3분기 기준 합산 3조550억원으로 추정되며, 3분기 현대차·기아 양사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7.4% 감소한 3조999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역대 3분기 최대치인 75조4075억원을 기록했으나, 관세로 인해 상당한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그럼에도 이같은 조치로 현대차그룹이 미국 내 입지를 탄탄하게 굳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브랜드 이미지, 소비자 신뢰와 같은 핵심 가치를 지켜내면서 경쟁사 대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된 것.
당초 경쟁사들은 가격 인상을 통해 관세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키거나, 수출 물량을 생산하는 공장 가동률을 줄이면서 미국 내 판매량이 줄어들었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지난 3분기 미국에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48만175대를 판매해 역대 3분기 사상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
■ 자율주행·로봇에 '방점'…美 경쟁력 확보
현대차그룹은 '피지컬 AI' 전략을 기초로 자율주행·로봇 등 신사업을 통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SUV·하이브리드카 등 인기 차종을 중심으로 기존 판매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피지컬 AI'는 차량·로봇·공장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어, 물리 공간에서 스스로 인지·판단·행동하는 AI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현대차그룹이 단순한 완성차 제조사를 넘어, AI·로봇 그룹으로 거듭나기 위한 첫걸음인 셈이다.
이를 위해 지난 11월 엔비디아와 약 4조3000억 원(30억 달러) 규모의 전략적 협력을 추진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AI칩 '블랙웰' GPU 5만 장을 확보해 AI 팩토리를 구축하고, 자율주행·로보틱스 등 분야에서 제조·개발 혁신을 노린다.
또 50억 달러(약 7조 3000억 원)를 들여 연 3만대가량의 로봇을 미국에서 생산한다. 현대차그룹의 자회사 보스턴다이맥스는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공장에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투입해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이를 시작으로 4족 보행 로봇, 물류 로봇 등 다양한 제품군을 생산하며 미래형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본격화한다는 목표다.